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합동공연을 하는 여러 이유 중 이 같은 이유가 첫손일 것이다. 그래서 몇명의 뮤지션만 뭉치면 `페스티벌'이란 수식어를 붙여 대규모 행사로 둔갑,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뭉치는 가장 큰 이유는 혼자 힘으론 관객 모으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작은 인지도도 여럿이 함께 하면 인지도 확장과 흥행에도 도움이 되는 법. 하지만 요즘 뮤지션들이 뭉치는 흐름 중 `대세'로 떠오르는 `협연'은 뷔페 처럼 섞는 다양한 조합이 아닌, 하우스 개념의 패밀리 조합이다. 오랫동안 한 곳을 같이 바라보며 음악적 유대감을 확고히 쌓은, 이른바 가족 의식이 잉태한 합동 공연이 공연계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각종 페스티벌 사이로 틈새 시장을 개척한 이들 패밀리 합동 공연은 탄탄한 팀워크가 작용한다는 점에서 각개 모형으로 모인 `잡탕 공연'보다 신뢰성이 높고 일관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공연 2시간 동안 이끌어가는 무대에서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단짝 친구처럼 두 사람이 모인 합동공연부터 대단위 가족으로 엮인 합동 공연까지 다채로운 패밀리 공연을 들여다봤다.

◆ 좀처럼 듣기 힘든 `힙합 변주'의 마술사…프라이머리&자이언티
프라이머리와 자이언티는 다이나믹 듀오가 `사장님'으로 계신 아메바컬처의 소속 뮤지션이다. 두 사람은 소속 아티스트들 가운데 가장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뮤지션으로 정평이 나 있다. 프라이머리는 힙합에서 중요한 래퍼 역할을 하지 않으면서 힙합의 큰 그림을 모두 그린다. 랩과 후렴 가창을 쓰는 기존 힙합 구성을 차용하지만, 장르에 편중되지 않고 아날로그 사운드를 입히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음악을 만든다. 자이언티는 음악 자체가 경이로움의 연속이다. `둡(Doop)'이나 `도도해' `뻔한 멜로디' 같은 노래는 입에 살살 녹을 뿐 아니라, 뼈속깊이 스며드는 독특한 감성으로 듣는 이의 심장과 혼을 제어할 정도다.

　소속 뮤지션으로서 갖고 있는 감성은 서로 비슷하나, 외형적 틀은 사뭇 다르다. 프라이머리는 작곡과 프로듀서에만 집중하고, 자이언티는 가창, 작사, 작·편곡 등 전방위로 활동한다. 두 사람이 모두 `쫄깃하고' `감칠맛나는' 음악을 한다는 점에선 비슷하다. 다른 듯 비슷한 두 사람이 처음으로 합동공연을 펼친다. 오는 30일과 9월 1일 서울 합정동 롯데카드 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합동 공연은 최신 흑인 음악의 트렌드를 한눈에 읽을 수 있는 자리다.

　2회로 예정된 공연은 `팬들의 성원'에 못이겨 1회가 추가됐고 3회 모두 매진됐다. 공연의 수요도 10, 20대 젊은층이 중심이다. 공연은 프라이머리, 자이언티, 합동 무대 총 3부 정도로 나뉘어진다. 프라이머리는 "조금 밝히자면, 내 무대에선 (음반에) 참여한 피처링 가수 대부분이 나올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이미 음원 차트에서 확인했듯, 두 사람의 노래는 쉽게 따라부르기도 좋고, 그냥 감상하기에도 좋다. 힙합이면서도 힙합 같지 않는 멀티 장르를 맛볼 수 있는 재미는 이들 공연이 지닌 가장 큰 차별점이자 특징이다.

◆ 코믹 이미지에서 벗어난 야릇한 레게의 재미…스컬&하하
하하의 엽기적이고 코믹적인 이미지때문에 두 콤비의 음악성까지 쉽게 무시되는 상황이 계속되어야할까. 그러기엔 빌보드가 인정한 레게 뮤지션 스컬의 묵직한 존재감이 너무 크다. 스컬의 진지함은 하하의 숨겨진 음악성과 희화성으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하하의 음악성은 스컬의 실력과 끼로 재발견된다. 레게 음악이 갖는 리듬의 특성이 그렇듯, 더 많은 사람이 신나고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문화의 보편성을 고려한다면 이만큼 적당한 조합도 없다. 이들은 17일 서강대 메리홀에서, 31일 부산 오즈홀에서 `레게릴라 콘서트'란 이름으로 첫번째 단독 콘서트를 펼친다.

　무대는 마치 레게의 본고장인 자메이카 선셋코브비치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구성으로 꾸려진다. 여기에 원터케논과 워터스크린으로 흠뻑쇼의 끝판을 선보인다는 게 이들의 계획. 스컬&하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적게될 공연이어서 비키니 착용이 필수"라고 농을 던졌다. 레게라는 공통 분모로 만난 이들은 이 무대를 `여름 콘서트'의 대표적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 `패밀리 공연'의 진수…문명진&허니패밀리 VS 스나이퍼사운드
`R&B의 교과서'로 불리는 문명진은 같은 소속사 식구 `허니패밀리'와 합동공연을 연다. 15, 16일 서울 연세대 백양홀에서 열리는 `썸머 쿨 페스티벌 콜라보'가 그것. 랩과 가창이 마구 뒤섞이는 현장은 마치 흑인음악의 소굴로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만하다. `불후의 명곡'에서 보여준 문명진의 가창 효과는 티켓 오픈 2주만에 전석 모두 매진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무대에는 초호화 게스트도 만나볼 수 있다. 바다, 허각, 울랄라세션, 박화요비, 스페이스카우보이, 가디스, 우주 등이 참가해 열띤 무대의 바통을 잇는다. 문명진은 "10년 음악 인생의 첫 콘서트인 만큼 공연 베테랑인 허니패밀리와 환상적인 콜라보 무대를 선보이겠다"고 의욕을 다졌다.

　힙합계에선 오랜 관록과 끼를 지닌 스나이퍼사운드 식구들의 공연도 준비됐다. 오는 31일 서울 홍대 V홀에서 열린다. 맏형 MC스나이퍼를 비롯해 휘랩, 비케이, 이고밤, 송래퍼, 디제이영 등 대중에겐 비교적 낯선 이름이지만 무대에선 그 실력이 녹록치않은 뮤지션들이 랩의 ABC를 탁월한 감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한솥밥을 먹으면서 다져진 깊은 하모니가 제대로 전달될 `패밀리 공연'의 전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