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 하기 싫다. 그냥 좋다. 글 끄적거리는 에너지 낭비도 싫다. 내가 지금 당신을 보는게 좋다.

표현이 너무 좋았습니다,
우리의 몸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는 공연이었어요.

먼저 이 복잡한 동선을 어떻게 맞췄는지 놀라움을 넘어 신기하기만 합니다.
처음엔 재즈처럼 장면이나 전개에 대한 합의를 두고 자유롭게 개인 안무를 펼친게 아닌가 했는데 보다보면 동선과 흐름에 대한 연출이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무대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익숙하지만 낯선 일상적 몸짓을 무대에서 구현해내기 위해 아낌없이 땀흘린 무용수들과 연출가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몸은 우리를 형성하는 덩어리다. 우리는 몸 속에서 살고 몸을 통해 산다. 정신과 몸을 크게 우리를 분류하는 2가지라고 말하지만, 우리가 죽는 것은 결국 몸이 죽어서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몸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건강? 몸짱? 몸의 피곤함? 몸매? 이런 단편적인 것들로는 결코 알수 없는 우리 몸의 사소하면서도 일상적인 이야기, 그것을 예술로 승화한 것이 이번 국립현대무용단의 몸쓰다 공연이었다.

예술의 전당을 오랜만에 찾았다. 언제나 호화롭고 여유로와 보이는 예술의 전당도 막상 들어와 보면 피곤한 몸을 한 사람들로 가득 차있다. 신기한 것은 내가 피곤하면 주위에 가득찬 사람들도 피곤해 보이고, 내가 상쾌하고 말끔하면 주위 사람들의 몸도 그렇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이날은 금요일 오후여서 그런지 모든 사람들이 뭔가 들뜨고 기분좋아보였다. 그래서 공연이 더욱 기대가 되었다.

공연은 인터미션없이 70분간 진행되었다. 무용수들이 각자의 몸동작을 여러 단순한 음악에 따라 선보이는 데, 서사가 있는 것 같지만,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닌 듯 했다. 그저 일상에서 우리가 쓰는 몸동작이 간간이 캐치될 때마다, 그것에 몰입할 수 있었다. 조명과 무대 장치의 효과도 돋보였는데 날로 무용에서도 이런 외부 도구의 힘이 중요해지는 것 같아, 과연 종합예술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중반 이후에 재즈보컬리스트 박성연의 ‘바람이 부네요’ 라는 곡이 흘러나올 때였다.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가수의 노래였고, 이 노래 전까지만 해도 멜로디도 뚜려하지 않고, 가사도 없는 미디엄 템포의 반복되는 음악만 나오다가, 갑자기 가사가 있는 느린 곡이 흘러나와서 집중이 되었다.

바람이 분다라는 것은 결국 무엇일까? 우리는 바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나? 천천히 부는 바람의 소리는 들을 수 없다. 맛도, 냄새도 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약한 바람이라고 해도 우리의 몸은 느낀다. 스쳐가는 바람이 우리를 미세하게 떨게 만들듯, 우리의 삶에서 바람이란 것은 그만큼 몸을 자극하는데 일등인 도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몸을 이끌고 이동작 저동작을 펼쳐나가는 무용수를 보며, 나는 눈을 감고 내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떤 공연은 끝나고 장면이 기억나고, 어떤 공연은 끝나고 음악이, 어떤 공연은 끝나고 공연 자체가 기억나믹도 하다. 7월 28일에 본 이날의 국립현대무용단의 공연은 그 날짜가 기억날 듯 하다. 돌아오는 길은 무지하게 더웠지만, 그 더운 느낌을 알려주는 몸마저도 나의 것이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진정 이 작품에서 안무와 연출이란 걸 하긴 하신건 지 묻고싶네요 무얼 말하고 싶으신 건지 관객에게 전혀 와닿지 않았습니다. 훌륭한 무용수들에게는 무한한 박수를 보내고싶지만, 안무가님께서 인터뷰에서 말씀하셨던 [일상생활에서의 몸쓰임]이란 건 찾을 수 없었어요. 코로나때문에 3년만에 보러간 공연이라 기대가 컸는데 너무 실망스러웠어요. ㅠㅠ 별두개는 열심히 춤추신 무용수님들에게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