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다국적 기업 컴퓨터 광고에 등장한 파란얼굴 세 사나이의 강렬함을 잊지 못한다. 무표정한 얼굴로 정신 없이 시선을 교환하던 그들은 파이프를 두드리고 드럼 위 파란 물감을 난사한다. 무차별한 발산, 예상치 못한 리듬, 넌버벌 모던 퍼포먼스의 1인자로 세계를 흥분시키고 있는 블루맨그룹. 한국에 첫 발을 디딘 그들과 함께, 그들의 가면을 벗겨 보고자 하는 황당한 시도, 지금 시작이다.

 



마크(MARK FRANKEL), 마이클(MICHAEL RAHHAL), 커크(KIRK MASSEY).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블루맨들이다. 블루맨 10년차 마이클, 각각 3년 여간 블루맨으로 세계를 누빈 마크와 커크. 그들에게 물었다. 왜 블루인가?

“아무 이유도 없습니다. 그냥 단지 ‘블루’일 뿐이죠.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색이에요. 그리고 또 중립적인 색이기도 하고요.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저마다의 색으로 받아들일 수 있잖아요.”(마크)

그럼 ‘그린’이나 ‘화이트’쯤으로 바꿀 수도 있지 않는가?

“하하하. ‘블루’의 가장 중요한 점은 자연주의에요. 색깔은 종종 하나의 사회적인 상징성을 갖고 있잖아요. 가령 녹색은 인디언, 빨간색은 악마를, 그리고 노란색은 꿀벌을 연상시키는 것 처럼요. 하지만 파란색은 아주 중립적인 색깔이에요. 어떠한 의미의 강요도 없죠.”(마이클)

블루맨들의 얼굴을 뒤덮는 파란색은 이제 고유명사가 되었다. 이들이 바르는 페인트의 색명도 ‘블루맨 블루’. 시중에선 살 수 없다.

“회사에서만 만드는 페인트죠. 직접 손에 찍어 발라요. 가장 빠르고 편하거든요.”(커크)
“블루맨이 시작된 초창기부터 사용했어요. 피부에 나쁘지 않냐고요? 저를 보세요. (얼굴을 한 번 쓸어내리며 으쓱한다.) 10년 동안 발랐지만 이렇게 좋잖아요. 하하하.”(마이클)

 


튜불럼, 드럼본, 침발롬, 에어폴 등 PVC로 만든 플라스틱 파이프를 고무 라켓으로 가차없이 두드린다. 이들만의 악기가 터트리는 강렬한 비트와 공간을 압도하는 멀티미디어의 조합은 입을 다문 블루맨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다.

“블루맨들은 새로운 악기들을 익히고 연주하는데 상당히 많은 시간을 투자합니다. 배우고 가르치는 프로세스가 다 갖춰져 있지요. 먼저 해 본 사람들이 가르쳐 주고, 스스로가 연주하면서 또 다른 소리와 응용을 발견하기도 하고요.”(마크)

이들은 1998년 블루맨그룹 레이블을 통해 1집 앨범<AUDIO>를

 


무대와 객석의 인터렉티브 공연으로 이루어지는 블루맨그룹의 쇼에서 소통이야말로 진정한 공연의 목적. 언어가 아닌 소리와 몸짓만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이들의 노하우는 무엇일까?

“새로운 관객, 새로운 문화에서 공연할 땐 특히 더욱 주위를 기울입니다. 관객과 친숙하고,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몸짓을 찾으려 노력해요. 가령 (주먹 쥔 손을 입에 두 번 맞추고 두, 세 번째 손가락을 거꾸로 펴 A자를 만든다. 최근 한 TV프로그램에서 한 가수가 자주 취하던 그 ‘에이!’이다.) 이런 것처럼요(웃음).”(마이클)

이번 첫 내한 공연은 블루맨들의 ‘록 콘서트 대형스타 되기’. 일반 콘서트에서 선보이고 있는 음악과 퍼포먼스가 코믹과 풍자로 패러디되는 록(rock) 쇼이다. 한국어 자막과 함께 관객을 위한 ‘서프라이즈’라며 극구 공개를 거부한 한국 음악들이 무대에 등장할 예정이다.

“블루맨을 더 잘 알고 있는 미국 관객들은 소리도 크게 지르고 역동적으로 표현해요. 반면 유럽인들은 충분히 보고 듣는 것을 즐기죠. 한국 관객들은 어떨지 매우 기대 되요”(마이클)

“소통하는 유머와 이해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관객들의 반응이 다른 건 당연한거죠. 우리 무대는 소통의 무대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블루맨들도 달라진다니까요.”(커크)

유머러스하고 다각적인 에피소드들이 하나의 줄기로 모아지는 이번 무대는 2006년 대형 공연장을 위해 제작된 최신 공연 프로그램 ‘메가스타 월드 투어’. 북남미, 유럽 투어에 이어 한국으로 날아왔다. 함께 무대를 채울 8인조 라이브밴드에는 블루맨그룹의 창립 멤버이자 음악감독, 그리고 밴드의 드러머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아이언 배(Ian Pai)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 전세계 70명이 넘는 블루맨들이 뉴욕, 보스턴, 시카고, 베를린, 일본 등지에게 공연 중이다.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한 혁신적인 엔터테인먼트를 선보이는 이들은 말 그대로 ‘블루맨 컴퍼니’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블루맨이 많은 관심 속에 쇼를 진행하면서 규모도 커지고 따라서 상업적인 부분의 확대가 수반되고 있긴 해요. 하지만 80년대 후반에 보여줬던 실험정신은 여전히 끊이지 않습니다. 쇼가 무엇인지, 캐릭터가 관객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 것인지를 고민하죠. 퍼포먼스가 이야기와 캐릭터를 통해 그 시대의 어떠한 이야기를 하는지, 또 대중들의 비판 정신들과 쇼가 공감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마이클)

음악, 코미디, 예술. 실험과 환상의 스펙터클로 한국을 점령하기 직전인 그들, 블루맨그룹의 가면을 한마디로 한다면? 세 남자가 입을 모아 소리친다.

"경험해야지만 알 수 있는 것이라고요!"

글 : 황선아 기자(인터파크ENT suna1@interpark.com)
사진 :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마스트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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