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터 뮤지션 뮤지컬 ‘모비딕’은 배우가 연기, 노래, 연주를 모두 직접 한다. 각 인물은 자신의 캐릭터에 맞는 악기를 통해 감정과 상황을 전달한다. 액터 뮤지션 뮤지컬 ‘모비딕’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화자는 문명을 상징하는 ‘이스마엘’이다. 작품의 전체적인 정서를 상징하는 것은 자연을 상징하는 ‘퀴퀘그’다. 그렇다면 이 작품의 사건을 이끌어가는 인물은 누구일까.

액터 뮤지션 뮤지컬 ‘모비딕’에서 ‘퀴퀘그’를 맡은 이일근(KoN)은 “에이헙은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고 말했다. 이 작품의 전체적인 사건을 만들고 이끌어 나가는 인물은 바로 피쿼드호의 ‘에이헙’ 선장이다. 

- 모든 사건을 만드는 인물, 에이헙 선장

액터 뮤지션 뮤지컬 ‘모비딕’ 속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이스마엘이다. 이스마엘은 사건을 기록하고 전달할 뿐 아니라 그들의 마지막 최후를 기억하는 유일한 생존자다. 하지만 그는 관찰자이지 상황을 만들어가는 직접적인 캐릭터는 아니다. 액터 뮤지션 뮤지컬 ‘모비딕’의 모든 상황과 사건의 중심에는 에이헙이 있다.

에이헙은 피쿼드호의 선장이다. 그는 오래전 바다에서 만난 흰 고래 ‘모비딕’에게 다리 한쪽을 잃었다. 그는 한쪽 다리를 쩔뚝이며 모비딕에게 복수할 기회만을 엿보고 있다. 에이헙은 고래를 잡아 한 몫 크게 챙기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배에 오른 선원들에게 은근슬쩍 제안한다. 모비딕을 잡아오는 사람에게 스페인 금화를 주겠다고 한 것이다. 선원들의 목표는 이제 평범한 고래가 아니라 흰 고래 모비딕이다. 에이헙의 제안으로 액터 뮤지션 뮤지컬 ‘모비딕’의 본격적인 사건은 시작된다.

액터 뮤지션 뮤지컬은 에이헙의 들끓는 복수심으로 항해하는 작품이다. 항해는 모비딕이 움직이는 길을 따라 진행되고 그것을 지휘하는 것도 에이헙이다. 마지막 최후의 순간도 그는 모비딕을 잡기 위해 선원에게 명령을 내린다. 배 위의 모든 선원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이 ‘선장’이듯, 이 작품의 전체적인 사건을 지휘하는 것도 에이헙이다.

- 에이헙, 인간이 가진 아집의 끝을 보여주다

에이헙은 인간이 가진 아집의 산물이다. 그는 모비딕을 잡겠다는 분노에 갇혀 ‘자연의 순리’와 ‘가족과의 행복한 삶’, ‘선원들의 안전’은 모른 체한다. 뱃사람은 흔히 거친 입담과 강인한 체력, 드센 성격과 정복심이 강한 인물로 묘사된다. 에이헙도 오랜 시간 배 위에서 생활한 뱃사람이다. 특히, 항구 사람이 모두 알만한 전설적인 선원이라면 그는 정복심이 강한 사람일 것이다.

모비딕은 그러한 에이헙의 정복심과 자존심에 금이 가게 한 유일한 존재다. 그는 ‘흰 고래 모비딕에게 에이헙이 패배했다’며 수군대는 사람들의 소리를 매일 같이 들어야 했을 것이다. 잃어버린 한쪽 다리는 다시는 배에 설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줬을 테고, 자신의 가정조차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절망을 그에게 안겼을 것이다. 그는 절망과 두려움 속에 복수심을 불태웠고 그는 ‘인간의 아집’을 끝까지 파고들어 ‘복수의 화신’이 되기에 이른 것이다.

상처받은 인간의 허망한 ‘아집’은 에이헙을 살아가게 하는 이유다. 어쩌면 그의 목표는 ‘모비딕을 잡는 것’이 아니라 ‘고래를 죽여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 ‘복수의 화신’ 에이헙을 첼로에 담아낸 배우 ‘황건’

액터 뮤지션 뮤지컬 ‘모비딕’에서 에이헙 선장을 맡은 배우는 황건이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를 수료했다. 연극배우로 ‘오이디푸스’, ‘햄릿Q1’ 등에 출연했다. 황건은 액터 뮤지션 뮤지컬 ‘모비딕’에 참여하면서 뮤지컬배우로서 변신했다.

그는 처음 연기를 접한 연주자들 사이에서 ‘스타벅’ 역의 배우와 함께 극의 연기적 중심을 잡는다. 황건은 모비딕에 집착하면서도 자신의 목표를 향해 온몸을 던지는 에이헙의 광기를 잘 드러냈다. 그는 이 작품에서 관객의 몰입을 높이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한 축으로서 모자람이 없는 연기를 펼쳤다.

뉴스테이지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