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해야 한다. 무대 위에서는 실수가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는 목표 지점은 그들을 단단한 연기자로 만드는 첫 번째 요소다. 그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롤모델’이다. ‘롤모델’은 누군가의 목표가 되기도 하고, 배우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지점이 되기도 한다. ‘롤모델’은 한 명일 수도 있다. 하지만 ‘탈무드’에 ‘세상의 모든 것에서 무언가 배울 줄 아는 사람은 가장 현명한 사람이다’는 말처럼 여러 사람일 수도 있다. 배우들에게 자신이 닮고 싶은 ‘롤모델’은 누구인지 물었다.

“각 배우의 좋은 점 따르려 한다”
뮤지컬 ‘미스 사이공’, 연극 ‘국화꽃향기’
배우 이건명

한 배우의 연기가 좋아서 따라간 적은 거의 없어요. 예를 들면, ‘남경읍’ 선생님의 부지런함이 정말 좋으면 그런 부분을 따라가요. 또, ‘전수경’ 배우와 공연하다 보니 무대 위의 기가 막힌 센스가 정말 좋은 거예요. 그러면 그런 부분을 따라가요. 배우고 싶은 부분은 동생들에게서도 많이 발견해요. 올해 했던 연극 ‘트루웨스트’를 같이 했던 ‘정동화’ 군의 집요함 같은 것이요. 그러면 그걸 따라가죠. ‘롤모델’을 정하기보다 같이 하는 배우들의 디테일을 배우고 따르려고 해요.

“조승우, 내가 느껴지는 대로 연기할 수 있게 해줘”
뮤지컬 ‘피맛골 연가’, ‘조로’
배우 조정은

‘조승우’ 배우예요. 개인적으로는 친구지만 파트너로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통해 처음 만났어요. 무대에서 그 친구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인간 ‘조승우’가 보여요.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역할이 돼 있어요. 본능적으로 하는 건지 기술적으로 하는지는 모르지만, 역할에 ‘조승우’를 스며들게 하는 연기를 정말 잘해요. 노력을 아주 많이 하는 친구예요. 배우 조승우에게 개인적으로 고마워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제가 본능대로, 느껴지는 대로 느끼게 해줬거든요. 뮤지컬배우들만의 연기 스타일이 있잖아요. 저도 모르게 그렇게 하고 있을 때가 있는데 승우와 함께하면 그런 표현 방식을 쓰지 않아도 표현이 돼요. 그리고 굉장히 예민하고 섬세한 에너지가 있어요. 승우의 그런 에너지는 상대방에게 연출이 주지 못하는 것을 찾아낼 수 있게끔 해주고요. 그래서 ‘엠마’라는 역할의 디테일을 얻었어요. 제 연기에 반응하는 승우를 보면서 ‘아, 그럴 수 있겠구나’를 느꼈죠. 이건 조승우라는 배우가 가진 힘인 것 같아요. 정말 잘해서 얄미울 정도였어요. 저도 어떤 누군가에게 그런 파트너가 됐으면 좋겠어요.

“배우 서범석, 스스로 한 단계씩 밟아나가는 배우”
뮤지컬 ‘피맛골 연가’, ‘햄릿’
배우 박은태

배우 ‘서범석’ 형님을 닮고 싶어요. 처음부터 스스로 한 단계, 한 단계 밟아나가시는 모습이 좋아요. ‘어떤 면에서 닮고 싶다’기 보다 서범석 형님께서 그 위치에서 행동하시는 모습을 보면 놀라워요.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고, 작품도 까다롭게 하지 않으세요. 저는 연기적으로 타고나지는 않았어요. 그 부분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라고 믿어요. 서범석 형님은 엄청난 양의 훈련을 하셨어요. 지금 정말 잘하시잖아요. 서범석 형님과는 수없이 많이 연기를 맞춰봤지만 실수하시는 것을 못 봤어요. 그전부터 잘했던 것이 아니라 계속 발전하고 계시는 거죠. 그런 부분을 닮고 싶어요.

“구원영, 성실함과 진실함이 있는 배우”
뮤지컬 ‘렌트’, ‘햄릿’
배우 윤공주

롤모델은 정말 많아요. 이 분한테는 이것을 본받고 싶고, 이 분한테는 저것을 본받고 싶거든요. 최근에는 ‘구원영’ 배우를 본받고 싶어요. 원영 언니는 사람으로서 뿐만 아니라 배우로서도 제가 추구하는 ‘순수함’을 갖고 있는 배우예요. 그리고 ‘성실함’과 ‘진실함’이 있죠. 정말로 가식이 없어요. 배우로서의 ‘구원영’도 본받고 싶지만 인간으로서의 구원영도 본받고 싶어요. 저에게는 ‘구원영’이라는 사람 자체가 많은 가르침을 주는 존재인 것 같아요.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