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와 사생활 사이, 그 양면

뮤지컬 <톡식히어로>의 공개리허설이 열렸던 지난 7월 27일 2시. 다른 공연의 프레스시연과 겹치는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톡식히어로> 연습실은 수 십 명의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연습현장 전문’ 플레이디비 기자도 그 북새통에 가세했다.


<생명의 항해> 공개연습현장 사진
2009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관객들이 선택한 최고의 뮤지컬상’, ‘최고의 뉴 오프 브로드웨이 뮤지컬 상’을 수상한 <톡식히어로>의 국내 첫 시연 순간을 목격해야 한다는 기자정신과 ‘오만석씨 표정은 어떨까’ (열애설 인정 후, 배우 오만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첫 공식 자리였다)라는 가십걸의 레이다망이 동시에 발동됐다.

공개리허설은 ‘You tore my heart’를 부르는 오만석의 절절한 울림과 홍지민, 라이언, 김영주, 임기홍등이 펼쳐내는 하이라이트 시연이 끝나고 전체질의 응답시간으로 이어졌다. 2006년 <김종욱 찾기> 이후 6년 만에 소극장 무대에 서는 오만석은 <톡식히어로>의 작품을 설명하며 남다른 각오를 드러냈다. “기자들이 많이 왔는데, 한 말씀 해 주세요”라는 질문이 뒤를 이었다. 열애인정 소감을 묻는 질문이었다.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극히 개인적인 일인데 큰 관심이 감사하면서도 조금은 난감하고 부담스러워 힘들어질 때도 있다, 개인적인 일들로 덮어주고 조용히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는 당부를 덧붙였다.

난감해하는 그의 표정을 보자니, 가슴 한쪽에 웅크려있는 가십걸의 심리가 쿡쿡 찔렸다. 시사프로그램 ‘w’ 제작발표회에서 김혜수에게 “유해진과의 열애설에 대해 말해달라”는 질문에 “개인적인 질문은 받지 않겠습니다”며 기자들의 질문을 단칼에 잘랐다는 사회자의 냉정한 센스를 빌려오고 싶을 정도였다.

 인터넷에는 “오만석, 조안과 열애 공식 인정” 헤드라인을 단 기사가 줄을 이었다. ‘한 편 오만석은 <톡식히어로> 뮤지컬 출연 예정이다’는 한 줄의 문장이 적힌 기사들이었다. 플디기자와 함께 북새통을 만들어낸 대부분의 기자들이 듣고 싶었던 건 “오만석 열애인정”이었다.

공연 홍보를 위해 마련된 공개리허설에서, 각종 매체를 섭렵한 오만석의 열애설은 약이었을까 독 이었을까. 다른 매체들이 앞다투어 보도하는 이야기를 접하고도 오롯이 ‘<톡식히어로>연습현장’만을 기사에 싣는 플레이디비는 나만의 길을 외치는 고집 있는 매체일까, ‘핫’한 아이템을 보고도 잡지 못하는 섹시하지 못한 순진한 매체일까.


<생명의 항해>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주지훈을 향해 “마약 파문 이후 심경”을 묻는 질문에서도 <톡식히어로>에서 씁쓸함을 느꼈었다. 파문 이후 첫 공식석상 자리를 가진 주지훈을 헤드라인으로 쓰는 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들은 '그' 이야기에 몰두했다.

홍보를 위해 자신의 사생활을 이용하는 연예인이 있을 정도로 방송, 공연을 포함한 예능 쪽에서의 홍보와 사생활의 경계는 무너져있다. 이런 흔한 일들을 공연 연습리허설, 제작발표회에서 목격할 때면 늘 씁쓸해진다. ‘주인공’을 향한 사사(私私)사로운 질문 속에 병품처럼 서 있는 그의 동료들, 땀 흘리는 배우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건 오만석의 비애가 아니라 수 개월간 매일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무대’를 꿈꾸며 연습한 그녀, 그와 함께하는 동료들의 비애라고 할 수 있겠다.


수 년, 수 개월에 걸친 무대 위 다른 배우들의 노고의 값어치를 지켜주자. 사사(私私)로운 질문이야 ‘개별인터뷰’때 물어보면 되지 않겠나! 물론, 이 정도 ‘급’의 배우가 ‘핫이슈’를 안고 왔을 때, ‘개별인터뷰’에 응할지는 미지수지만.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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