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영은 “가수, 뮤지컬 둘 다 말하면서 노래하는 장르다”고 했다. 그는 여성그룹 ‘가비앤제이’ 멤버로 7년을 발라드 가수로 살아왔다. 그는 최근 5집을 발표한 뒤,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다. 장희영의 데뷔작은 뮤지컬 ‘코요테 어글리’다. 뮤지컬 ‘코요테 어글리’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았던 동명의 영화를 한국에서 재창작한 작품이다. 뮤지컬 ‘코요테 어글리’를 통해 발라드 가수 ‘가비앤제이’의 보컬이 아닌 배우로 변신한 ‘장희영’을 만났다. 

“뮤지컬, 남 일 같지 않다”

장희영은 밝은 얼굴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냐고 묻자 “최근 5집을 발표했다. 먼데이키즈와 ‘빙빙빙’이라는 제목의 곡도 발표했다. 이번 앨범은 특별히 활동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은 뮤지컬 ‘코요테 어글리’에서 여주인공 ‘에이프릴’ 역을 맡아 공연을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인터뷰 당일은 그의 첫 공연 날이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인터뷰 내내 긴장 완화를 위해 숨을 고르면서도 뮤지컬에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자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어릴 때부터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다. 언니가 연극배우다. 언니가 연극영화과를 다닐 때 연습실에 자주 놀러 갔었다. ‘뮤지컬’이라고 하면 남 일 같지가 않다. 뮤지컬은 늘 내 삶에서 가까이 있는 것이었다. 7년 간 가만히 서서 노래하는 발라드 가수로 활동했다. 원래는 활동성 있는 음악을 좋아한다. 뮤지컬을 보러 가면 신나게 춤추고 노래하는 배우의 모습을 보고 대리만족했다. 그러다 이번에 뮤지컬 ‘코요테 어글리’ 주인공 맡게 돼 정말 행복했다. 10년 전 개봉 때부터 정말 좋아했던 영화였다. 영화를 보면서 여주인공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 그 바람이 이뤄져서 기쁘다”

어릴 적부터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다는 그의 대답은 거짓이 아니었다. 이야기를 하는 장희영의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뮤지컬을 좋아하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그가 뮤지컬을 한다고 했을 때 ‘가비앤제이’의 멤버들의 반응도 시큰둥했다고 했다. “가수로 데뷔할 때부터 뮤지컬을 하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었다. 뮤지컬 제의가 많이 들어온 것은 아니었지만 주변에서 추천해준 경우도 있었다. 멤버들은 내가 ‘뮤지컬 한다’고 했을 때 놀라지도 않았다. ‘그래 결국 네가 하는구나 축하한다’ 정도였다”

“장희영의 ‘에이프릴’은 순박하고 촌스러워”

그는 “뮤지컬을 통해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뮤지컬 첫 도전인 만큼 뮤지컬 ‘코요테 어글리’는 장희영에게 큰 의미를 주는 작품이다. 한국 창작 초연을 거치면서 영화 속 ‘바이올렛’은 ‘에이프릴’이라는 또 다른 인물로 창조됐다. 장희영은 영화의 ‘바이올렛’과 비슷한 듯 다른 느낌의 ‘에이프릴’을 어떻게 표현하려 했을까.

“뮤지컬 속의 ‘에이프릴’은 영화의 ‘바이올렛’과 기본적으로 비슷하다. ‘에이프릴’은 싱어송라이터로서 성공을 꿈꾸는 시골처녀다. 그녀가 뉴욕으로 상경해 꿈을 이뤄가는 이야기다. 나와 같은 역의 배우가 세 명이다. 세 명이 함께 같은 역을 해도 이미지와 말투가 다르니까 느낌이 다 다르다. 같은 ‘에이프릴’ 역의 ‘유하나’ 언니가 많이 도와주신다. 하나 언니의 캐릭터를 본받으면서 나만의 활발하고 순박한 느낌을 살리려고 했다. 장희영의 ‘에이프릴’은 약간 촌스러운 면도 있다”

“가수와 배우, 둘 다 말하면서 노래하는 것”

장희영은 가수와 뮤지컬 배우의 영역을 나누고 있지 않았다. 그는 “둘 다 말하면서 노래를 해야 하는 장르다. 남들에게 노래 속에 숨은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희영은 가수와 뮤지컬 배우의 차이에 대해서 “가수는 3분 안에 모든 것 펼쳐야 한다. 반면에 뮤지컬은 이야기가 있다. 두 분야 모두 쉬운 부분도 있고, 어려운 부분도 있다. 물론 어려운 부분들이 더 많다. 뮤지컬은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하는 거다. 노래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더라. 다른 배우들과 에너지를 주고받는 매력이 정말 크다. 그 매력만큼 힘든 점들도 많다”고 말했다.

그가 뮤지컬 데뷔를 위해 쏟은 숨은 노력은 그의 말 곳곳에서 엿보였다. “인형을 정말 좋아한다. 잘 때도 놓지 않을 만큼 아낀다. 뮤지컬을 대할 때 정말 소중한 인형을 대하는 것처럼 한다. 대사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내가 다듬어야 할 부분을 고치고 다시 익힌다. 노래는 운율을 한 마디씩 배워가는 형식이다. 뮤지컬은 내용 전개를 알아야 하고, 기승전결을 다 알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연기가 정말 힘들었다. 노래를 잘 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굉장히 많이 배웠다”

영화 ‘코요테 어글리’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작품이라 창작 초연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가수가 뮤지컬을 한다는 것에 선입견이 있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같이 출연하는 배우들이 정말 잘해주신다. 잘해 주신 만큼 나도 열심히 하려고 한다. 창작 초연에 대한 불안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오히려 ‘데뷔작’이라는 부담감이 더 크다. 개인적으로 창작 초연이기 때문에 더 좋았던 점이 많다. 연출님과 배우들이 함께 머리를 싸매고 작품을 만들고 다듬어 갔다. 그 부분이 정말 좋았다”

“뮤지컬 ‘코요테 어글리’는 ‘쇼’다!”

장희영은 뮤지컬 ‘코요테 어글리’의 명장면을 소개해 달라는 말에 “오셔서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웃었다. 첫 데뷔작에 대한 애착이 대단해 보였다. 그는 “‘코요테 어글리’는 뮤지컬이고 쇼에 집중한 작품이다. ‘코요테 어글리’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코요테 걸’들이다. 다른 역할들도 물론 멋있고 다 중요하지만 ‘코요테 걸’들의 섹시한 무대는 정말 최고다. 내가 맡은 ‘에이프릴’과 함께 하는 무대가 몇 번 있다. 그때, 무대와 조명이 정말 멋있다.  버라이어티한 점들에 집중해서 보시면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장희영은 앞으로도 계속 뮤지컬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 분야에 대한 욕심도 크다고 했다. “7년 동안 발라드 가수를 하면서 느낀 것은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겸손해야 한다. 제대로 된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다. 초심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원래 ‘보통’이 제일 어렵지 않나. 뮤지컬 배우로서 ‘보통’이라도 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그는 이번 공연과 함께 KBS ‘불후의 명곡’ 출연이 결정됐다. 장희영은 “여자 보컬 특집에 출연하게 됐다. 곧 녹화가 시작될 터라 엄청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쟁쟁한 가수가 워낙 많이 나와서 긴장하고 있다. 공연과 동시에 하려니 힘들다. 그때까지 목이 살아있어야 할텐데”라며 멋쩍게 웃었다.

장희영은 뮤지컬 ‘코요테 어글리’가 끝나면 혼자서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가을 쯤 새로운 앨범의 녹음이 들어갈 것 같다고 귀띔한 뒤, 마이크를 착용하기 위해 먼저 대기실을 나섰다. 이 날, 그는 긴장 속에서도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뮤지컬 배우로서 한 발짝 내딛은 장희영의 행보를 기대해 본다.

뉴스테이지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