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4일 LG아트센터 공연
셰익스피어 초기 걸작 무대로
반원형 무대로 현장감 살려

독일 연출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의 연극 ‘리처드 3세’의 공연 장면(사진=LG아트센터).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독일 출신으로 유럽 연극계 중심에 서있는 거장 연극연출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가 2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는다. 오스터마이어가 연출한 셰익스피어의 ‘리처드 3세’가 오는 6월 14일부터 17일까지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 오른다.

오스터마이어는 현대 실험 연극의 중심지 역할을 해온 독일 샤우뷔네 베를린 예술감독이다. 지난 20년간 혁신적인 작품으로 매번 기대를 뛰어넘는 놀라움과 충격을 안겨줬다.

국내에서는 2005년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 ‘인형의 집-노라’로 강렬한 첫 인상을 남겼다. 주인공 노라가 남편을 총으로 쏘아 죽이는 파격적인 결말의 작품이었다. 이후 2010년 남산예술센터 ‘햄릿’, 2016년 LG아트센터 ‘민중의 적’ 등으로 꾸준히 국내 관객과 만나왔다.

이번에 한국에 선보일 ‘리처드 3세’는 셰익스피어의 초기 걸작 중 하나다. 영국 요크 왕조의 마지막 왕이었던 실존 인물 리처드 3세(1452~1485)를 다룬다. 기형적인 신체로 태어난 리처드가 형제와 조카들을 무자비하게 제거하며 왕좌를 차지하지만 그에 맞서 일어난 리치먼드 백작 헨리 튜더(훗날 헨리 7세)와의 전투에서 패배하고 최후를 맞는다는 이야기다.

작품은 1593년경 쓰이고 초연한 것으로 추정된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주인공 리처드 3세는 흉측한 신체적 외형만큼이나 어두운 영혼을 가진 절대 악의 화신이자 천재적인 모사꾼으로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악역 중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로 손꼽힌다. 국내에서도 지난 2월 배우 황정민이 주연을 맡아 무대에 올랐다. 6월 명동예술극장에서는 프랑스 연출가 장 랑베르-빌드의 2인극 버전으로도 공연을 앞두고 있다.

오스터마이어 버전의 ‘리처드 3세’는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극작가 마리우스 폰 마이엔부르크가 번역과 각색을 담당했다. 2015년 2월 베를린에서 초연한 뒤 그해 여름 아비뇽 페스티벌과 2016년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공연하며 극찬을 받았다. 반원형의 무대를 세우고 꽃가루와 흙먼지가 흩날리는 무채색의 황량함으로 이를 채워 핏빛 살육과 검은 모략의 현장을 더욱 강렬하게 부각했다. 무대와 객석을 가로지르며 등장하는 샤우뷔네 극장 배우들의 역동적인 앙상블과 라이브로 연주하는 드럼의 강한 비트가 높은 긴장감과 몰입감을 선사한다.

주인공 리차드 3세는 독일의 대표적인 연극배우 겸 영화배우인 라르스 아이딩어가 연기한다. 1999년부터 샤우뷔네 앙상블의 단원으로 활동하며 오스터마이어의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2010년 내한한 ‘햄릿’에서 독특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햄릿을 그려내 극찬을 받았다. 티켓 가격은 4만~8만원. LG아트센터에서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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