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마다 유모 코드는 다르다고 한다. 미국은 만담을 늘어놓는 스탠딩 코미디가 통하고, 영국은 특유의 냉소적인 유머가 먹힌다. 우리나라는? 넘어지고 구르는 슬랩스틱이 특히 인기다. 그러니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 사람을 무장해제 시키고 웃기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바다 건너 날아온 세 남자의 코미디가 우리나라 관객에게 통하고 있다. 그것도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모든 작품을 재연하는 연극으로 말이다. 지난 2005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한국을 찾은 연극 [셰익스피어의 모든 것]에는 단 세 명의 배우가 등장한다.  그들은 셰익스피어의 37개 작품을 코믹하게 선보이며 로미오, 줄리엣, 햄릿과 리어왕, 맥베드 등 수십 명을 캐릭터를 연기한다. 이즈라 빅스(Ezra Bix)와 키이스 아담스(Keith Adams), 팀 슈워트(Tim Schwerdt)가 그들이다.

삼인삼색 개성 강한 배우들, "이렇게 만나기도 쉽지 않죠"
"다른 여러 나라에서 공연을 했는데, 한국 관객들은 우리의 작품에 가장 많은 호응을 보내주는 관객 들 중 하나에요. 예를 들어서, 제가 맡은 역은 자기가 연기를 잘하는 줄 아는 배우 역할인데, 사실은 아주 형편없는 배우에요(웃음). 그가 햄릿을 연기하며 ‘사느냐 죽느냐’를 긴장하면서 대사를 외칠 때, 한국 관객들은 그 상황을 아주 빨리 알고 많이 웃어 주세요. 관객 반응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장면이기 때문에 연기하면서 즐겁죠.”

인터뷰가 시작되자, 이 작품에서 햄릿을 연기하는 키이스가 한국 관객들의 높은 호응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키이스는 세 배우들 중 가장 성격이 활발하고 먼저 이야기 하기를 주저하지 않은 배우.
그런데 나머지 두 배우들은 무대 위의 모습이 잘 매치가 안 될 만큼 ‘얌전’한 모습이다. 극 중, 가장 철이 없고 셰익스피어 작품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는 배우이자, 가장 많은 셰익스피어의 캐릭터를 정신 없이 연기하는 팀은 신중하고 묵묵한 편이다. 마지막으로, 극 중 관객을 이어주고 마임으로 배꼽을 빼놓는 이즈라는 친절하고 매너 좋은, 조용하지만 유머 있는 캐릭터. 
그 중 이즈라는 팀과 키이스가 인정하는 ‘셰익스피어 통’일 만큼 셰익스피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배우. 한국에서도 셰익스피어가 사랑 받는 게 놀랍지 않냐는 질문에 “그가 천재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본질에 대해 다뤘기 때문에 어딜 가도 사랑 받는 것”이라며 차근하게 설명한다. 덧붙여 키이스도 “음성학적으로도 정말 아름다운 글들이라 연기하면서도 항상 감탄한다”며 이들의 셰익스피어 사랑이 가볍지 않음을 나타낸다.

[셰익스피어의 모든 것]은 세 명의 배우가 무대에 등장, 셰익스피어의 ‘모든’ 작품을 연기해 내는 설정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극 중 설정된 세 배우의 독특한 캐릭터는 예상치 않은 웃음을 주곤 한다. 이즈라는 “실제 사회에서 이렇게 다른 세 사람이 만나기는 힘들 것”이라며 혀를 찰 정도. 그런데, 실제 세 배우들의 성격도 만만치 않게 서로 다르다는 점이 재미있다.


“전 극 중 굉장히 학구적인 배우 역할을 맡았어요. 그런데 실제 성격은 정 반대라고 생각하면 되요(웃음). 책보다도 나가서 운동하고, 움직이는 걸 좋아하죠. 극중에서는 고민도 많고 소심하기도 한데 실제론 속 편하게 살아요(웃음)”(키이스)
“난 좀 진지한 성격이에요. 두 아이들의 아버지기도 하고, 6년전부터 공연 연출도 해서 책임감이 강한 편이거든요. 그래도 내 속에 철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 연기가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정말로 하나도 없으면, 불가능하지 않을까요.”(팀)
“난 바보에요(웃음). 아 농담이고….지금 내가 맡은 역할하고 비슷해요. 웃기는 거 좋아하고, 아직 성숙해지고 있는 중이에요(웃음)” (이즈라)

이렇게 서로 다른 성격이지만, 사실 누구보다 서로 친하고 돈독하다. 그들은 무대 위에서의 완벽한 호흡은 무대 밖에서부터 형성되는 거라고 믿는다고.
“배우들은 원래 자아가 강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어요. 그럴 땐 경험상 그때 그때 풀고 해결을 해나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이에요. 만약 그렇지 않으면 무대 위에선 끔찍한 일이 벌어지죠(웃음)” (키이스)
“무대 위에서 서로 포옹하고 가까이 마주보고 이야기를 해야 해요. 서로 불편하면 정말로 난감하지 않겠어요?”(팀)

“한국 관객들이 좋아하는 장면 보강”
이들의 각각 영국과 호주 등에서 연극, 영화, TV, CF, 연출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배우들이다. 그래서 이들이 무대에서 보여주는 코미디는 경계와 한계를 두지 않으려는 듯 돌격하다, 한 숨 돌리다, 다시 휘몰아치며 관객을 휘어잡는다.
이번 무대에서 일인 다역은 이들이 보여주는 묘미 중 하나. 로미오에서 티볼트로, 유모로, 신부로 순식간에 변신하는 배우들을 보면 웃음보다도 감탄이 먼저 나오곤 한다.

“순간순간 목소리와 행동, 눈빛과 옷을 바꿔야 해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재미있는 도전이에요. 역할을 바꿀 때 옷을 완전히 가라 입지 않는 것도 하나의 재미고요. 원래 배우라는 직업이 많은 역할을 원하는 사람들이니까 좋아할 수 밖에 없잖아요(웃음).” (키이스)

두 번째 한국 방문인 점은 이들이 어떤 부분에서 한국 관객들이 더 좋아하고, 더 웃는지를 알게 하는데 도움됐다. “사실 어떤 나라든 비슷한 부분에서 즐거워 한다”라고는 하지만, 한국 관객이 좋아하는 마임을 더 보충하는 등 배려하고 있는 것.
“어제는 어린이 관객이 많이 왔는데, 말을 못 알아들었을 텐데도 많이 웃고 즐거워해서, 연기하는 우리도 정말 즐거웠어요. 세계에서 공통으로 웃는 부분이 있는 가 하면, 한국 관객들이 특히 좋아하는 장면도 있어요. 이런 점을 더 보강해 나가고 있으니 회를 거듭하면서 더 재미있어 질 거에요”(팀)

인터뷰 후 이들의 사진을 찍기 위해 야외로 나섰다. 날씨는 한결 수그러들었지만 화창한 날씨라고는 말하기 힘든 상황. 그런데도 이 배우들, “날씨 정말 좋다”라며 좋아한다. 그리곤 뒤로 보이는 남산타워와 서울 풍경에 호기심을 드러낸다. 그 동안 서울 구경은 좀 했냐고 묻자 “근처 마트밖에 못 가봤다”라며 아쉬워하기도.
차분하던 분위기는 막상 사진기를 들이대자 갑자기 무대 위의 그들로 돌아온 듯 떠들썩 해진다. 포즈를 주문할 필요도 없이 3초 만에 궁합을 맞춰 척척 만들어내고, 우스꽝스러운 표정은 자연스럽게 올라온다. 마지막으로 그들이 전한 말.
”셰익스피어를 모르셔도 재미있는 공연이니까 기대해주세요.”(팀)
“한국음식이 맛있어서 머무는 동안 정말 행복할 거 같아요. 전 전직 요리사이기도 해서 음식에 관심이 많거든요(웃음).”(키이스)
(한국어로) “감사합니다~!”(이즈라)

글 : 송지혜(인터파크ENT 공연기획팀 song@interpark.com)
사진 :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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