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과 소통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꾸준히 자신의 예술성도 포기하지 않는 그룹 자우림. 그들은 그렇게 대중과 예술의 경계에서 아슬한 줄타기로 17년의 생명력을 보존해왔다. 그들의 새 음반은 늘 자의식의 문제를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공감하는지에 대한 일종의 물음표이자, 숙제 같은 것이었다. 귀에 쏙 들어오는 중독성 강한 멜로디 뒤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문제의식이 메시지를 통해 전달되고 있었던 셈.

대중은 가끔 자우림이 주는 선물 빗자루를 타고 동화의 세계로 빠지기도 하지만, 이내 처절한 현실의 삭막함을 경험하기도 한다. 기쁜 듯 슬픈 얘기들은 사실은 우리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최근 2년 만에 내놓은 9집 `굿바이, 그리프(Goodbye, Grief)'도 그런 원칙을 그대로 계승하지만, 좀 더 밀도있는 구성과 색채감으로 진지하게 다가선 게 차이라면 차이다. 음악적인 부분에서도 그렇고, 메시지적으로도 그렇다.

음악적으로는 예전에 비우던 작업들과 거리를 두고, 완성도 높게 채우는 쪽으로 신경을 썼다. "4집부터 8집까지 사운드를 비우면서 하는 작업이 너무 즐거웠는데, 이번에는 다른 방향으로 가자고 결정했어요. 그래서 음악적으로 밀도가 높은, 계산적인 사운드를 생각했고, 송라이터 부분에 있어서도 밴드 본연의 느낌을 더 투영시켰죠."(김윤아·보컬)

단순하게 흘려 들을 수 없는 사운드 위로 전달되는 메시지 또한 녹록치 않다. `디어 맘'에서 던지는 부모의 책임감에 대한 이야기나 타이틀곡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돌이켜보는 청춘의 고통과 좌절은 소비성 음악의 달콤함에서 일찌감치 벗어 나 있다.

자우림의 진지한 음악적 고찰은 이제 가볍고 트렌디한 음악에 목숨을 거는 여타 밴드들과 노선을 달리하겠다는 숨겨진 의도일지도 모른다. 화제성 음악보다 오래 빛나는 음악으로의 접근. 그들은 이제 새로운 밴드감을 맛보고 있는 중이다. 새 음반 발매를 계기로 자우림은 오는 12월 28일 코엑스 홀 D에서 2년 만에 연말 콘서트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펼친다. 이 콘서트에서 그들이 들려주는 음악은 듣는 이의 성장 호르몬을 한층 더 자극할 듯하다. 콘서트에 앞서 자우림이 인터파크 `뮤지션스 취향'을 통해 그들의 음악적 성장에 도움이 된 음반과 공연을 꼽았다. 그들의 청춘에 긴장감을 안겨줬고, 그들의 미래에 청사진을 제시하는 작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