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향기' `입영열차 안에서' 등 지금도 젊은 세대 입에서 계속 회자되는 이 노래들은 가수 겸 작곡가 윤상(본명 이윤상·45)이 부린 솜씨들이다. 작곡가 이름이 조금 낯설다 싶으면 걸그룹 S.E.S가 리메이크한 `달리기'나 아이유가 부른 `잠자는 숲속의 왕자'(1997년 혼성듀오 `알로'가 먼저 불렀으나 흥행엔 실패)를 떠올려볼 법하다.

10, 20년이 지나도 세련미를 잃지 않고, 팝적 감성이 넘치는 음악의 향기가 남아있다는 건 곡의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증거다. 윤상은 그렇게 90년대를 지나, 2000년대와 2010년대를 관통하는 세월동안 여전히 수많은 팬들의 기억과 잔상을 진하게 건드린다.

가창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가수로 데뷔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출중한 작곡 능력 덕분이었다. `이별의 그늘' `한걸음 더' `가려진 시간 사이로' `너에게' 등 셀 수 없이 많은 히트곡들이 그의 손을 타고 탄생했다. 그 선율에 담긴 감성의 흔적을 따라가다보면, 마치 한밤중 신이 몰래 준 선물처럼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한동안 뜸했던 그의 활동에 다시 청신호가 켜졌다. 오는 7월 12∼14일, 19∼20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롯데카드 아트센터(인터파크 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윤상의 1년 만의 콘서트 `여름 밤의 꿈'때문이다. 그는 오랜만에 소극장 무대를 연다. 공연 제목은 윤상이 작곡가로 데뷔하기위해 고 김현식에게 1988년 준 첫 곡의 이름과 같다. 25년이 지난 지금, 윤상은 처음 그 때의 감성이 문득 떠올랐다.

버클리 음대와 뉴욕대학원을 다니며 쉼없이 음악을 논리로 접근해야했던 그에게 `감성'은 `윤상의 존재'를 다시 확인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소극장을 택한 것도, 편안하고 어쿠스틱한 느낌으로 공연 곡을 다시 편곡하는 것도 모두 첫 감성의 흔적들을 느껴보기 위한 발걸음들인 셈. 얼마 전 미국을 잠시 다녀온 그는 "공적인 모든 일을 잠시 접고, 콘서트와 음반 작업만 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리부트(Reboot)'공연을 한 게 벌써 1년 전 일이에요. 계속 콘서트와 관련된 아이디어를 정리하면서 앞으로 꾸준히 무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번에 처음으로 가져보는 소극장 무대가 벌써 기대돼요."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물었더니, 그는 "나를 기다려주는 리스너들이 공감하고 만족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기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음반과 차별화된 편곡의 콘서트라든지, 지금 생각하고 고민하는 이야기들을 잘 정리해 소리로 음반을 만드는 일들을 계획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콘서트를 앞두고, 윤상은 인터파크 `뮤지션스 취향'에 응했다. 평소 즐겨듣는 음악과 감동받은 공연들을 멋드러지게 늘어놓았다. 일반 대중에겐 어려울 수도 있는, 그러나 듣지 않으면 안되는 음악들이 `신의 선물'처럼 한아름 준비됐다. 그의 선곡을 따라가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