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째 아름다운 바다와 맑은 공기를 마시며 심신이 힐링됐는데, 알 수 없는 허전함이 느껴질 때. 제주의 익사이팅한 면모를 즐기러 나설 시간이다. 레포츠부터 체험형 전시, 핫한 클럽까지 오감이 짜릿한 제주의 놀 거리를 모았다.

 

#10:00 중문랜드 실탄사격장

예비역 병장을 비롯해 실탄 사격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의 짜릿한 스릴을 기억할 것이다. 한 발 한 발 쏠 때마다 스트레스가 잊혀지지만 실탄 사격장을 주변에서 찾기란 쉽지 않은 일. 제주도에서 여유로운 휴가를 즐기고 있다면 한번쯤 중문 실탄 사격장에 들를 것을 권한다. 12발 사격에 2만원이 넘다 보니 조금 망설여졌지만 쏘고 나니 확실히 기분이 전환됐다. 한 번도 잡아 본 적 없는 권총을 쥐고 사선에 서면 가까워 보이던 표적이 갑자기 멀게만 느껴지지만, 표적을 맞추는 게 대수인가. 쏠 때의 쾌감만큼은 강렬하다. 귀가 먹먹해질 때 쯤 비비탄 사격장으로 옮겨 갔다. 익사이팅한 손맛은 없지만 어린시절 비비탄 권총놀이의 추억이 떠올라 나름의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11:30 중문 카트장

평소 운전 중 신호 한 번 어긴 적 없는 모범 운전자로서 나름의 일탈을 즐길 수 있었던 장소가 중문 카트장이다. 본격적인 카레이싱은 무섭고(비싸고) 범퍼카는 시시하게 느껴지는 담력 정도라면 '카트레이싱'이 적격이다. 성수기 휴가철이 아니다보니 한적했던 카트장에서 간단한 안전교육과 조작법을 배운 후 출발했다. 생각보다 코스가 길고 카트 속력이 빨라서 만족스럽다. 아이와 함께 오는 가족 관광객들도 종종 보인다. 아빠와 아들이 나란히 앉아 레이싱을 즐기는 모습이 흐뭇하다.
 

#13:00 흑도새기

오전부터 사격과 레이싱에 체력 소모가 많았다면 점심은 흑돼지로 체력 보충이 필요하다. 흑도새기의 흑돼지는 전문가의 손길로 숯불에 초벌구이 되어 나와서 그런지 육즙이 많은 편이다. 직원이 직접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준 흑돼지 오겹살을 불에 올리고 기다리다보니 침이 한가득 고였다. 초벌 덕분에 익는 속도가 빠른 점이 마음에 든다. 사이다 한 병과 계란찜을 시켜 곁들이니 체력이 다시 차오르는 느낌. 오후에도 활기차게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15:00 플레이 케이팝

출퇴근 버스 안 디스플레이에서 끊임없이 재생된 플레이 케이팝 광고에 세뇌된 탓일까. 제주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이 곳에 기대가 컸다. 한편으로는 10대들이 열광하는 (내가 잘 모르는) 걸그룹과 보이그룹만 도배된 곳이 아닐까 걱정스런 마음도 있었지만 방문해보니 의외로 타겟층이 넓어 안도했다. 시대별 히트 댄스를 홀로그램으로 만나보는 댄스 히스토리 섹션이나 터널을 걸어가며 연도별 히트곡을 들어보는 사운드 터널은 부모와 자녀간에 공감대를 형성하기 좋은 콘텐츠로 보였다. 스타와 함께 사진 찍는 매직 벤치나 스타 인형의 집, 스타 유화 그리기 코너 등은 친구나 연인끼리 깔깔대며 즐기기 적합하다. 스타와 듀엣곡을 녹음하는 스타녹음실이나 홀로그램 콘서트처럼 팬심을 충족시키는 콘텐츠도 물론 풍부하다.
 

# 17:30 바다다

간단한 칵테일과 함께 해질녘 제주 바다를 감상하고 싶다면 라운지 바 '바다다'에 들러야 한다. 쿵쿵 울리는 라운지 음악을 들으며 어둑해지는 바다를 바라보다 보면 기분좋은 취기가 올라온다. 너무 대자연의 품에만 있다보니 핫한 클럽이 그리워진 젊은 청춘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익사이팅'한 장소가 될 수도 있는 분위기다. 이성과의 즉석만남을 꿈꾸다 즉석에서 조리된 햄버거만 맛있게 해치우고 나왔다.
 

#20:30 몽키비치

제주도의 밤이 푸르고 고요하기만 하다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 핫한 파티가 열리는 클럽 몽키비치가 서귀포에 숨어있다. 서울의 홍대입구나 이태원 못지 않게 북적이는 이곳에는 외국인들도 많다는 점. 여행지에서는 낯선 이에게도 마음을 쉽게 연다고 했던가. 몽키비치에서는 제주도민, 외지인, 외국인 할 것 없이 한 데 어울려 춤춘다. 평화롭기만 하던 제주 여행에 화려한 추억 하나쯤 만들기에 딱 좋은 장소다.

글: 김대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mdae@interpark.com)
사진 : 인터파크 티켓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