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는 다른 매력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배우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생생히 보는 게 좋아서 여유가 되는대로 연극을 많이 보러 다니려고 합니다. 봄에는 뮤지컬도 한 편 골라서 보러 가려고요.”

지난 7일 <경숙이 경숙아버지> 공연장에서 만난 이정은 씨(56)는 이렇게 말했다. “인기공연이라고 해서 딸에게 티켓을 끊어달라고 해서 같이 왔는데, 정말 많이 웃으면서 봤다.”며 상기된 얼굴로 활짝 웃어 보인 이정은 씨는 “원래 공연은 많이 안 보고 살았다. 딸 덕분에 몇 편 보게 됐는데, 이제 혼자서도 보러 다닐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무대를 찾는 중장년 관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터파크티켓 공연결산자료에 따르면, 2014년 전체 공연관객 중 40대 관객의 비율은 전년대비 15%에서 16%로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추세는 특히 연극과 뮤지컬 부문에서 도드라졌다. 연극의 경우 40대, 50대 관객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년대비 각각 2%, 1%씩 증가했고, 뮤지컬의 경우 40대 관객의 비율이 2% 증가했다. 20대 관객 비율이 뮤지컬 33%에서 31%, 연극 52%에서 48%로 감소한 것에 비하면 주목할 만한 흐름이다.  

이 같은 흐름에는 새로운 공연 및 공연장의 등장도 한몫을 했다. 배우 조재현이 설립한 수현재씨어터는 개관작 <그와 그녀의 목요일>을 시작으로 김성령의 첫 연극 출연으로 화제에 오른 <미스 프랑스>, 이순재, 신구, 나문희 등이 출연한 <황금연못>,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는 중년 남자의 순애보를 그린 <민들레 바람되어> 등 중장년 관객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담은 연극을 연이어 무대에 올리며 40~50대 관객을 대학로로 끌어들였다. 지난 25일 <경숙이 경숙아버지>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조재현은 “외국에서는 연극 관객층의 연령대가 정말 다양한데, 대학로는 언제부터인가 20대 여성들이 주로 찾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이건 컨텐츠의 문제인 것 같아 중장년층이 공감할 수 있는 연극 제작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실제 수현재컴퍼니 공연의 연령별 예매율을 보면, 40대가 평균 약 22%, 50대가 평균 약 11%다. 현재 대학로의 대표적인 인기연극이라 할 수 있는 <유도소년>과 비교했을 때 두 배가 넘는 비율이다. 이에 대해 조재현은 “20~30대 자녀들이 티켓을 예매해서 부모님들께 드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 예매처에서 집계되는 중장년 관객 비율은 훨씬 더 높다. 연령층이 확연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더 적극적으로 공연 문화를 즐기는 중장년 관객들도 있다. 김상일(55세, 도봉구)씨는 예술의전당에서 모집한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4060서포터즈로 활동 중이다. 40대부터 공연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는 김상일 씨는 “아내가 우울증이 있었는데 함께 공연을 보니 아내 얼굴이 밝아지고 얘깃거리도 생기더라.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대학로에 공연을 보러 간다. 공연을 보다 보니 다른 활동도 하고 싶었는데 서포터즈가 되면 백스테이지도 볼 수 있다고 해서 참가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김상일 씨는 지난 4일 저녁 다른 서포터즈들을 만나 ‘내 인생의 은사’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4060서포터즈들은 이처럼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작품과 관련된 주제로 토론을 하거나 연습현장을 참관한다. 활동내용은 블로그나 SNS에도 올린다. 예술의전당 홍보 담당자는 “공연 관련 모임이 주로 2030세대 위주로 형성돼 있다 보니 중장년 관객들 사이에서 이런 모임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것 같다. ‘4060’이란 단어만 보고 바로 지원했다는 분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서울문화재단이 연초 발표한 ‘서울시민 문화향유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50~60대로 갈수록 서울시민의 문화예술 관련 동호회 및 창작관련 취미활동 참여자 비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혼자의 경우 30대에 육아 및 양육과 경제활동 등으로 주춤했던 문화생활이 양육 부담을 덜고 난 후 적극적으로 바뀌어가는 모양새다. 점차 늘어나는 중장년 관객과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 그리고 이에 발맞춘 공연기획사의 노력이 맞물려 만들어나갈 새로운 공연계의 모습이 기대되는 이유다.

글 :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제공 : 플레이디비DB, 예술의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