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봐도 슬프다 ㅠ

책도 너무 좋아했는데, 뮤지컬도 너무 좋아요. 보면서 너무 감동적이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뮤지컬이었습니다.

4월 2일 저녁, 뮤지컬 긴긴밤을 보고 나왔다. 하지만 극장이 환히 밝아지고 배우들이 인사를 마친 뒤에도, 나는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 노든과 🐧 펭귄의 긴 여정이 끝났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가슴속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이번 앙코르 공연은 초연과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노든'''' 역에 김다흰 배우가 합류했다는 점이었다. 김다흰 배우의 노든은 거칠고 강인하면서도, 어딘가 더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특히 〈바람보다 더 빠르게〉에서 그는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자유를 향한 갈망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기존의 노든이 외로움을 견디는 존재였다면, 이번 공연의 노든은 변화하고 성장하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이야기는 작은 알에서 시작된다. 〈이야기의 시작〉에서 조그마한 펭귄(연지현 분)이 알에서 깨어나 세상을 향해 노래하는 순간, 우리는 그의 여정에 동행하게 된다. 하지만 세상은 펭귄에게 가혹했다. 가족도, 친구도 없이 혼자 살아남아야 하는 곳. 그때 그는 우연히 노든을 만난다.

펭귄과 노든이 함께 부르는 〈살아남는 건〉은 이 작품의 핵심을 담은 곡이었다. 연지현 배우는 특유의 맑고도 강한 목소리로 어린 펭귄의 순수함과 단단함을 동시에 표현했다. 반면, 김다흰 배우의 노든은 묵직한 울림을 더했다. 이렇게 상반된 두 존재가 만나 서로를 변화시키는 과정이 이 뮤지컬의 가장 큰 감동 포인트였다.

시간이 흐르며 두 존재는 조금씩 서로에게 스며들었다. 〈한 걸음만 더〉에서는 처음에는 투닥거리던 노든과 펭귄이 이제는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바다를 향한 여정을 결심한다.

이번 공연에서 달라진 또 하나의 점은 무대 연출이었다. 기존보다 더 세밀한 조명과 영상 효과가 추가되어 변화하는 배경을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특히 〈탈출〉 장면에서 빠르게 전환되는 무대와 조명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드디어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을 때, 무대 전체가 푸른빛으로 물들며 관객들을 환상의 세계로 이끌었다.

그 순간, 배우들이 부르는 〈우린 바다에〉는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모든 것이 끝났다는 안도감, 하지만 그 끝이 새로운 시작이라는 사실이 벅차오르게 했다. 그리고 노든이 마지막으로 부르는 〈가장 반짝이는 것〉. 그는 무엇을 가장 빛나는 것으로 기억했을까? 별도, 바다도 아닌, 함께한 여정 그 자체.

이야기의 끝, 〈긴긴밤〉이 흐르며 노든과 펭귄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긴긴밤을 지나 우리, 여기까지 왔어.” 이 노래가 끝난 후, 펭귄은 혼자 남아 마지막으로 〈바람보다 더 빠르게 Reprise〉를 불렀다. 처음과는 달랐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어린 펭귄이 아니었다.

극장을 나서는 길, 공연 전과는 다른 기분이었다. 우리 모두 노든과 펭귄처럼 긴긴밤을 지나 어디론가 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이제는 확신할 수 있다. 그 길이 어디든, 혼자가 아니라는걸.

무대는 간결하면서도 상징적인 소품과 조명으로 상상력을 자극한다.
LED 조명과 소품들은 사막, 들판, 바다 같은 배경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무대 바닥에 사각의 움직이는 조명으로 이야기에 따라 장소를 바꿔주고 있다.
동물원으로 바다로 숲으로,,,, 작품의 순수함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극 말미에 서로를 인정하고 응원하는 장면에서는 관객석 쪽에서는 우는 분들이 꽤 있었다.
“넌 이미 훌륭한 코뿔소야” “넌 훌륭한 펭귄이야” 각자의 다름을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가치를 알려준다.
노든 역에 김다희 배우의 연기 실력은 익히 알고 있었고, 노래도 하시는 줄은 처음알았네
고통과 슬픔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가는 캐릭터를 섬세하게 잘 표현한다.
펭귄 역 배우는 외모에서 부터 천진난만함과 강인함, 귀여움 모두 잘 보여주고 있다.
두 배우의 조화와 앙상블이 훌륭했다.
이 작품에서 또 가장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음악이다.
간결하면서도 서정적인 멜로디가 극의 분위기를 완벽히 담았다.
특히 가사는 이 이야기를 그대로 담아서 몰입하게 했고, 쉬운 멜로디는 극이 끝나고도 기억에 남게 만들었다.
​동물 이야기로 인간 사회와 삶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함께 살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갈등과 화합,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되는 사랑과 연대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다.

이 뮤지컬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입소문으로 익히 들어 알고 있었던 작품, 뮤지컬 긴긴밤. 정확한 내용은 몰랐지만, 관객들의 극찬이 이어지는 공연이라는 점에서 꼭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정보를 찾아보니, 어린이문학상을 수상한 동명의 책을 원작으로 하고 있더군요.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어린이 공연이라는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곧 전체 관람가이면서도 단순히 어린이만을 위한 공연이 아니라는 의미겠죠.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잔잔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일 것 같다’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캐스트가 다양해서 고민이 되었지만, 조금이라도 익숙한 배우가 출연하는 회차를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김다흰 배우가 출연하는 날로 예매를 결정했죠. 김다흰 배우를 처음 본 건 연극 클로저에서였는데, 이번 작품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공연이었기에 과연 긴긴밤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무대 위의 김다흰 배우는 그저 ‘노든’ 그 자체였습니다. 연기뿐만 아니라 목소리에서도 캐릭터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고, 노든의 여정을 함께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김다흰 배우 외에는 처음 보는 배우들이었지만, 모두 긴긴밤에 어울리는 따뜻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어요. 연지현 배우는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부터 정말 ‘펭귄’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연을 보다 보니 ‘어, 펭귄의 이름은 뭐지?’라는 궁금증이 들었는데, 실제 역할 이름이 그냥 ‘펭귄’이더라고요.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조금 의아했습니다. 앙가부와 윔보 역을 맡은 윤철주 배우는 어린이문학을 원작으로 한 극의 특성을 잘 살려, 마치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목소리와 몸짓으로 캐릭터를 표현해 주었어요. 그리고 치쿠 역을 맡은 유동훈 배우는 전체적인 극의 분위기를 묵직하게 잡아주며 안정감을 더해주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캐스팅이 정말 잘 어울렸고, 덕분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장치를 활용한 무대는 아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배우들의 연기가 더욱 중요한 공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배우들은 이러한 점을 완벽히 소화해냈고, 그 덕분에 무대 장치의 부족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극 중 바닥을 활용한 모션 장면이 많았는데, 객석에서는 이를 제대로 보기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에 펭귄이 바다를 찾는 장면에서는 무대 전체를 활용하며 바닥의 모션과 연출이 훌륭하게 어우러졌는데, 다른 장면에서는 그 효과를 온전히 전달받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이 부분은 조금 개선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긴긴밤은 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따뜻한 이야기와 감동적인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덕분에 오랜만에 마음 깊이 남는 작품을 만났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여운이 길게 남는 공연이었습니다. 좋은 작품을 만난 기쁨과 함께,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