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혁은 현재 가장 바쁜 무대인 중 한 명이다. 그는 연극 ‘국화꽃향기’의 연출을 맡아 지난 9월 1일 첫 공연을 무사히 끝냈다. 이제 막 연습에 돌입한 뮤지컬 ‘조로’의 무대감독직과 내년 무대에 오를 뮤지컬 ‘12번째 남자’를 준비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랜만에 연극 ‘국화꽃향기’에서 무대감독이 아닌 연출가로 돌아온 김동혁을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 최근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현재는 연극 ‘국화꽃향기’ 연출 작업과 뮤지컬 ‘조로’의 무대감독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 두 작품을 하려면 매우 바쁘실 것 같아요. 연극과 뮤지컬을 오가느라 힘들거나 부담스럽지는 않으세요?

연극 ‘국화꽃향기’는 9월 1일부터 시작이고, 뮤지컬 ‘조로’는 11월 4일이 오픈이라 크게 겹치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두 작품 모두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어요. 각각의 역할이 확실한 영역을 가지고 있어서 크게 부담스럽거나 힘들지는 않습니다.

- 오랜 시간, 뮤지컬에서 활동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연극 ‘국화꽃 향기’ 연출을 맡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 궁금해요.

저는 원래 수채화 같은 사랑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이 작품의 제의를 받았을 때 딱 제 작품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극 ‘국화꽃향기’는 수채화같이 잔잔하고 은은한 사랑의 아픔과 함께 보는 관객이 주변의 소중함을 기억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그 의도를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이라 연출을 하기로 했습니다.

- 연극 연출은 처음이신데 뮤지컬을 연출하실 때와 다른 점이 있으신가요?

- 이번 공연이 초연이라 연출하시면서 난감했던 경우가 있으셨을 것 같아요. 연극 ‘국화꽃 향기’를 하면서 가장 어려우셨던 부분은 어떤 부분이셨나요?

소설을 연극화할 때 가장 힘든 부분은 ‘소설 속의 다양한 장면 변화를 어떻게 한정된 공간에 표현하는가’ 하는 부분입니다. 시공간의 변화를 극장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 다양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연극 ‘국화꽃향기’는 20대 대학생활부터 30대 후반의 슬픈 이별까지 약 20년의 시간적인 변화가 나타납니다. 그러한 변화를 한정된 공연 시간 안에 집어넣을 수 있느냐는 부분이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 ‘음악이 있는 연극’ 콘셉트로 알고 있는데, 정확히 이 부분이 어떻게 표현이 되는지 궁금했습니다. 설명을 조금 해주신다면?

이 작품을 하기로 했을 때 니시무라 유키에 선생님의 ‘레터’와 신지호 음악감독의 음반을 들었었습니다. 두 앨범 모두 연극 ‘국화꽃향기’가 갖고 있는 작품의 정서와 정말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원작 소설인 김하인 선생님의 ‘국화꽃향기’의 언어와 니시무라 유키에 선생님의 ‘레터’, 그리고 신지호 음악감독의 뉴에이지 피아노 음악들을 모두 작품에 넣고 싶었어요. 각 캐릭터의 서브 텍스트도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었고요. 예를 들어, 미주가 암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병은 숨기고 임신 사실만을 남편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미주와 승우가 임신 사실을 알고 즐거워하는 장면이지만 음악은 남편의 정서보다는 암이라는 것을 알면서 이야기하지 않은 여자의 정서를 따라갑니다. 보는 그림은 너무나 활기차고 즐거운 장면이지만 음악의 정서는 쓸쓸하고 안타까운 느낌이 있는 장면이죠. 

- 작품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표현하신 것들에는 무엇이 있나요?

가장 중점을 두었던 점은 음악적인 요소와 각 캐릭터의 관계입니다. 작품 전체에서 드러나는 배경음악이 웬만한 뮤지컬 정도의 분량을 가지고 있어요. 연극에서 음악적으로 배경을 만들기 위해 원작 소설의 모티브를 바꾼 부분도 있습니다. 원작소설에는 미주가 영화 동아리에서 승우를 만나는데 연극에서는 음악동아리에서 만나게 됩니다. 또한, 미주의 직업이 가수인 것도 음악적 연관성을 주기위해 변화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번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뮤지컬배우들 있고, TV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도 있어요. 캐스팅에서 중점을 두셨던 부분이 있나요?

연극 ‘국화꽃향기’에 출연 중인 모든 배우가 각각의 특징이 있어요. 물론 나이의 차이에 따른 부분도 있습니다. 이건명 배우는 부드러움과 배려심을 가진 승우, 박상훈 배우는 활기차고 순수한 승우, 배해선 배우는 음악에 열정이 있는 정열적인 미주, 정애연 배우는 여리지만 카리스마를 가진 미주 등 각각의 배우들이 표현하는 캐릭터의 차이를 느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연극 ‘국화꽃향기’의 원작 소설이 워낙 유명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영화 ‘국화꽃 향기’도 박해일, 장진영 등의 배우들이 좋은 연기로 호평을 받았고요. 원작 소설에 대한 부담감은 없으셨나요?

김하인 선생님의 원작 소설이 너무나 유명하기 때문에 부담이 됩니다. 또한, 영화로도 만들어져 많은 사랑을 받았고요. 연극은 다시 한번 재해석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소설과 영화가 평면적이라면, 연극은 라이브 음악과 함께하는 현장성을 갖고 있습니다. 소설의 아름다운 대사를 눈앞에서 배우들과 같이 호흡하고 느낄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연극 ‘국화꽃 향기’의 명장면이 있다면 어떤 장면을 꼽으시겠어요?

20대 승우와 미주가 첫 키스를 하는 장면입니다.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첫 키스의 아련함, 마치 장난처럼 스치듯이 표현되지만 그들의 가슴 떨림이 드러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 연습 기간 동안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연극 ‘국화꽃향기’의 전체 작품회의를 할 때 결혼생활에 대한 부분에서 의견차이가 있었습니다.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배우, 스태프와 아직 미혼인 배우 스텝과의 편이 갈라진 것이죠. 미혼인 사람들은 결혼에 대한 환상을 꿈꾸고, 결혼한 사람들은 실제 생활은 그렇지 않다고 하면서 환상을 빨리 깨야 한다고 논쟁을 벌어지기도 했어요. 결혼생활의 현실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각자의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죠.(웃음)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