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한국관객이 가장 사랑하는 뮤지컬 중 하나다. 작품에서 ‘엠마’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최현주는 “한국에서 ‘지킬앤하이드’의 인기는 놀랍다. 매번 커튼콜마다 뜨겁게 환호해주셔서 눈시울이 뜨거워질 때가 많다. 이 작품이 왜 이렇게 사랑을 받을까하고 생각해봤다. 작품 속의 주인공인 ‘지킬과 하이드’가 극과 극을 오가면서 갈등하는 소재가 한국에 정말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킬앤하이드’에서 가녀리면서도 강인한 모습으로 관객에게 사랑받는 엠마의 매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 강한 모성본능으로 지킬을 지켜주는 엠마

배우 최현주는 엠마에 대해 “엠마는 어려서 엄마를 잃고 홀아버지 아래서 자랐다. 어릴 때부터 엄마의 역할을 대신했을 거고 아빠에겐 좋고 밝은 모습만 보이려고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엠마는 어머니를 일찍 잃었다. 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긴 했지만 어머니의 부재는 그녀의 유일한 그늘이다. 그와 동시에 그녀를 강하게 만드는 힘이 됐을 것이다. 귀족 집안에서 이런 저런 살림을 꾸리는 그녀는 집안의 ‘안주인’같은 존재다. 그렇게 살아온 그런 그녀에게 늘 불안해 보이는 약혼자 지킬은 엠마 안의 모성 본능을 일깨운다.

엠마는 약혼식마저 지각하는 지킬을 이해해 준다. 그를 독려하면서 늘 곁에 있겠다고 맹세한다. 심지어 지킬이 하이드로의 변신을 꾀하며 괴로워할 때도 그녀는 무슨 이유인지 말해보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 장면 속 ‘Once upon a dream’라는 넘버에서 엠마는 ‘설명 말아요, 난 그대를 알아요’라고 노래한다. 그녀는 오랫동안 지켜봐 온 지킬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 그가 어떤 모습이든 이해하고자 한다.

지킬의 아픔과 고통을 지켜보면서도 이해하고 기다리는 모습은 아들의 허물조차도 사랑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 지킬의 또 다른 자아로서의 엠마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제목처럼 남자주인공이 핵심이 되는 작품이다. ‘지킬’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약품의 실험 대상이 되고, ‘하이드’라는 야성적인 또 다른 자아와 마주한다. 그 속에서 엠마와 루시는 지킬과 하이드를 상징하는 또 다른 존재로서 작품에 균형적인 위치를 담고 있는 인물이다.

배우 최현주는 엠마에 대해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서는 지킬의 악하고 약한 부분이 하이드로 나타난다. 엠마의 약한 부분은 엄마의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했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엠마는 지킬의 나약한 부분을 감싸 안아주는 존재지만 동시에 그의 나약하고 선한 면을 부각시켜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엠마는 지킬이 유일하게 사랑하는 여성이다. 지킬이 지향하고 있는 것도 엠마로 대표되는 ‘선’이라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엠마와의 약혼실 날, 지킬은 거리의 여자 ‘루시’에게 흔들린다. 그로 인해 지킬은 스스로 자아를 분리하는 실험의 대상이 되기로 한다.

엠마는 그의 실험을 절대적으로 응원한다. 그녀가 지킬의 나쁜 면과 좋은 면을 구분하지 않고 헌신적인 사랑을 쏟을수록 지킬 내면의 갈등은 관객에게 더욱더 강렬하게 다가간다. 또한, 엠마의 사랑을 통해서 지킬은 루시에게 흔들린 것에 대한 미안함, 지켜주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무력감 등의 복잡한 감정이 더 크게 드러난다.

엠마는 지킬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결혼식을 진행한다. 그녀는 하이드를 죽이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지킬의 선택마저 존중한다. 엠마는 죽어가는 지킬의 품에 안고서 먼저 “편히 쉬세요”라고 말을 건넨다. 엠마는 죽음이라 할지라도 그의 모든 것을 포용해주는 강인한 여자다.

뉴스테이지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