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관객들의 공감 이끌어내는 이야기 <내 인생의 특종>

지난해 2012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창작지원작 대본 공모 1등을 수상한 <내 인생의 특종>은 취업 실패자, 다단계판매 영업사원, 취업 포기자, 서비스업 종사자 등이 '연애스쿨'이라는 공간에 모여 잃어버린 사랑을 찾는 과정을 담은 로맨틱 코미디다.

대본·가사를 쓴 김경호 작가는 2030세대를 겨냥한 연애학원이 인기를 끈다는 기사를 읽고 이야기를 구상하게 됐다고 전했다. 취업 등 현실적인 문제에 쫓겨 연애마저 돈을 주고 배워야 하는 젊은이들의 현실을 뮤지컬에 담아보고 싶었다고.

이렇게 탄생된 <내 인생의 특종>에는 젊은 관객들이 공감할 만한 캐릭터가 다수 등장한다. 입사시험에서 번번히 떨어지면서 점점 더 '스펙'에 집착하는 취업준비생,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를 입에 달고 살다 보니 정작 자신의 감정은 솔직히 표현할 줄 모르는 서비스직 종사자 등이다. 각각의 고민과 열등감을 가진 이들이 연애학원에 모여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 코믹하게 그려진다.

김경호 작가는 "<내 인생의 특종>의 장점은 2030 관객들이 가장 크게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재미있게 다뤘다는 것"이라며 "패배자라는 자의식을 가진 사람들도 이미 그 자리에서 충분히 잘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관객들도 공연을 보고 나서 '아, 나도 잘 살고 있구나' 하는 자부심과 위안을 느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음악은 <스페셜레터> 등에서 음악감독을 맡았던 손윤아가 만들었고, 연출은 <트라우마 수리공>의 최원종이 맡았다.

자유분방한 상상력 녹아 든 픽션사극 뮤지컬 <라스트 로얄 패밀리>

<라스트 로얄 패밀리>는 1888년을 배경으로 순종·고종·명성황후의 숨겨진 이야기를 독특한 상상력으로 재구성했다. 해설자가 자신의 증조부가 쓴 비망록에 따라 극을 펼쳐나간다는 설정이다. 내시였던 그의 증조부가 남긴 기록에 따르면, 1888년 당시 순종은 명성황후의 극성스런 교육열에 지쳐 일탈을 꿈꾸는 소년이었다. 그는 내시의 도움을 받아 영국으로 망명하려 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저잣거리를 헤매다 남사당패 출신의 꼭지·꼭도 남매와 독일인 음악가 등을 만나게 된다.

<언더니스 메모리>의 전미현 작가가 대본을 쓴 이 작품은 자유분방한 상상력이 특징이다. 때로는 해설자의 변덕으로, 때로는 내시의 실수로 역사 혹은 허구 속 인물들이 예기치 못한 지점에서 만난다. 1901년 조선 최초의 양악대를 만든 독일인 음악가 프란츠 폰 에케르트가 순종과 함께 밴드를 만들고, 비틀즈· 심청이· 장금이가 함께 악대 경합을 벌이는 식이다.

"기존의 문화컨텐츠에서 구한말의 시대가 암울하게만 그려지는 것 같아 이를 뒤집어보고 싶었다"는 전미현 작가는 "역사에 가려 그 자체로 보여지지 않았던 순종과 고종, 명성황후를 하나의 가족, 인간으로서 새롭게 보여주려고 했다. 무겁지 않고 유쾌한 사극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곡은 조미연이, 연출은 <해를 품은 달>의 정태영이 맡았다. '악대 경합'이 주요 사건으로 다뤄지는 만큼, 국악·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활용될 예정이다.

거친 현실 딛고 꿈을 꾸는 소년소녀의 아름다운 성장담 <문리버>

뉴욕에서의 리딩 공연 후 지난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첫 선을 보인 <문리버>는 골든리어리가 대본·가사를 쓰고 김현림이 곡을 만든 뮤지컬로, 부모 없이 할머니 밑에서 자란 소녀와 신체장애를 가진 소년의 성장담을 담았다. 1969년 미국 오하이오주, 아버지가 닐 암스트롱과 함께 달에 간다고 거짓말하는 소녀와 그 거짓말을 믿는 소년의 이야기가 카야호가 강을 사이에 두고 펼쳐진다. 

<글루미 데이>에 이어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은 성종완은 "<문리버>의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영화 '오아시스'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가족·사회로부터 소외된 남녀주인공이 서로 소통하며 자신들만의 판타지 속에서 사랑을 키워가는 모습이 영화와 비슷하다는 것. 성종완 연출은 "상실과 결핍을 안은 주인공들이 그것을 극복해가는 모습이 판타지적인 요소와 함께 보여질 것"이라며 "어떤 현실에서든 꿈을 향해 달려가는 태도 자체가 숭고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이번 쇼케이스에서는 등장인물의 이름·인종 등 일부분이 수정돼 극의 배경이 좀 더 동화적인 느낌으로 표현될 예정이다. 소년 소녀 사이에 가로놓인 카야호가 강,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착륙한 달  등이 무대 위에서 어떤 장치로 그려질지 궁금증을 모은다.

<문리버>의 음악은 흑인음악과 클래식이 결합돼 이국적인 느낌을 선사한다고. 성종완 연출은 "마이너하고 몽환적인 음악이 '달'이 가진 특유의 감성을 표현한다"고 전했다.

'죽음'을 소재로 펼쳐낸 따스한 가족애 <주그리 우스리>

<주그리 우스리>는 저승사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코믹 뮤지컬이다. 지난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첫 선을 보인 바 있다.

이 뮤지컬에서는 평균수명이 짧은 '주그리 마을'과 장수마을인 '우스리 마을'에 간 저승사자들이 제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가족들을 만나며 벌어지는 일들이 펼쳐진다. 실적 경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저승사자들이 마을 사람들의 자살을 유도하는 등의 설정이 웃음을 던진다.

한유진과 함께 공동작곡을 맡은 최도원 작곡가는 "저승사자가 주는 옛스러운 느낌을 현대적으로 풀기 위해 음악에 재즈와 팝의 느낌을 담는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저승사자의 코믹적인 느낌은 재즈로, 우스리 마을 사람들의 애환은 발라드나 팝으로 표현하는 식이다. 

"이번 쇼케이스에서는 코믹한 요소와 가족애가 좀 더 표현될 수 있도록 드라마를 탄탄하게 보완했다"는 최도원 작곡가는 "<주그리 우스리>는 관객들이 나와 내 가족의 이야기를 보듯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적 경쟁을 벌이는 저승사자들의 이야기가 샐러리맨들의 애환을 달래고, 죽음을 앞두고 어린시절의 기억을 꺼내보는 가족들의 이야기는 관객들도 함께 자신의 일상과 삶을 돌아보게 한다는 것. 대본과 연출은 민강수와 이지수가 각각 맡았다.

글 :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제공 :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사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