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들은 대중음악 콘서트를 좋아할까, 싫어할까. 요즘 연말처럼 하루가 멀다하고 펼쳐지는 콘서트와 마주하다보면, 우리는 콘서트를 무척 좋아하는 것 같다. 2000년 이전만 하더라도 콘서트는 그냥 음악 마니아들의 `단합대회'로 여길 만큼 특정인이 찾는 특별한 장소 같은 느낌이 강했다. 그도 그럴 것이 콘서트는 `아무나' 서는 곳이 아니라, 가창이 되고 연주가 되는 그야말로 전문 음악인이 펼치는 예술이란 인식이 강했던 탓이다. 그래서 댄스 가수가 공연을 한다고 하면 `코 후비며 콧방귀 뀌듯' 우습게 보는 경향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젠 체조경기장에서도 MR(반주음악)에 맞춰 아이돌 그룹의 댄스 음악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됐으니, 콘서트는 `인기 스타'면 누구나 오를 수 있는 각광받는 상품임에 틀림없다. 　음반(음원 포함)은 사도, 콘서트엔 좀처럼 나서지 않았던 사람들이 2000년 이후 라이브 무대에 대거 몰리면서 콘서트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2000년대 이후 올림픽홀이나 악스홀 등 중규모 공연장이 들어선 것은 관객의 니즈를 어느 정도 충족해준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지난 2003년 개관한 올림픽홀은 대중음악 전문콘서트장을 표방하며 그간 국내외 유명 뮤지션들을 끌어들였다. 악스홀 역시 중극장이 없던 한국의 초라한 무대 시장에 전문 라이브 콘서트장임을 알리며 대학로 소극장과 경기장 중심의 대형 극장 사이의 관객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최근 강북과 강남 사이에 위치한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공연장도 최신식 설비와 서비스를 갖추며 관객의 업그레이드된 니즈를 확실히 충족시키고 있다.

◆ 중극장(1500석∼3000석) 전문 공연장의 장단점
2000석 규모의 중극장은 그간 국내 무대에서 찾아보기 힘들 만큼 소외된 무대였다. 그래서 2000년 이전만 하더라도 300석∼1000석 규모의 소극장 무대가 여러 번 공연을 함으로써 중극장의 역할을 대신했다.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 콘서트가 몰린 것도 이 같은 이유. 2003년 4000석 가까운 규모로 개관한 올림픽홀은 나름 중극장을 필요로 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무리 없이 소화해내면서 대중음악 전문 콘서트의 기본 역할에 충실했다. 하지만 규모만 중극장에 맞췄을 뿐, 대중음악이 정작 필요한 조명과 사운드, 전기 등 소프트웨어는모두 공연기획사가 준비를 해야하는 한계가 있어 정확한 의미의 중극장 콘서트의 이미지를 획득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최근 리모델링을 통해 다시 개관한 올림픽홀은 대공연장(고정 2452석, 스탠딩 700석)과 인디뮤지션을 위한 소공연장(240석), 대중음악사를 정리한 상설전시관, 케이팝(KPOP) 한류 기획전시관 등을 마련했다. 올림픽홀은 그러나 강남에 위치한 지리적 한계, 사운드를 흡착할 만큼의 객석의 접지력을 살리지 못한 한계 등 여전히 문제점도 적지 않다.

2006년 개관한 악스홀은 일본 동경에 위치한 시부야 악스의 기술과 노하우를 도입해 음향, 조명, 무대시설에 신경을 많이 썼다. 악스홀은 스탠딩 공연 기준 2000명, 좌석 기준 109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이 공연장의 특징은 어느 자리에서도 무대 전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관람의 사각지대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철제 구조로 구성된 딱딱한 이미지 때문에 정서적으로 차가운 이미지가 강하고, 좋은 음향 장비를 갖고서도 소리의 울림이 퍼지는 현상이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음에도 내부벽을 나무같은 하드한 소재로 처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공연장소로도 일반인에겐 생소한 광나루역에 위치해있어 접근성에 불편한 점이 있다.

올림픽홀과 악스홀이 서울 중심과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는데다, 규모에 비해 사운드 흡착력이 떨어지는 단점을 안고 있다면, 최근 개관한 대중음악 전용콘서트장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은 이 같은 단점을 장점으로 바꾼 사례다. 남산 1호 터널을 지나자마자 보이는 이 콘서트장은 강북과 강남을 잇는 교통 중심부에 위치해 일단 접근성이 좋다. 지하철과의 연계성은 국내 최고다. 지하철 한강진역에 내리자마자 바로 콘서트장과 연결되는 이 구조는 계단을 타고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 또 공연장의 소리 잔향이 1초로 전달력이 좋고, 소리를 흡수하는 첨단공법의 벽면을 도입해 최적의 음향시설을 갖춘 것도 다른 공연장에선 볼 수 없는 장점이다. 스탠딩 공연에서 관객들이 점핑할 때 바닥에 진동을 흡수하는 탄성소재를 쓴 것도 눈에 띈다. 이 공연장에서 보여주는 가장 큰 장점은 사운드다. 우선 모든 장르의 무대에서 내뿜는 소리들이 미세하게 울려 퍼지는 탓에 콘서트에서 가장 우선시 되는 듣는 맛이 좋다. 하지만 이 깨끗한 전달력 때문에 각 악기와 보컬의 조율이 조금만 어긋나도 음폭의 차이가 느껴질 수 있으니 무대위 밴드들은 물론이고 전문 엔지니어의 섬세한 조율이 필요하다. 그래서 출연 밴드가 전문적으로 기용하는 전문 엔지니어(하우스 엔지니어가 아닌)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포크나 어쿠스틱, 피아노가 주축이 된 비교적 클래식적 선율의 무대에서 이 공연장의 사운드는 최적화의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록 등 소리의 일그러짐이 발생하는 시끄러운 무대에선 배합과 조율의 솜씨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