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지 알지? 그래 바로 그 유명한 마돈나야. 엄청 멋진 언니지. 음악뿐 아니라 파격적인 행보와 패션 스타일로도 한 시대를 풍미했는데, 바로 저 원뿔 모양의 가슴컵이 달린 코르셋 의상은 한번 보면 잊을 수가 없는 옷이지. 1990년 마돈나의 투어 공연에서 입은 의상인데, <콘 브라>라고 부르는 장 폴 고티에의 작품이야. (당시 초딩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었지 맞지?) 장 폴 고티에라는 이름은 몰라도 마돈나의 원뿔 가슴 옷은 누구나 알걸.

처음 장 폴 고티에라는 이름을 들은 건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에서 였어. 영화 속 사이코로 분한 크리스찬 베일이 ‘또’ 사람을 죽여놓고는 자신의 가방에 담아 차 트렁크에 넣는 장면이 있거든. 그때 한 노부부가 지나가며 그걸 보고선 크리스찬 베일에게 묻지 “그 멋진 가방 어디거냐?”고. 그때 대답해 “장 폴 고티에”

그 황당한 장면에서 ‘장 폴 고티에’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엄청난 아우라가 느껴지더라구. (솔직히 말할께, 나 불어 페티쉬야. 불어만 들으면 온몸이 간질간질 하다니깐)

(좌측부터) 니콜 키드만, 비욘세, 레이디 가가

8-90년대 마돈나의 의상을 만들어 전설적인 패션의 아이콘을 만들었다면 2천년대의 마돈나인 레이디 가가의 무대의상을 만들기도 했지. (레이디 가가는 모험과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점에서 진정한 패션왕이 아닐까 싶어) 80년대 마돈나부터 현재의 레이디 가가까지 시대를 뛰어넘어 동시대인들에게 파격적이고 놀라움을 주는 철학이 깃든 패션을 만든다는 건 정말 대단하고 믿을 수 없는 일이지.

누구나 알다시피 레이디 가가가 파격적인 퍼포먼스와 함께 진보적인(?) 의상으로 새로운 패션의 아이콘이 된 데에는 장 폴 고티에와 같은 디자이너가 존재했기 때문이지. 물론 레이디 가가는 알랙산더 맥퀸, 도나첼라 베르사체도 좋아하긴 하지만 말야.



장 폴 고티에는 두 마돈나들 이외에도 세계적인 스타들의 무대의상과 레드카펫 의상을 만들어왔어. 스타들이 좋아하는 장 폴 고티에의 오트쿠튀르는 피에르 가르뎅과 장 파투 하우스에서 일하면서 독학으로 오트쿠튀르 전통과 기술을 익혔다지.

장 폴 고티에는 2013년 패션 디자이너로는 최초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어. 알고 보면 아주 뜬금없는 일도 아냐. 스타일 있는 영화들의 영화의상도 제작을 많이 했거든. 장 피에르 주네의 초기작인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와 피터 그린어웨이의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라는 얽히고 설킨 제목의 영화 의상을 제작했어. 장 피에르 주네는 아멜리에로 유명하지. 가장 많이 알려진 건 뤽 베송의 <제5원소>일텐데, 밀라 요보비치를 떠올려 보면 아마도 연상이 될거야. 원색적인 컬러감으로 유명한 페드로 알모바도르 감독의 <키카>, <나쁜 교육>, <내가 사는 피부>의 의상도 맡았지. 참여한 영화 타이틀을 듣는 순간, ‘역시! 그래서였어!’싶을거야. 이 영화들이 그리고 있는 세계, 미래건 현재건 상관없이 특별한 세계를 정의하는데 의상이 무척 큰 역할을 하고 있거든.



멋지긴 하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먼 남의 나라 옷, 런웨이 의상일 뿐이라고 생각할지도 몰라. 물론 돈이 좀 많다면 큰 맘 먹고 사 입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좀 비싼 명품들(내게는 무척 비싼)과는 차원이 다른 느낌. 패션 디자이너를 넘어 오히려 피카소와 같은 예술가의 느낌이 나는 건 왜일까.

기존 패션계의 관습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특하고 전위적인 스타일로 분야에 상관없이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타인들에게 자극과 영감을 주고 그 만의 철학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더 멋진 일은 바로 지금 이 멋진 오빠 장 폴 고티에(1952년생)의 패션과 작품을 서울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지. 전 세계 8개국, 11개 도시를 순회하며 누적 관람객 220만명을 기록. 이번 전시는 장 폴 고티에가 직접 아시아의 중심지로 떠오르는 서울을 투어 마지막 도시로 선정했다고 해. 뮌헨에 이어 서울 전시가 끝나면 월드 투어를 종료하고 모든 작품은 현재 건립 추진중인 장 폴 고티에 박물관에 소장한다지.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로 진행되는 <장 폴 고티에 전>은 3월 26일부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배움터 디자인전시관에서 열리고 티켓은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어! (정말 회사 째고 당장 달려가고 싶다)


글: 김선경 (uncanny@inter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