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따로 또같이' 공연이 유행이다. 홀로 나서도 흥행에 성공할 자신이 있지만, 둘이 나서면 더 새롭고 즐거우며, 셋이 나서면 완벽한 무대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에 뭉치는 무대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 이런 형식의 무대는 `행사성' 합동 공연이 즐비했다. 이를 테면, 리얼 반주 없이 녹음반주(MR)를 틀어놓고 가수 한명씩 차례로 나와 히트곡 2∼3개 부르는 게 전부였다. 그러다 차츰 `공연의 본질'을 위해 라이브 세션들이 들어서고, 라이브 무대에 잘 적응하는 뮤지션들 위주로 하나둘씩 뭉치면서 지금의 `협업 무대'가 완성 단계에 이른 것이다.
이같은 무대는 시작이 중요하다. 첫 무대가 성공하면 `브랜드 콘서트'가 되고, 망하면 다시는 같은 제목으로 비슷한 뮤지션들끼리 서지 않는다. 이 무언의 법칙에 따라 국내 라이브 합동 무대의 허와 실이 드러나는 셈. 요즘 어떤 합동 공연이 눈길을 끌고 있고, 과거에 어떤 합동 공연이 쉽게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는지 살펴봤다.

◆ "이 정도면 '브랜드 콘서트'로 불러줘"

　◈ 윤상·이병우·김광민의 '플레이 위드 어스(Play With Us)' = 지난해 첫선을 보인 이 무대는 시작부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다 아시다시피, 모두들 워낙 출중한 뮤지션들이었으니까. 1990년대 세련된 발라드의 한 축을 세운 싱어송라이터 윤상, 국내 유일의 멀티 기타 플레이어이자 영화 음악의 황금손이라 불리는 기타리스트 이병우, 그리고 클래식에서 재즈까지 수준급 연주를 선사하는 재즈피아니스트 김광민. 이들은 지난해에 이어 오는 8월5∼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같은 이름을 달고 무대에 오른다. 모두 즉흥 연주가 가능한 플레이어들이어서 기존의 곡을 새로 편곡하는 실험적인 무대는 물론, 2인 잼(Jam:즉흥연주), 3인 잼 등 다양한 형태의 협연이 선보일 예정이다. 세 사람 모두 유학파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공연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병우는 오스트리아 빈국립음악대학 수석 졸업자고, 김광민, 윤상은 미국 버클리음대 선후배 사이다. 이번 무대에는 가수 하림과 아이유가 게스트로 특별 출연한다.

◆ "넘치는 끼 주체하지 못해…"

　◈ 휘성·김태우의 `2011 투 맨 쇼 - 솔 트윈스(SOUL TWINS)' = 가창의 표현력에선 남다른 끼를 자부하는 두 사람의 합동 무대는 뒤늦은 감이 없지 않았다. 좀 먼 길을 돌아온 측면이 없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뭉쳐 다행인 케이스. 휘성은 그간 다른 솔 보컬리스트들과 다양한 형식으로 합동 무대를 꾸리면서 자신의 끼를 불태웠고, 김태우는 방송 등에서 인기 가수들과 간결한 합동 무대를 가지며 아쉬움을 달래야했다. 두 사람은 모두 발라드나 R&B 등 전공 가창외에 다른 장르에서도 폭넓은 표현력을 자랑한다는 점에서 기대가 높다. `콘서트가 관객에게 미치는 영향'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이 두 사람이 뭔가 일을 벌이긴 벌일 모양이다. 서로를 `솔 트윈스'라고 지칭하는 이들은 "삶에 지친 이들에게 솔(Soul)이 맞는 친구와 함께라면 인생의 거친 길도 더 이상 두렵고 힘겹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자 합동 무대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8월12∼13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이 무대에서 이들이 어떤 끼와 재능을 더 끄집어낼 수 있을지 관심 집중!!!

◆ "우린 종교로 뭉쳤어요."

　◈ 함춘호·이세준의 'WAFL Night-JULY' = 언뜻 보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 국내 기타 세션계의 대부 함춘호와 발라드 듀오 유리상자의 이세준의 합동공연이 웬 말이냐고 묻는 이들에게 "같은 종교니까"라고 하면 할 말 없어지지 않을까. 그러나 더 깊이 파고들면 이들 만큼 맞는 조합도 드물다. 함춘호는 여러 장르의 음악을 섭렵한 연주계의 대가지만, 그가 동경하는 음악은 늘 따뜻한 어쿠스틱 선율의 세계였다. 이세준 역시 그 부드러운 창법만큼이나 따뜻한 선율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는 보컬리스트. 게다가 종교까지 같으니 이젠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이들은 2009년 공동 프로젝트 음반 `JULY(JesUs Loves You)'를 발매하면서 나눔과 사랑의 가치에 대해 역설해왔다. 지난 15∼16일 열린 이들의 합동 무대는 1회성이 아닌 다발성 무대로의 약진을 보여준 공연이었다.

◆ "멤버 교체 가능한 '브랜드 콘서트'로 기억해 주세요."

　◈ 바비킴·휘성·김범수의 '더 보컬리스트' = 2년 전 이 공연은 쟁쟁한 보컬리스트들의 만남이라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저음이 강한 바비킴, 고음이 돋보이는 김범수, 그리고 중저음에 탁월한 감각을 지닌 휘성은 더이상 말이 필요없는 완벽한 트라이앵글이었다. 이 콘서트는 매년 연말 열리는데, 지난해엔 김범수가 빠지고 여성 솔 보컬리스트 거미가 새로 합류했다. 공연명에 맞게 `보컬리스트'라는 그들만의 기준에 부합하면 멤버는 언제든 바뀌어도 상관없다는 주의. 이 같은 유연성 덕분에 매년 공연이 새로운 형식과 내용, 다양한 아이디어를 담을 수 있는 열린 무대를 지향하게 됐다. 목소리로 해 볼 수 있는 건 다 하면서도 따뜻함 속에 즐거운 분위기를 잃지 말자는 꽤 깊은 `원칙'도 갖고 있는 무대다.

◆ "성공할 줄 알았는데, 쫄딱 망했어요."
　◈ 이승철·컬투의 '크레이지 쇼' = 아직도 이해가 안가는 건 가요계와 개그계의 지존이 뭉쳤는데, 왜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았을까하는 점이다. 음악과 입담이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농담조의 `불협화음'이 실제로 커다란 후폭풍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이들의 의기투합은 시작부터 근사했다. "공연의 모든 콘셉트를 바꿨죠. 제가 노래 부르고 나면 바로 컬투가 나와 초절정 개그와 입담을 보여주고, 컬투가 노래하면 전 뒤에서 코러스를 하는 식으로 무대를 꾸립니다. 중요한 건 관객에게 쉴 틈을 주지 않고 계속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는 거예요."(이승철) "노래 잘하는 가수와 공연하면 최고의 쇼를 만들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은 항상 있었어요."(컬투) 이승철과 컬투는 모두 8장의 앨범을 낸 공통점이 있다. 또 이승철은 지금까지 2000회가 넘는 공연을, 컬투는 1200회가 넘는 공연을 연 `무대의 달인'들이다. 하지만 실제 공연이 열리자, 관객의 반응은 썰렁했다. 2007년 새로운 꿈을 안고 도전한 이 공연은 단 몇 회만 하다 바로 접었다. 이승철은 훗날 "역시 외길로 가야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며 숙연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독무대는 간편하지만 뭔가 부족해 보이고, 합동 무대는 어지럽지만 완성된 듯한 느낌을 받기 십상이다. 인지도가 높은 가수일수록 독무대가, 인지도가 낮을수록 합동무대를 선호하는 보편적 방식은 여전히 유효할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즐길거리를 원하는 관객의 욕구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에선 `뭉치면 사는' 법칙이 최선의 안전장치를 보장해주는 특효가 될 수도 있는 법. 문제는 어떤 방식과 주인공으로 합동 공연의 개념을 정리해 나갈 것인가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합동 공연을 위해 뭉치는 이들의 수가 늘어날수록 혼자 할 때보다 몇 배 더 열심히 노력하고 땀을 흘려야한다는 점이다. 그것의 진정성 만큼은 대중이 인정하고 수용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