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한껏 단단해져 돌아온 창작 뮤지컬 ‘피맛골 연가’가 오는 8월 2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이번 재공연에는 초연 멤버였던 박은태와 조정은이 주인공 김생과 홍랑을 다시금 맡아 화제가 됐다. 최근 뮤지컬계 캐스팅 1순위로 떠오른 박은태와 대형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서 큰 사랑을 받은 조정은이 다시금 이 작품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화제의 중심에 있는 조정은, 박은태 배우에게 재공연하는 2011년 ‘피맛골 연가’에 대해 물었다.

‘피맛골 연가’가 재공연을 앞두고 있다. 초연 멤버로서 현재 어떤 마음으로 연습하고 있나?

조정은 : 초연 때보다는 조금 마음의 여유가 있다. 그와 동시에 부담도 있다.

어떤 점이 여유고, 어떤 점이 부담인가.

조정은 : 초연 때는 모든 게 처음이었다. 작품이 관객에게 어떻게 보이고 어떤 흐름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불안감이 늘 따라다녔다. 특히, 대본이 수정되는 과정에서 이야기 구성을 어떻게 이어나가야 하나를 모두가 많이 고민했다. 두 달 반이라는 준비 기간이 있었기에 그 정도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 그때는 최선을 다했다. 쫓기는 마음에 빈틈을 메워보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음악도 정말 좋았고, 드라마도 잘 어울리게 짜 주셨다. 빈틈들을 각자의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해 메워주셨다. 지금은 초연을 한 번 거치고 나니 여유가 생겼다. 가사를 다시금 생각하는 것도 그렇고, 놓치고 갔던 부분을 다시 챙길 수 있다. 부담이라고 하면 초연이 좋았기 때문에 생기는 것들이다. 재공연 때는 욕심내지 않으려 한다. 한 번 공연했더라도 너무 노련해 보이지 않도록 하고 싶다. 익숙해진 부분도 있겠지만 신선한 맛이 떨어지지 않게 스스로 잘 조율해야 할 것 같다.

박은태 : 일부러 별 생각 없이 한다. 사실 생각을 너무 많이 할 수밖에 없는 게 재공연이다. ‘모차르트’도 그랬다. 재공연을 할 때 생각이 많아지면 안 좋더라. 첫 작품인 것처럼 해야 한다. 이번 공연 준비는 굉장히 재미있다. 재공연이 오히려 좋은 느낌이다. 정은 누나가 바빠서 잘 못 왔지만 연습 오면 정말 좋았다. 작년에 했던 사람들과 같이하면 기분이 참 좋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데 편안한 연기 호흡들이 자유롭게 나온다. 즐겁게 하고 있다.

재공연이면 그만큼 호흡이 잘 맞아떨어지나?

박은태 : 초연 때와 그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바뀌었다. 음악이나 큰 틀은 안 바뀌었는데 작은 부분들 한두 개가 바뀌었다. 그러면 그 한 두 마디 바뀐 것들 때문에 배우들만이 느끼는 노고가 있다. 호흡하기도 힘들어진다. 그럴 때는 당황스럽다. 하지만 서로 맞춰본 경험이 있어서 분위기는 확실히 좋은 것 같다.

연출님께서 스토리 부분에 변화가 있다는 말을 해 주셨다. 스토리, 대사가 수정된 부분이 있나?

박은태 : 그것은 비밀이다. 힌트를 드리자면 별로 안 바뀌었다.(웃음) 왜 그런 기대를 하는지 모르겠다. 작품의 큰 틀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는 밀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작년에 부족하다고 느꼈던 구멍들을 메우고 있다. 내 경우도 그렇다. 작년에 부족했다고 생각했던 드라마 라인을 많이 보완했다. 시공을 초월한다거나 하는 부분이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평이 있었다. 조금씩 부드럽고 긴밀하게 ‘조율’했다고 보면 된다.

재공연 때 수정이 과하면 초연 때 좋았던 느낌을 잃을 수도 있다. 박은태 씨가 말해주신 ‘조율’이란 말이 맞는 것 같다. 스텝도 초연 때 그대로인 것으로 안다. 덕분에 현장 분위기도 좋을 것 같다. 스텝들과의 호흡은?

박은태 : 호흡은 완전 좋다. 호흡은 굉장히 좋은데 바빠서 문제다. 정은 누나도 그렇고. 하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들 때문에 돈독해지는 것도 있다. 모두 제대로 모이면 정말 반갑고 즐겁다. 양희경 선배님도 자주 못 봬서 앙상블들과 맞추는 기회가 적어서 좀 아쉽긴 하다. 그래서 내가 더 노력한다. 좋은 분위기를 만들려고 한다.

맡은 역할에 대해서 묻고 싶다. 홍랑과 김생, 연기 면에서 초연 때와 달라진 점이 있나?

조정은 : 캐릭터의 큰 뼈대는 달라지지 않았다. 홍랑은 홍랑이다.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이 달라졌을 수는 있다. 초연 때는 급했다. ‘어떻게’라는 질문을 많이 했다. 홍랑이 ‘여기서 이 말을 왜 하지’, ‘여기서 이런 관계가 왜 되지’ 하면서 끊임없이 질문했다. 대본대로만 가려고 했다. 막상 공연 가까워서는 느끼는 대로 본능에 맡기고 가보자고 했다. 이번에 초연 영상을 봤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엄청나게 아름답게 표현돼서가 아니라 유치한 점이 있지만 분명 끌리는 면이 있었다. 촌스럽긴 하지만 어색하지 않았다. 연습할 때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서 불안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초연 영상을 보니 도와주는 게 많더라. 음악도 도와주고 조명도 도와주고.

감정적으로 사람이 ‘반한다’고 말하지 않나. 호감이 생기는 데는 이유가 필요 없는데 초연 때는 그 이유를 찾으려고 했다. 연출님은 논리적인 이유보다는 감정의 흐름에 몸을 맡기라고 했다. 그때는 그것이 이해가 안 됐다. 연습하다 보니 논리적인 이유보다 마음이 가는 대로 가사나 음악이 주는 느낌대로 가도 충분했다. 그 시간을 한 번 거치고 나니까 현재는 더 수월하고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신기하고 재미있다. 그래서 할 마음이 난다. 재공연인데도 은태 씨나 앙상블 친구들과 초연 때와 또 다르게 새로운 느낌을 받고 있다.

조정은 씨가 생각하는 홍랑은 어떤 캐릭터인가?

조정은 : 수동적인 여인은 아니다. 지고지순도 청순가련도 아니다. 그때 당시를 생각하면 강한 여성이다. 신여성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일을 비껴가지 않는다. 남자가 가는 길을 자신도 가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분명 다른 사람이 홍랑을 연기한다면 캐릭터가 또 다를 거다. 나를 통해 나온 홍랑은 굉장히 능동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김생은 어떤가.

박은태 : 초연 때와 똑같다. 단지 그때는 정신없이 했었는데 지금은 정신 차리고 하려고 한다. 예전에는 신과 신 사이의 캐릭터에 대한 것을 생각 못했다. 이번 재공연에서는 처음 나왔던 김생의 캐릭터가 죽을 때까지 한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초연 때는 말투가 안 돼서 고생했다. 사극이라 대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사극 톤 연습에 치중했었다. 현재 사극 톤은 어느 정도 나온다. 그래서 지금은 더 디테일한 김생의 캐릭터를 살리고자 한다.

김생은 한 마디로 ‘유쾌한 떠돌이’다. 자기가 스스로 쥐들에게 그렇게 이야기한다. ‘떠돌이’란 말의 뜻이 사실 슬프지 않나. 그러나 유쾌하게 슬픈 것이다. 어디에도 정을 붙일 수 없는 그의 상황이 잘 표현된 대사다.

조정은 : 맞다. 정말 어울린다.

박은태 : 그런데 그 마음을 붙잡게 하는 존재가 바로 홍랑이다.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피맛골 연가’가 직접적이지도 자극적이지도 않지 않나. 어떻게 이런 식으로 사랑에 빠지고 도망가고 죽는지 의문이 들었다. 나는 죽겠다고 하지만 홍랑이 내게 죽지 말라고 한다. 어루만져 주는 부분이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문제가 담겨 있다. 목숨까지 걸 수 있는 사랑이 이렇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곧 이 작품의 힘이다. 초연 때는 그것을 몰랐는데 지금은 참 좋다고 새삼 생각한다. 그 때 당시는 연출님도 우리가 어떤 그림이 나올지 몰라서 모두가 곤두서 있었다. 올해는 저희를 믿어주니 이렇게 해볼까, 이런 감정문제 아닐까 생각하며 다양한 표현을 연습하고 있다.

캐릭터와 닮은 부분이 있나. 배우 자신이 어떻게 캐릭터와 일치되나.

조정은 : 캐릭터와 배우 자신은 다를 수가 없다. 사람이 하는 거니까 사람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노래나 연기를 보면 그 배우의 성격을 알 수 있다고 하지 않나. 한 역할을 다른 사람이 맡으면 달라지게 된다. 기억도 감정도 배우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역할을 맡든지 조정은이 거기에 묻어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홍랑도 능동적으로 표현되는 것 같다. 선영이라는 친구의 홍랑은 또 다르다. 작품에 크게 훼손이 안 되는 한 그건 당연한 차이이고 인정받아야 하는 캐릭터의 다양성이다.

박은태 : 나도 동의한다. 나는 연기를 전공한 것이 아닌데 요즘 들어 배우가 참 재미있다. 일상생활에서 캐릭터의 모습이 나올 때가 있다. ‘거미여인의 키스’, ‘모차르트’ 등 지금껏 내가 해 온 작품을 보면 비슷한 캐릭터가 없다. 김생을 할 때는 양반처럼 하고 다닌다. 내 안에 원래 있었지만 꺼내지지 않았던 또 다른 모습이 연기를 통해 빠져나오는 것 같다. 다 자기 안에 있는 건데 그것을 부풀리고 확산시키는 것이다. 평소에도 가끔 ‘아, 그렇소. 이보시오, 그렇다 한다오’와 같은 말투가 나온다. 웃을 때도 달라지고 매 순간 언제나 작품 쪽에 가 있다. 그것이 배우의 맛이 아닐까 생각한다.

뮤지컬 ‘피맛골 연가’는 사극이고 한복도 입는다. 그런 작품의 특징 때문에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

조정은 : 은태 씨만큼 대사에서 그런 사극의 뉘앙스는 적다. 읊조리거나 시조 같은 것이 없다.

박은태 : 유희성 연출님은 본인이 십 년만 젊어도 김생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웃음)

조정은 : 홍랑도 잘하신다.(웃음) 힘들었던 것보다 한복을 입고 하다 보니 당시의 시대적 느낌이 들게끔 해서 오히려 연기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박은태 : 의상 면에서 오히려 제 바람으로는 사극이면 사극으로 정확한 콘셉트가 있었으면 했다. 정통사극 일관되게 도포를 입는 것도 아니고, 친구는 도포인데 나는 다른 느낌의 의상을 입거나 한다. 혼자 머리를 땋고 있거나. 그런 점은 연기하면서 조금 어렵지 않나 싶다.

이번에 연습하면서 재미있는 사건이나 에피소드가 있었나.

박은태 : 사실은 재공연이 더 힘들다. 자꾸 초연과 비교하기 때문이다. 초연보다 뭔가 달라져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작년에 했던 사람은 했던 사람으로서의 고충, 새로 하는 사람은 새로 하는 사람 나름의 고충이 있다.

하지만 재미있는 부분이라면 유희성 연출님을 이야기하고 싶다. 연출님이 워낙 연기를 잘하신다. 연습 현장에서 모든 배역에 빙의하신다.(웃음) 너무 훌륭하게 표현하시니까 배우들이 주눅이 들어 못 할 때가 있다. 연출님이 솔선수범해서 망가지시면서 연기를 다 보여주시니 배우들이 다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연습이 힘든 와중에서도 힘을 낼 수 있다. 그것이 유희성 연출님의 가장 큰 힘이다. 배우와 함께 호흡하신다. 다른 연출님은 주로 말씀으로 전달하시는데 유희성 연출님은 직접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를 보여주신다.

조정은 : 맞다. 정말 연기를 잘하신다.(웃음)

박은태 : 농담으로 이런 말도 했다. 막공이나 특별 공연 때 연출님 특별 출연은 어떠냐고. 혼자 다 하시는 것도 재미있겠다. 그 연기하시는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놨으면 좋겠다. 배우들은 연출님만큼 안 돼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그 분의 20년 30년 해 오신 연기 내공을 어떻게 쉽게 따라잡겠나.

(인터뷰②에서 계속)

뉴스테이지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