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독콘서트 무대를 앞두고 있어요.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잠을 제대로 못 자요. 잠들기 전까지 ‘중간멘트를 어떻게 할까?, 밴드 소개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곡 순서는 어떻게 하지?’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꾸려야 하니까 끊임 없이 생각하게 되거든요. 옛날하고는 다르게 여러 가지를 혼자 해야 하니까 그게 가장 힘들고 부담이 되요. 그래도 즐기면서 하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연습실에서는 예민해져서(웃음), 원하는 만큼 사운드가 안 나오면 날카로워지거든요. 에이브(Aev)를 비롯해서 원티드 때부터 함께했던 친구들과 작업하고 있어서 마음도 잘 맞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조율할 수 있어서 아주 좋아요. 이번 첫 정규앨범 작업도 같이 했던 친구들이에요.
정규앨범 작업은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꽤 오래됐어요. 그 동안 작업가(신혜성, 린, 신화 등 앨범 작곡 및 프로듀싱)로 활동했는데, 곡을 쓰다보면 ‘아, 이건 내가 불러도 좋을 것 같은데’, 싶은 주기 아까운 곡들이 생기거든요. (웃음) 그런 곡들을 하나하나 모았어요. 이번 앨범은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한 것 같아요. ‘김재석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총집합 했다고 할 수 있어요. 편곡이 좋아야 가슴에 와 닿는 노래다라는 생각을 하는 편이어서 이번엔 편곡에 가장 무게를 실었어요.

리메이크곡 김동률의 ‘2년 만에’는 완전히 다른 노래던데요.
동률이 형이 “재석아, 네가 내 한 좀 풀어줘라”라고 하셨어요. ‘2년 만에’를 R&B곡으로 만들었는데 형이 원했던 만큼 안 나와서 R&B로 담을 수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저 역시 ‘아예 다른 곡처럼 리메이크를 해보자’라는 욕심이 있었는데, 동률이 형도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워낙 좋은 노래여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2년 만에'가 선공개 되고 나서 원티드 멤버인 (하)동균이한테 문자가 온 거에요. ‘노래 정말 좋다’라고. 아예 다른 곡처럼 들려서 제가 만든 곡인 줄 알았던 거에요. 나중에 “뭐야, 그거 동률이 형 곡이더라”라고 말해서 한참 웃었어요.
김재석 '2년 만에'

정규앨범에 대한 부담감도 컸을 것 같은데.
아이돌 가수들을 비롯해서 많은 가수들이 있잖아요. 그냥 싱글을 냈을 때 제가 과연 어느 정도의 경쟁력이 있을까를 생각했어요. 정규앨범을 내면 제가 이만큼 열심히 노력했다는 걸 알아주시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컸어요.

타이틀곡 ‘노랫말’등 닭살 돋는 사랑노래가 많던데요.  
누군가를 위해 곡을 쓰고, 노래를 부르는 일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는 일이잖아요.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나서의 간접경험, 직접경험들을 바탕으로 썼어요. 저를 포함해서 원티드는 우울하고, 슬픈 이미지에요. 어떤 노래를 불러도 슬프게만 들린다고 하시니까, 그게 참 스트레스였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밝게 부르자’고 다짐하고 불렀어요. 슬픈 노래도 마냥 슬프게 부르지 않으려고 노력한 앨범이에요. ‘그대만이 들려요’(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 OST)도 슬프게 들리지 않죠? 그것도 슬프게 부르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이제는 좀 섹시하게 들렸으면 좋겠는데(웃음).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혼자 집에서 피아노 치고, 곡 쓰는 게 노는 거에요. 그러다가 혼자서 영화보고, 커피 마시고(웃음). 혼자 마시는 커피가 정말 맛있어요, 생각도 많이 할 수 있고. 원티드 멤버들하고도 연락을 잘 안해요. 언제든 어제 연락한 사람처럼 바로 통화할 수 있는 그런 형제 같은 사이니까. 저희는 정말 많이 싸우거든요, 그래도 다음날이면 바로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요. 친형제들이랑 똑같아요, 싸워도 다음 날 또 볼 수 밖에 없는 사이. 우리가 그래요.

원티드 멤버들과의 추억도 많았을 것 같은데.
휘성, 거미, 박마마 등 노래 잘하는 가수들이 급부상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나도 저런 음악을 추구하는 곳에서 노래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데모 테이프를 만들어서 직접 기획사로 가져갔어요. 기획사 사장님이 “혹시 솔로 말고 그룹으로 활동할 생각은 없냐”고 하셔서 “전 솔로 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라고 해서 원티드가 결성된 거에요. 동균이, 성환이, 재호 저 넷이서 매일 놀러 다녔어요, 친해져야 한다고. (웃음) 새벽까지 연습하고, 끝나면 영화보고, 한강에 가서 눈 던지면서 놀고. 저희 네 명 목소리가 정말 다 특색이 있었거든요. ‘너무 달라서 맞지 않는 건 아닐까’ 내심 걱정했는데, 첫 번째 가이드곡 녹음을 듣고 사장님이 바로 “앨범 녹음 시작하자”고 하셨어요.


원티드는 데뷔 전부터 유명했었잖아요.
휘성씨가 전국투어 콘서트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도 같이 따라다니게 해달라”고 부탁했었어요. 그리고 전국투어에 게스트로 올라갔고, 덕분에 활동 전부터 휘성, 거미, 빅마마를 이을 네 번째 가수라고 큰 주목을 받았었죠. 6월 4일에 첫 앨범을 내고, 6월 11일에 첫방송을 하고 바로 음악 프로그램에서 9등을 했어요. 앨범을 내고 두 달도 안되서 연 콘서트가 전석매진일 정도로 반응이 좋았어요. 콘서트 뒤풀이에서도 “우리 이대로 유지만 잘하자”고 서로 격려하고. 하루 쉬고 지방공연을 끝내고 올라오는 길에 교통사고가 난 거죠.

정말 힘든 시간이었을 것 같아요.
미쳐있었으니까요. (서)재호는 사고로 떠나고, 저는 재활치료에만 3년이 걸렸어요. 그냥 마냥 힘들었어요. 머리를 기억하는 회로들이 한번에 확 풀어진 상태가 됐거든요. 집에 돌아와서 악보를 보는데 모두 낯선 거에요. 악기도 어떻게 치는 건지 기억 안 나고 노래도 안되고. 27살부터 30살까지는 정말 힘들었어요. 저한테는, 20대 후반의 기억은 없어요.

그 일을 극복할 수 있었던 계기가 있었다면요.
아직요. 극복은 못했어요. 묻고 사는 거죠. 예전보다 조금 더 깊게 묻고 살면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한번씩 꺼내봐요. ‘그렇게 힘든 일도 겪었잖아’라고 다독이게 되고. 동균이, 상환이, 저는 큰 일을 같이 겪었잖아요. 가슴에 묻고 있는 똑 같은 한 사람이 있기 때문에…. 저희는 평생 같이 할 것 같아요. 동생들 군대 가기 전에 원티드 앨범 녹음은 다 마쳤어요. 올해 안에는 앨범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나는 가수다’ 추천가수로 올라있는 글을 봤어요.
와, 기회가 된다면 나가야지요. 그분들과 경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최고의 세션들 앞에서 노래를 해보고 싶어요. 그 자체로 영광일 것 같아요. 홍준호(기타), 강수호(드럼), 서영도(베이스)등 세계 최고의 사운드를 내는 세션들이거든요. 그런 분위기에서 노래를 할 수 있다면 자체로 영광일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그려본 꿈, 미래가 있어요?
계획을 세워서 살고, 그 계획을 잘 지키는 편인데 36살이 되는 10월 달에는 결혼을 하고 싶어요. (웃음) 곡을 쓰고, 노래를 하는 일을 돈벌이나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되면 일을 그만 두려고 해요. 지금은 ‘김재석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즐기면서 하고 있는 중이에요.


요즘 김재석을 설레게 하는 것들이 있다면요?
‘최고의 사랑’ 그리고 ‘내 마음이 들리니'? (웃음) 요즘 드라마 보면서 많이 울어요, 차승원씨가 말은 세게 하면서 눈은 울고 있잖아요. 그게 정말 슬퍼요. 유독 가족 이야기에 약한 편인데 ‘내 마음이 들리니’는 가족에 대한 애틋함을 느끼게 해서 슬프고. 아, 감성적으로 살고 있어요. 요즘.

이정, 백지영, 거미 등 게스트들에 대한 기대감도 커요.
타이틀이 <김재석 콘서트>지, <김재석과 친구들> 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저 혼자 하는 게 아니에요. 원티드 무대는 물론이고 합동공연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풍성해요. “공연은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를 모토로 제가 직접 큐시트를 짜면서 준비했어요.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공연이니까 즐겁게,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에요.

대학교 댄스동아리 출신의 면모도 준비 중이라고 들었어요.
이런. 원티드 공연 한번도 안보셨구나! 저희 공연 때 마다 춤췄어요. 파격적인 무대도 많아요. 오세요, 오시면 알아요. (웃음)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스튜디오 춘_기준서(www.studiochoon.com)
디자인: 이혜경
음악: 인터파크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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