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 대본에 임하는 전박찬 배우의 연기(?)는 좋았지만
배우에게 좀더 자율성을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자람님을 오랜만에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작년부터 연극을 보기 시작했는데 짧은 역사지만 본 중 가장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시도에 놀라고 감동받은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첨단장비와 기술로 무대의 경계를 확장한 것을 포함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등 좋은 점은 차고 넘치지만, 가장 저에게 울림을 준 부분은 연극과 그것을 구성하는 각 요소(배우 극본 연출 작가 등)의 개념, 본질에 대해 가지고 있던 선입견을 내려놓게 해준 것이었습니다. 어린 낫심(작가인 동시에 극의 주인공, 화자)이 엄마와 했던 추억 속 경험을 거치면서 마지막에는 배우가 낫심이 처한 상황과 감정을 공유하고, 더듬더듬 말을 처음 배우는 어린아이를 어느새 연기하게 되는 과정에서 전율을 느꼈습니다. 결국 초반 대사에서 배우와 관객이 궁금해했던, 배우가 어떻게 내적 동기를 가지고 연기를 해야 하는지 답을 결말에서 제시하는 것 같았어요. 우리가 그동안 안다고 생각한 연극은 가면을 쓰고 나온 배우의 모습에서부터 출발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 이전에 하나의 작품을 처음 접한 배우가 그 가면을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작가는 배우와 대본이라는 도구를 통해 연극으로 어떻게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하는지 그 본질적인 전체 과정을 무대로 올려서 보여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쉽고 기본적인 몇 가지의 대사로 된 간단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 또한 연극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해 주었고요. 배우는 표면적으로는 단순 나레이터 또는 작가의 아바타에 그치는 것 같지만 아니었죠. 낫심에서도 배우는 작가의 의도에 따라 연기를 하게 됩니다. 다만 기존의 연극에서처럼 사전에 극을 해석하고 연습해서 준비한 가면을 쓰고 하는 연기가 아니라, 배우의 순간적인 이타심으로 인해 저절로 하게끔 되어있는 연기 라는 점이 너무나 신선했습니다. 결국 연기란 가상의 스토리이든 실제 누군가의 어린시절 경험이든, 어떤 이야기와 인물에 깊이 공감하고 그와 같은 마음이 되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이타주의자 란 키워드는 연극의 본질과 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극은 굳이 이런 화려한 라인업의 명배우들이 아니라 누굴 데려놔도 할수 있다는 평가는 너무 박할 뿐 아니라 틀린 평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보는 대본을 한번 읽으면서 곧바로 그 감정을 공감하고 그 입장이 된다는 것은 배우로서도 여간한 내공과 진정성, 용기, 그리고 이타심이 없다면 어려울 테니까요. 작가 낫심과 참여한 모든 배우들에게 감사와 경의를 보냅니다.

괜찮음

낫심 NAS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