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에 등장하던 압생트때문에 천재화가 고흐의 삶과 그림이 또렷하게 떠오르고 극중에 등장한 남주가 문득 어떤 면에서 고흐와 비슷한 성격을 지녔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나인진의 2인극 <로스트>가 상연을 시작했다. 나인진의 수장이자 작,연출을 겸하고 있는 정구진의 신작으로 대학로의 상업극 중 작품성과 완성도를 인정받는 몇 안되는 작품 중 하나인 '진짜나쁜소녀'를 제작한 장본인이다. 무겁고 독한 인간군상의 내면을 어둡게 그려내고 있지만, 그 저변에 깔린 고독과 슬픔을 동정이나 연민으로 미화하지 않고 오로지 관객들의 시선에 밑겨두는 정구진 특유의 시니컬함은 신작 <로스트>에서도 다시한번 빛을 발했다. 셜록홈즈, 헹오버, 런투패밀리 등의 힛트작들에서 볼 수 있는 코믹함 속에도 그의 어둡고 독한 기질은 언듯언듯 녹아나는데 희극과 비극은 유전자가 같은 이란성 쌍생아임을 증명하는듯 하다. 사랑에 배신당하고 알콜에 의존해 생명력을 잃어가는 천재 작곡가, 가정폭력과 학대, 방임에 병든 반쪽짜리 성인. 사람을 피하는 제임스와 사람이 필요한 엘리의 정서는 이질적인듯 하나 서로 맞닿아 있다. 귀찮고 성가시던 엘리의 두서없는 수다와 관심에 묘하게 위안을 얻는 제임스나, 동경의 대상이자 현실 판타지 같은 제임스의 과감하고 직설적인 관심을 두려워하고 경계하는 엘리가 느끼는 이중적 감정은 소외된 인간들의 부정적인 트라우마 이면에 잠식되어 있던 욕구를 섬세하게 중첩시키며 술이라는 오브제를 통해 관계를 발전시키는 키워드로 다룬다. 각기 다른 이유로 단절되고 고립되었던 두 인물은 그 욕구에 다가서며 '소통'의 출구를 찾고 열린 결말로 뚜렷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은채 극은 마무리 되지만, 오선지를 다시 펼치는 제임스와 비로소 잠이 든 엘리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막연한 희망을 읽는다. 시나리오도 연출도 연기도 참 좋다. 정구진 스럽다. <로스트> 역시 오픈런으로 기획된 작품이라는데 좋은 결과가 예상되는 또 하나의 작품이다. 미리 축하하며 응원한다. 부디 내실있는 기획사로 승승장구하여 대학로 연극배우들의 든든한 디딤돌이 되주길 바란다.

짧은 시간 동안 펼쳐지는 두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삶과 관계에 대해 생각해볼만 하고 경청 그리고 소통이 이리도 중요하다는것을 다시 한번 느낀 작품이었네요.

매력적인 2인극이었습니다. 서로가 평행선을 그리듯이 자신의 이야기만을 하고, 목적이 다른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안타깝고 답답했습니다. 소통의 부재. 지금 우리의 모습이라는 큰 울림을 주네요.

묘한 흡인력이 있는 연극입니다. 두 사람의 핀트가 살짝 어긋난 대화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후반부를 제외하면 딱히 큰 사건이 있거나 반전이 있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집중도가 쩌네요..

임종완, 윤지원 배우 캐스팅으로 보게 되었는데 두 배우의 연기가 워낙 좋았던지라 진심 달리 캐스팅 된 배우들의 합도 궁금해집니다.

서로가 아픈 과거가 있고 삶의 결핍이 컸기에 점점 그들이 나누는 대화가 가슴에 와 닿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