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들의 `무엇'에 열광하는가
`슈퍼스타K' 시즌 중엔 특출난 연주도 특별한 끼도 선보이지 않았던 버스커 버스커는 최고 난적 `울랄라세션'에 여러 번 밀리면서 존재감도 그리 크지 않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원하는 `맞춤 서비스'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이들에게서 `새로움'과 `숨겨짐'을 발견한 것은 전적으로 데뷔 음반 덕분이었다. 음악적으로 `약할 것 같았던' 이들의 창작 음악은 모든 예상을 뒤집어엎고 찬란한 향기를 쏙쏙 물고 세상에 나타났다.

음악적으로 이들의 데뷔 음반은 어설프고 튀는 선율의 연속이다. 록 밴드 구성에 팝 음악을 하는 이들의 선율에 귀 기울여보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움직임이 가득하기 때문. 첫 마디에서 다음 마디로 진행되는 `보편적 규칙'에서도 멀찌감치 떨어져있고, 미국에서 공부 좀 했다는 프로 재즈 뮤지션의 눈에도 이상하게 비치는 윤종신같은 작위적 작법의 그림자가 이들에게 그대로 투영돼 있다. 한 마디를 듣고 다음 마디를 쉽게 예상하지 못하니, 자꾸 귀를 기울이게하는 `반복 청취'를 주입시키는 효과도 안겨준다. 신선함이 익숙함으로 바뀔때까지 계속 듣게 되고, 급기야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흥얼거리는 각인 효과를 유발하는 것이다.

또 음반에서 클린업 트리오로 평가되는 `첫사랑' `여수 밤바다' `벚꽃 엔딩' 등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가성의 미학'이다. 아주 중요한 포인트에서 사용되는 가성은 듣는 이의 감성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 `여수 밤바다' 후렴구에서 쓰이는 `너와 함께∼'하는 가성은 풋풋하고 설레는 느낌을 온전히 전하는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고, `벚꽃 엔딩'에서 `봄바람이 휘날리며∼'하는 가성 부분도 아련한 회상에 적게하는 결정적 음으로 쓰인다.

이들의 음악은 아방가르드하진 않지만, 대체로 이해가능한 범위내에서 `실험적'이고 `가성'이라는 `가상의 음'을 쓰면서도 진실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지금의 청자는 바로 `이것'을 원한다. 새로운 세계에 가서도 `진실'한 가치를 느끼고 싶어하는 것이다. 버스커 버스커는 그 일을 적절하면서도 아주 새로운 방식으로 수행하고 있다.

◆ 미완-친근-첫사랑…아날로그의 3박자
버스커 버스커에 대한 인기의 핵심은 아날로그에 있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를 논하는 것만큼 촌스러운 일도 없겠지만, 인간의 감성은 수백, 수천년이 지나도 여전히 `아날로그'적 테두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정서의 아날로그'는 인간에게 중요한 화두다. 이들의 음반은 `미완의 그림자'가 계속 엿보인다. 마치 군가를 부르는 듯한 정직한 목소리, 연주의 투박함, 편곡의 불완전성 등이 그렇다. 어떤 노래에서도 정직하게 부르는 다소 밋밋한 창법, 그리고 고음에서 불안하게 떨리는 창법은 예쁘고 멋드러진 기존 가창에 `위협'을 가할 만큼 특색있다. 마치 `내가 부족하지만 그래도 내 얘기 한번 들어볼래?'하는 식으로 다가가는 접근법은 청자의 닫힌 문을 열게하는 중요한 열쇠다. 그리고 들을수록 느껴지는 `그'의 진실한 언어와 태도를 어느 순간 이해하게 되고, 공감하게 된다.

칼날 같은 외모를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연주나 노래를 기가막히게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스타처럼 신비로운 이미지를 가꾸며 사는 것도 아닌 이들의 캐릭터는 언제나 쉽게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친근성'과 들어맞는다. 20대 젊은이들이 꿈꾸는 세상을 함께 바라보며, 언제라도 베낭을 메고 훌쩍 떠날 것 같은 자유로운 이미지에서도 그들은 금세라도 손을 내밀어줄 것 같다. 그런 동네 친구나 오빠같은 사람들이 멋부리지 않고 내놓은 친근한 음악에 열광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 아닐까.

첫 사랑을 떠올리게하는 풋풋함과 설렘을 부르는 가사들은 비단 또래 친구들인 20대뿐 아니라, 30대나 40대까지도 공감할 만한 보편적 정서에 근거하고 있다. 특히 `사랑에 가장 많은 희비'에 놓여있는 20, 30대 여성들에게 이들의 음악은 특효약이다. `나는 어떡하죠 아직 서툰데/이 마음이 새어나가 커져버린 내 마음이 자꾸만 새어나가/…'(`첫사랑'중에서) `너와 함께 걷고 싶다/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어…'(`여수 밤바다'중에서) `그대의 아홉 번째 척추가 날 미치게 해 좋아요…'(`이상형'중에서) 등 직설적이고 구체적으로 풀어놓은 `사랑의 언어'들은 때론 기억과 회상의 편린속으로, 때론 다가올 누군가에 대한 희망의 저편으로 다가가 감성을 깊숙이 자극한다.

음악은 아날로그 정서가 주는 최대의 선물인데, 버스커 버스커가 디지털에 상처받고, 계산적인 현대 사랑에 마음 잃은 이들을 위해 값진 선물을 내놓고 "함께 하자"며 위로를 건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