러닝타임이 길고 인터미션도 없어서 걱정했는데 시간이 쏜살같이 흘렀습니다! 지금까지 극단 신세계의 공연을 세 개 정도 관람하였는데요. 우리가 다 알고 있지만 말로 꺼내지 않았던 것들, 혹시 내가 말을 꺼낸다면 분위기가 불편해질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조용히 넘어갔던 것들을 조심스러우면서도 과감하게 건드리는 작품들이 저에게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특히, 왠지 회피하고 싶어져 제가 굳이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던 주제에 대해 다룬 이번 작품을 보며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장면에 깔깔 웃다가도, 아직도 일어나고 있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을 보며 든 가장 큰 생각은 '회피하지 말고 계속 사고하자' 였습니다. 재연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2시간이 넘는 공연시간이었음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나. 연극의 진행속도도 칭찬하고 싶고 그 속도를 자막이 보완해 주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내용이 코믹성과 긴박한 속도감, 배우들간의 합으로 인해 강한 몰입감을 주었어요. 내년에 재공연하면 또 보러 가겠습니다.

신세계를 통해 연극의 참 의미를 알게 된 관객 입니다. 여러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연극 이었습니다. 신세계 연극의 매력은 연극을 통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나뿐만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공통적인 모습인 것 같기도 하고요. 연극이 끝난 후 한 두시간은 연극에 대해 친구와 떠들 수 있는 연극 이었습니다.

첫 작품 관람인데 긴 러닝타임인데도 불구하고 내용이 너무 알차서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고 많은 생각과 감정이 교차하는 너무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신세계 작품은 정성이 녹아있는 것 같아 좋습니다. 울림이 있고 여운을 남깁니다. 테크니컬적인 부분은 차치하고, 작품에 임하는 진심이 느껴져 그 마음에 감동합니다. 매섭고 견고한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겠지만, 거대한 세상을 이루는 한 개인은 마치 양서 같은 연극 한편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바라보는 이성과 시선에 변화의 물꼬가 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의미한 연극으로 작은 변화의 서막을 여는 신세계는 그 이름처럼 보는 이들의 시선을 신세계로 향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무대 위 연기가 아닌 실제로 아파하고 슬퍼하는 배우들을 보며 필자 역시 아프고, 슬프고,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순간 느낀 아픔과 슬픔과 고통은 실존의 아픔과 슬픔과 고통의 시간을 견뎌온 수 많은 전쟁 피해자의 그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좋은 연극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