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도 명랑만화의 포스터다. 80년대를 느끼게 하는 그림체는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림판 위에 브러시로 쓱쓱 바탕을 칠하고 그 위에 캐릭터를 얹었다. 그 흔한 주인공 얼굴하나 나오지 않는 이 포스터에선 발랄하고 유쾌한 작품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대학로 단골 소재인 로맨틱코미디라는 설명이 장난스러운 폰트 위로 아슬아슬하게 겹쳐진다. 이 작품은 몸은 20대지만 정신연령은 7세인 최고은(27)과 이성일(25)의 순수한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중앙에 배치된 두 남녀가 바로 그 주인공. 질끈 묶은 머리, 동물 크로스백, 분홍색 원피스가 그녀의 사랑스러움을 더욱 부각시킨다.

이 작품의 제목은 보다시피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이다. 포스터 하단에 존재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은 성일과 고은을 둘러싼 인간관계들이다. 사람들은 그들을 향해 ‘장애인’, ‘괴물’이라고 말한다. 함부로 대하거나, 무조건적으로 보호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마든지 사랑할 수 있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우려 섞인 목소리부터 건넨다. ‘너희들은 안돼!’

의상과 표정은 그들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딸을 받아들일 수 없어 매일 술에 절어 살던 고은의 아빠, 그리고 그런 남편을 견딜 수 없어 떠난 엄마, 성일의 하나뿐인 가족 치매할머니, 불량여고생, 요리전문학교 친구들, 고은의 삼촌 등 고작 다섯 명의 배우들이 연기하는캐릭터는 도합 십 수 가지가 넘는다. 그들은 가장 부족하고 약한 존재인 고은과 성일을 통해 순수한 사랑을 배우고 깨닫는다.

연두와 하늘과 붉은 색감이 조화롭게 어울리며 연극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의 포스터는 완성된다. 어린아이의 마음을 가진 고은과 성일의 캐릭터와 조화를 이룬다. 매일 밤 무대 위에는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주인공들의 연극이 활발히 펼쳐진다. 대학로챔프예술극장에서 오픈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