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왕국’ 일본의 2.5차원 뮤지컬을 아시나요?
작성일2014.10.16 조회수15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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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공연계의 화두는 ‘2.5차원 뮤지컬’이다. 이름조차 생소한 2.5차원 뮤지컬은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을 무대화한 것이다. 연극으로도 만들어지지만 거의 대부분이 뮤지컬이다. 그리고 출연 배우들이 원작의 인물을 무대 위에 최대한 비슷하게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2차원의 만화 및 애니메이션과 3차원의 실제 무대의 중간 지점에 있다는 의미에서 팬들 사이에서 통용되다가 올해 공식 명칭으로 정착됐다. 한국에서도 공연된 적 있는 뮤지컬 <테니스의 왕자>는 바로 2.5차원 뮤지컬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 3월 호리프로와 네르케 플래닝 등 공연 제작사를 포함해 애니메이션·게임·음악 분야의 7개 회사가 모여 사단법인 ‘일본 2.5차원 뮤지컬협회’가 발족했다. 그리고 10월 현재 이들 분야는 물론 방송, 출판 등 여러 관련분야에서도 합세해 회원이 60개사로 느는 등 빠르게 위상을 정립하고 있다. 협회는 일본의 독창적인 뮤지컬로서 2.5차원 뮤지컬을 자리매김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한편 전용극장을 마련하고 해외 진출도 속속 추진하고 있다.
올 3월 일본에서 열린 2.5차원 뮤지컬협회 발족식
<테니스의 왕자>가 일으킨 2.5차원 뮤지컬 제작 열풍
2.5차원 뮤지컬의 효시는 1974년 초연된 다카라즈카 가극단의 <베르사이유의 장미>다. 동명의 인기 순정만화를 무대화한 이 작품은 쇠락세에 있던 가극단을 부활시키는 계기가 된 것으로 유명하며 지금도 대표 레퍼토리로 종종 공연된다. 당시만 해도 인기 있는 만화를 TV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것은 종종 볼 수 있었지만 무대화 한 사례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제작 단계부터 큰 주목을 모았다.
가극단의 <베르사이유의 장미>는 초기에는 오스칼을 중심으로 한 버전만 있었으나 점차 마리 앙투아네트와 그녀의 연인인 페르젠을 주인공으로 한 버전, 오스칼을 사랑하는 앙드레를 중심으로 한 버전 등 여러 버전이 만들어졌다. 올해 다카라즈카 가극단 100주년을 맞이해 기념 공연이 이어졌는데, 지난 6월 누적 관객 500만 명을 돌파했다.
<베르사이유의 장미>가 나오긴 했지만 만화를 무대화하는 흐름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90년대다. <미소녀 전사 세일러문>을 비롯해 <마법의 리본> <빨간 망토 차차> <사쿠라 대전> <헌터x헌터> 등이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1993년 초연된 뮤지컬 <미소녀 전사 세일러문>은 워낙 인기가 높아서 2005년까지 매년 공연됐는데, 원작 만화의 에피소드에 따른 여러 버전이 존재한다. 그리고 12년간 세일러문 역을 거쳐간 신인 여배우 4명은 대중의 관심을 얻어 TV나 영화 등으로 활동영역을 넓혔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2.5차원 뮤지컬 열풍을 일으킨 주역으로 2003년 4월 초연된 뮤지컬 <테니스의 왕자>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제작사인 네르케 플래닝은 스포츠 만화를 무대화 하는 것이 수월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엔 테스트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에피소드에 따른 시리즈 공연을 기획하게 됐다. 주인공 료마가 세이슌 중학교에 입학해 팀을 전국대회 우승으로 이끄는 원작만화 42권의 이야기가 초연 이후 2010년 5월까지 16편의 뮤지컬에 담겼으며, 특별 이벤트로 콘서트가 7번 열렸다. 바로 <테니스의 왕자> 시즌 1이다.
시즌 1이 막을 내린 후 2011년 1월부터 스토리가 처음부터 반복되는 시즌 2가 진행 중인데, 올해 10월까지 9편의 뮤지컬과 2번의 콘서트가 열렸다. 그리고 아이돌 체육대회와 흡사한 2번의 출연배우 운동회가 개최됐다. 시즌 2는 작품마다 초연일 수밖에 없었던 시즌 1과 달리 한번 제작됐던 버전을 조금 수정해 무대에 올리는 만큼 시리즈 전개가 매우 빠른 편이다. 그리고 시즌 1과 시즌 2를 포함해 지금까지 누적 관객은 170만 명을 돌파했다.
<테니스의 왕자>의 대성공은 소규모 제작사에 불과했던 네르케 플래닝을 메이저 제작사로 발돋움시키는 발판을 만들어줬다. 그리고 수많은 제작사들에게 네르케 플래닝을 벤치마킹해 만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즉 2.5차원 뮤지컬을 앞다퉈 만들도록 했다. 특히 2000년대 후반부터 2.5차원 뮤지컬이 급증해서 2010년 30편, 2011년 29편, 2012년 58편, 2013년 70편이 제작됐다. 관객 동원도 2011년 약 57만 명이었던 것이 2013년엔 160만 명을 넘어서는 등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제작된 2.5차원 뮤지컬의 면면을 보면 <박앵귀> <흑집사> <전국 바사라> <나루토> <겁쟁이 페달> <블리치> 등 일일이 언급할 수 없을 만큼 상당히 많은데, 이미 만화와 애니메이션, 게임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들이다.
2.5차원 뮤지컬협회는 올해 홈페이지(http://www.j25musical.jp/)를 만들어 회원사들의 공연 정보를 취합하고 티켓 예매 관련 혜택을 제공하는 등 각종 프로모션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내년 3월부터 도쿄에서 가장 번화한 시부야에 있는 ‘아이아 씨어터 도쿄’를 전용극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원작 인기 앞세워 해외 시장도 겨냥
일본은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뮤지컬 시장을 가지고 있지만 구미 작품이 주로 상연되고 있다. 그동안 일본에서도 영미 스타일의 창작 뮤지컬을 꾸준히 만들어 왔지만 완성도와 흥행 면에서 성공을 거둔 것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모범답안으로 생각했던 구미 스타일은 아니지만 높은 인기와 수익을 안겨준 사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바로 <테니스의 왕자>와 같은 2.5차원 뮤지컬들이다. 구미 뮤지컬처럼 세련된 무대와 유려한 음악은 없지만 인기 있는 원작의 스토리와 캐릭터를 앞세워 충성스런 팬들을 거느리게 됐다.
실례로 뮤지컬 <테니스의 왕자>는 테니스 공의 움직임을 조명과 음향, 배우들의 동작으로 표현하는 것이 인상적이지만 노래나 대사는 많지 않고 주요 장면에서 슬로모션이 나오는 등 다소 유치하다. 하지만 이 작품의 관객들은 자신이 그동안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사랑해온 캐릭터가 무대 위에서 살아서 움직이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 사실 2.5차원 뮤지컬을 보러오는 관객은 기존 뮤지컬 팬이 아니라 원작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의 팬들이다. 그래서 이들은 원작의 장면이나 캐릭터가 무대 위에 얼마나 충실하게 구현됐는지에 가장 관심을 둔다. 이들에겐 2.5차원 뮤지컬을 ‘보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는’ 것에 가깝다.
한편 2.5차원 뮤지컬은 거의 대부분 한 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에피소드에 따라 시리즈로 만들어진다. 제작사로서는 적은 돈으로 작품을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입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출연진은 시리즈에 따라 주기적으로 교체되는데, 각각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은 신인이라도 원작의 캐릭터와 동일시되면서 큰 인기를 얻곤 한다. <테니스의 왕자>의 경우 10대 후반부터 20대에 걸친 젊은 남자배우들이 출연하는데, 이들은 평균 1년 반을 주기로 ‘졸업’이라는 이름 아래 교체된다. 시즌 1에서 1~5대 캐스트가 활약했고, 현재 시즌 2는 6대가 졸업하고 7대 캐스트가 활동 중이다.
2.5차원 뮤지컬 전용극장 '아이아 시어터 도쿄'
만화대국 일본의 경쟁력, <데스노트> 일본 공연만
최근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2.5차원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일본이 세계 최고의 만화대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일본에서 연간 판매되는 만화 잡지와 단행본은 무려 10억부로 전체 출판물의 ⅓이나 되며 만화에서 파생된 분야들의 경제효과를 모두 합하면 연간 100조 엔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일본의 만화 오타쿠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의 관련 상품 소비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예를 들어 만화 <테니스의 왕자> 팬들은 동명 뮤지컬을 반복 관람하는 것은 물론 공연 DVD 및 MD 상품을 앞다퉈 구입한다.
일본 공연계는 이제 세계에 수많은 팬을 거느린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앞세운 2.5차원 뮤지컬이말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본 뮤지컬 제작사인 호리프로가 만화 <데스노트>를 원작으로 한 동명 뮤지컬을 제작하는 것도 이런 흐름 속에 있다. 당초 한국 제작사인 뮤지컬 해븐이 합작 파트너로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재정 문제 때문에 결렬되면서 내년 여름 예정됐던 서울 공연은 취소됐다. 다만 CJ E&M이 일본 공연에만 그리 크지 않은 금액을 투자했다.
일본 공연계는 또한 2.5차원 뮤지컬을 일본 고유의 장르로 확립해 해외 시장도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투어 공연은 물론이고 ‘세계적 표준’을 마련해 라이선스도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 프랑스 파리, 미국 LA, 영국 런던 등에서 열린 만화와 애니메이션 엑스포에서 2.5차원 뮤지컬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일본 정부와 언론 역시 2.5차원 뮤지컬이 일본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쿨 재팬’ 전략에 부합한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올해 일본 문화예술계 전반에 걸쳐 세력을 구축하고 나선 2.5차원 뮤지컬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 궁금하다.
글: 장지영(국민일보 기자)
사진: 공연홈페이지
일본에서는 지난 3월 호리프로와 네르케 플래닝 등 공연 제작사를 포함해 애니메이션·게임·음악 분야의 7개 회사가 모여 사단법인 ‘일본 2.5차원 뮤지컬협회’가 발족했다. 그리고 10월 현재 이들 분야는 물론 방송, 출판 등 여러 관련분야에서도 합세해 회원이 60개사로 느는 등 빠르게 위상을 정립하고 있다. 협회는 일본의 독창적인 뮤지컬로서 2.5차원 뮤지컬을 자리매김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한편 전용극장을 마련하고 해외 진출도 속속 추진하고 있다.
올 3월 일본에서 열린 2.5차원 뮤지컬협회 발족식
<테니스의 왕자>가 일으킨 2.5차원 뮤지컬 제작 열풍
2.5차원 뮤지컬의 효시는 1974년 초연된 다카라즈카 가극단의 <베르사이유의 장미>다. 동명의 인기 순정만화를 무대화한 이 작품은 쇠락세에 있던 가극단을 부활시키는 계기가 된 것으로 유명하며 지금도 대표 레퍼토리로 종종 공연된다. 당시만 해도 인기 있는 만화를 TV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것은 종종 볼 수 있었지만 무대화 한 사례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제작 단계부터 큰 주목을 모았다.
가극단의 <베르사이유의 장미>는 초기에는 오스칼을 중심으로 한 버전만 있었으나 점차 마리 앙투아네트와 그녀의 연인인 페르젠을 주인공으로 한 버전, 오스칼을 사랑하는 앙드레를 중심으로 한 버전 등 여러 버전이 만들어졌다. 올해 다카라즈카 가극단 100주년을 맞이해 기념 공연이 이어졌는데, 지난 6월 누적 관객 500만 명을 돌파했다.
<베르사이유의 장미>가 나오긴 했지만 만화를 무대화하는 흐름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90년대다. <미소녀 전사 세일러문>을 비롯해 <마법의 리본> <빨간 망토 차차> <사쿠라 대전> <헌터x헌터> 등이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1993년 초연된 뮤지컬 <미소녀 전사 세일러문>은 워낙 인기가 높아서 2005년까지 매년 공연됐는데, 원작 만화의 에피소드에 따른 여러 버전이 존재한다. 그리고 12년간 세일러문 역을 거쳐간 신인 여배우 4명은 대중의 관심을 얻어 TV나 영화 등으로 활동영역을 넓혔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2.5차원 뮤지컬 열풍을 일으킨 주역으로 2003년 4월 초연된 뮤지컬 <테니스의 왕자>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제작사인 네르케 플래닝은 스포츠 만화를 무대화 하는 것이 수월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엔 테스트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에피소드에 따른 시리즈 공연을 기획하게 됐다. 주인공 료마가 세이슌 중학교에 입학해 팀을 전국대회 우승으로 이끄는 원작만화 42권의 이야기가 초연 이후 2010년 5월까지 16편의 뮤지컬에 담겼으며, 특별 이벤트로 콘서트가 7번 열렸다. 바로 <테니스의 왕자> 시즌 1이다.
시즌 1이 막을 내린 후 2011년 1월부터 스토리가 처음부터 반복되는 시즌 2가 진행 중인데, 올해 10월까지 9편의 뮤지컬과 2번의 콘서트가 열렸다. 그리고 아이돌 체육대회와 흡사한 2번의 출연배우 운동회가 개최됐다. 시즌 2는 작품마다 초연일 수밖에 없었던 시즌 1과 달리 한번 제작됐던 버전을 조금 수정해 무대에 올리는 만큼 시리즈 전개가 매우 빠른 편이다. 그리고 시즌 1과 시즌 2를 포함해 지금까지 누적 관객은 170만 명을 돌파했다.
<테니스의 왕자>의 대성공은 소규모 제작사에 불과했던 네르케 플래닝을 메이저 제작사로 발돋움시키는 발판을 만들어줬다. 그리고 수많은 제작사들에게 네르케 플래닝을 벤치마킹해 만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즉 2.5차원 뮤지컬을 앞다퉈 만들도록 했다. 특히 2000년대 후반부터 2.5차원 뮤지컬이 급증해서 2010년 30편, 2011년 29편, 2012년 58편, 2013년 70편이 제작됐다. 관객 동원도 2011년 약 57만 명이었던 것이 2013년엔 160만 명을 넘어서는 등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제작된 2.5차원 뮤지컬의 면면을 보면 <박앵귀> <흑집사> <전국 바사라> <나루토> <겁쟁이 페달> <블리치> 등 일일이 언급할 수 없을 만큼 상당히 많은데, 이미 만화와 애니메이션, 게임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들이다.
2.5차원 뮤지컬협회는 올해 홈페이지(http://www.j25musical.jp/)를 만들어 회원사들의 공연 정보를 취합하고 티켓 예매 관련 혜택을 제공하는 등 각종 프로모션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내년 3월부터 도쿄에서 가장 번화한 시부야에 있는 ‘아이아 씨어터 도쿄’를 전용극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원작 인기 앞세워 해외 시장도 겨냥
일본은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뮤지컬 시장을 가지고 있지만 구미 작품이 주로 상연되고 있다. 그동안 일본에서도 영미 스타일의 창작 뮤지컬을 꾸준히 만들어 왔지만 완성도와 흥행 면에서 성공을 거둔 것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모범답안으로 생각했던 구미 스타일은 아니지만 높은 인기와 수익을 안겨준 사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바로 <테니스의 왕자>와 같은 2.5차원 뮤지컬들이다. 구미 뮤지컬처럼 세련된 무대와 유려한 음악은 없지만 인기 있는 원작의 스토리와 캐릭터를 앞세워 충성스런 팬들을 거느리게 됐다.
실례로 뮤지컬 <테니스의 왕자>는 테니스 공의 움직임을 조명과 음향, 배우들의 동작으로 표현하는 것이 인상적이지만 노래나 대사는 많지 않고 주요 장면에서 슬로모션이 나오는 등 다소 유치하다. 하지만 이 작품의 관객들은 자신이 그동안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사랑해온 캐릭터가 무대 위에서 살아서 움직이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 사실 2.5차원 뮤지컬을 보러오는 관객은 기존 뮤지컬 팬이 아니라 원작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의 팬들이다. 그래서 이들은 원작의 장면이나 캐릭터가 무대 위에 얼마나 충실하게 구현됐는지에 가장 관심을 둔다. 이들에겐 2.5차원 뮤지컬을 ‘보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는’ 것에 가깝다.
한편 2.5차원 뮤지컬은 거의 대부분 한 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에피소드에 따라 시리즈로 만들어진다. 제작사로서는 적은 돈으로 작품을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입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출연진은 시리즈에 따라 주기적으로 교체되는데, 각각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은 신인이라도 원작의 캐릭터와 동일시되면서 큰 인기를 얻곤 한다. <테니스의 왕자>의 경우 10대 후반부터 20대에 걸친 젊은 남자배우들이 출연하는데, 이들은 평균 1년 반을 주기로 ‘졸업’이라는 이름 아래 교체된다. 시즌 1에서 1~5대 캐스트가 활약했고, 현재 시즌 2는 6대가 졸업하고 7대 캐스트가 활동 중이다.
2.5차원 뮤지컬 전용극장 '아이아 시어터 도쿄'
만화대국 일본의 경쟁력, <데스노트> 일본 공연만
최근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2.5차원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일본이 세계 최고의 만화대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일본에서 연간 판매되는 만화 잡지와 단행본은 무려 10억부로 전체 출판물의 ⅓이나 되며 만화에서 파생된 분야들의 경제효과를 모두 합하면 연간 100조 엔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일본의 만화 오타쿠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의 관련 상품 소비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예를 들어 만화 <테니스의 왕자> 팬들은 동명 뮤지컬을 반복 관람하는 것은 물론 공연 DVD 및 MD 상품을 앞다퉈 구입한다.
일본 공연계는 이제 세계에 수많은 팬을 거느린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앞세운 2.5차원 뮤지컬이말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본 뮤지컬 제작사인 호리프로가 만화 <데스노트>를 원작으로 한 동명 뮤지컬을 제작하는 것도 이런 흐름 속에 있다. 당초 한국 제작사인 뮤지컬 해븐이 합작 파트너로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재정 문제 때문에 결렬되면서 내년 여름 예정됐던 서울 공연은 취소됐다. 다만 CJ E&M이 일본 공연에만 그리 크지 않은 금액을 투자했다.
일본 공연계는 또한 2.5차원 뮤지컬을 일본 고유의 장르로 확립해 해외 시장도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투어 공연은 물론이고 ‘세계적 표준’을 마련해 라이선스도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 프랑스 파리, 미국 LA, 영국 런던 등에서 열린 만화와 애니메이션 엑스포에서 2.5차원 뮤지컬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일본 정부와 언론 역시 2.5차원 뮤지컬이 일본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쿨 재팬’ 전략에 부합한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올해 일본 문화예술계 전반에 걸쳐 세력을 구축하고 나선 2.5차원 뮤지컬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 궁금하다.
글: 장지영(국민일보 기자)
사진: 공연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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