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리뷰
안드라스 시프 피아노독주회 '올 바흐 프로그램'
'바흐상' 수상한 바흐 피아노곡 대가
"서정적인 피아니즘의 진면목 보여
실력 물론 열과 성의 다한 공연"

지난 10월 2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공연을 한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시프(사진=마스트미디어 ⓒ Yutaka Suzuki).

[이석렬 음악평론가]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헝가리의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시프의 피아노독주회가 가졌다. 시프는 2008년 첫 내한 이후 2011년, 2014년 총 세 차례 한국에서 독주회를 열었다. 이번 네 번째 독주회에서 내건 타이틀은 ‘올 바흐 프로그램’. 제목대로 모든 연주곡이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곡만으로 채운 공연이었다.

시프가 바흐의 전문연주자로서 현시대에 매우 주목받는 연주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연주회에 많은 청중이 찾아와 열광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었다. 1953년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시프는 리즈콩쿠르나 차이콥스키콩쿠르의 입상 경력이 있지만 사실 그의 연주는 바흐 음악의 레코딩으로 세계에 더 많이 알려졌다. 바흐 연주의 대가로서 2007년 영국 왕립음악원이 바흐작품의 최고 해석자에게 수여하는 ‘바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클래식계의 ‘바흐 스페셜리스트’인 셈이다. 시프의 이번 독주회는 시프가 연주하는 바흐를 현장에서 만끽하고 교감하려는 청중으로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

시프가 이번 무대를 위해 선택한 바흐의 작품은 ‘이탈리아 협주곡’(BWV971)과 ‘프랑스 서곡’(BWV831) ‘골트베르크 변주곡’(BWV 988)이다. 세 작품 모두 시프가 처음 세계무대서 주목받았던 1980년대부터 꾸준히 연주해온 곡이다. ‘이탈리아 협주곡’과 ‘프랑스 서곡’은 1993년 데카 레이블을 통해 녹음했고 ‘골크베르크 변주곡’은 시프의 대표 레퍼토리 중 하나다.

‘이탈리아 협주곡’과 ‘프랑스 서곡’에서 시프의 연주는 명징한 인상과 섬세한 구상력을 보여줬다. 소리의 흐름과 인상은 극히 자연스러우면서도 악장의 구성과 유기성이 정교해 청중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특히 시프의 연주가 발현하는 대위법적인 묘미가 청중을 뒤흔들었다.

‘골트베르크 변주곡’은 규모가 방대하고 연주시간이 긴 대곡이기 때문에 이날의 공연에서 가장 비중이 높기도 했다. 시프는 정연한 흐름과 고도의 균형감각, 명징한 울림으로 이 거대한 곡을 연주해 나갔다. 이번 공연에서는 몇몇 변주곡 사이에 침묵의 시간을 삽입한 모습이 인상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자신의 구상과 균형감으로 침묵의 시간을 갖는 모습이 그만의 특별한 차원으로 비치기도 했다.

시프의 이번 공연은 바흐 해석의 대가로서의 모습과 서정적 피아니즘의 진면목 차원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후문에 의하면 연주 당일 모두 두 번의 리허설을 자청했다고 하는데, 연속된 여행과 공연으로 인한 체력적 부담이 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아니스트로서는 성의와 열의를 다한 연주회였다고 평하고 싶다. 덕분에 이날 연주회를 듣고 바라본 청중의 반응이 뜨거웠던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빼어난 연주력과 청중의 환호성이 함께한 바흐 예술의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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