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의 종지부를 찍는 날은 그해 마지막날인 31일이다. 이날은 크게 두가지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첫째가 대중음악계 유종의 미를 '누가 어디서' 거두느냐하는 것이다. 한해를 마감하는 자리를 통해 아티스트들은 이듬해 활동의 청사진을 펼칠 수 있는데다, 관객에게 감사의 인사도 전할 수 있기 때문. 그러기위해서는 아티스트가 충분한 관객 동원력을 자랑해야만 한다. 두번째는 이날 공연은 대개 이듬해 1월1일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관객과 이틀을 함께 한다는 특별한 축제의 의미가 내포돼 있다. '어떤 관객이 '그 또는 그녀'와 이틀을 함께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서 관객의 충성도를 파악할 수 있다. 　한마디로 31일 무대는 아티스트 인지도, 모객 능력, 관객의 충성도 등 다방면에서 검증된 아티스트의 콘서트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날 무대에 서는 아티스트들은 어떤 특징과 콘셉트로 관객과 만날까.

◆ 한국에서 가장 큰 실내공연장의 주인공은?
올해 최대 실내공연장인 체조경기장의 주인공은 로커 임재범이다. 매년 이 무대가 그해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거나 가장 많은 화제를 뿌리거나, 라이브 무대 경쟁력에서 뛰어난 솜씨를 지닌 이들에게 돌아가는 흐름을 고려하면, 임재범의 안착은 당연한 수순처럼 보인다. 실제 임재범은 올해 가장 '핫'한 대중음악계의 주류 아이콘이었다. 자유를 좇고 분노를 이기지 못해 방황의 세월에 갇혀 있던 그는 올해 MBC '나는 가수다'를 통해 세상의 달콤함을 처음 맛봤다. '나가수' 무대에서 그가 노래 한 곡을 끝내면, 사람들은 미친 듯 열광했다. 그의 카리스마에, 그의 퍼포먼스에, 그리고 개그맨 뺨치는 그의 놀라운 입담에. 그렇게 세상과 소통에 나선 그는 이제 만인의 연인으로,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정점의 매력을 지닌 인간으로 그려지고 있다.

임재범은 '나가수' 출연 직전까지 1000석 안팎의 무대를 전전하던 잊어질 뻔한 뮤지션이었다. 그의 진가를 아는 골수 팬들만 무대를 찾았을 뿐, 다른 이들은 서서히 그를 잊고 있었다. 특히 공연을 열고서도 가끔 뜬금없이 종적을 감춘 이력을 알고 있던 이들에게 그의 존재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나가수'에서 보여준 특유의 가창력, 독선적이지만 '자신도 못 이기는' 충동적인 자아가 솔직하게 그려지면서 그를 동조하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이들의 수도 점차 늘어갔다.
31일 체조경기장은 가수라면 누구나 탐내는 자리인데다, 경쟁력도 치열해 매번 그 주인공이 바뀌었다. DJ.DOC '순결한 콘서트'(2007년), 자우림 전국투어 콘서트 'Midnight Express'(2008년), MC몽 '버라이어티 정신'(2009년) 등 이날 무대의 주인공만 봐도 누가 그해를 거머쥐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임재범은 이날 무대에서 30, 40대 중년팬들과 다시 한번 대중과 진한 교감을 시도한다. '나가수'에서 불렀던 노래를 포함해, 자신의 히트 발라드곡, 록그룹과 함께 하는 거칠고 극렬한 록 음악 등은 물론이고 성대모사와 재치있는 입담 등 풍성한 쇼를 선보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