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in]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용서받은 자로’, 뮤지컬 ‘캣츠’ 속 그리자벨라
작성일2011.10.27 조회수10201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용서받은 자로’, 그리자벨라
사람들은 뮤지컬 ‘캣츠’를 떠올릴 때 으레 ‘메모리’라는 명곡을 떠올린다. 영국의 뮤지컬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손에서 탄생한 이 노래는 작품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는 곡이다. 뮤지컬 ‘캣츠’에서 이 명곡을 부르는 고양이는 바로 늙고 추해 외면당하는 고양이 ‘그리자벨라’다.
뮤지컬 ‘캣츠’는 단순히 고양이들이 나와 춤을 추고 재롱을 부리는 ‘쇼 뮤지컬’이 아니다. 뮤지컬 ‘캣츠’의 ‘젤리클 마을’은 인간 세상의 축소판으로 다양한 삶의 군상을 담고 있다. 또한, 세상에 외면당하는 이를 받아들이고 이해하자는 메시지가 있다. 화려한 고양이들의 세상과 재주를 엿보는 것도 재미지만 뮤지컬 ‘캣츠’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본질에 대해 미리 공부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자벨라는 젊은 시절 아름다운 외모와 육감적인 몸매로 뭇 고양이들을 설레게 했다. 그는 모험을 위해 젤리클 마을을 떠났다가 망가진 몸으로 다시 돌아온다. 하지만 이미 늙고 추해진 그리자벨라를 무리는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무대에서 그리자벨라가 등장하기만 하면 고양이들은 발을 쳐들고 사납게 경계하는 소리를 낸다.
그리자벨라의 몸에는 낡고 찢어진 코트가 걸쳐져 있다. 헝클어진 머리와 반짝임을 잃은 코트 속 드레스, 낡은 구두는 그의 아름다운 옛 시절을 엿보게 한다. 그리자벨라는 젤리클 마을을 끊임없이 겉돌며 그들에게 손을 내민다. 아직 어린 고양이들은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 보기도 하지만 곧 어른 고양이들의 손에 의해 저지당한다. 그리자벨라는 혼자라는 외로움과 자신을 외면하는 무리로 인해 상처받는다. 그녀는 혼자 남아 몰래 젤리클 고양이들의 춤을 따라 추며 씁쓸하게 돌아선다.
그리자벨라는 이야기 속 ‘용서받지 못한 자’다. 그는 무리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자신을 통해 젊은 날의 오만함과 아름다움이 사라진 그 끝에 남는 것은 늙고 추해진 몸뚱이와 외로움뿐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자벨라는 올듀터러너미의 선택으로 젤리클 고양이들과 함께하고픈 진실한 마음이 담긴 ‘메모리’라는 곡을 부른다. 젤리클 고양이들은 그제야 그녀를 이해하고 무리로 받아들인다. 뮤지컬 ‘캣츠’는 지난날의 오만을 버린 그리자벨라와 그를 이해하고 받아들인 젤리클 고양이들의 모습을 통해 화해와 용서, 이해를 보여준다. 수많은 사람이 그리자벨라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이유는 그가 ‘스스로 깨닫고 뉘우쳐 용서받은 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늙고 추해도 자존심만은 죽지 않은 그리자벨라, ‘박해미’
2011년 뮤지컬 ‘캣츠’의 30주년 공연에 그리자벨라 역으로 함께하는 배우는 ‘인순이, 박해미, 홍지민’이다. 박해미는 겉모습은 늙고 초라해졌지만 자존심은 버리지 않은 그리자벨라를 연기했다. 어린 고양이들이 내미는 손에 반응하던 그리자벨라의 얼굴은 두려움과 설렘이 드러났고, 젤리클 고양이들에게 거부당할 때에는 슬픔과 자존심이 엿보였다.
박해미는 이번 공연 시작 전 인순이, 홍지민과 함께한 공동인터뷰 자리에서 “1년 전부터 뮤지컬 ‘캣츠’를 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나를 인정해줬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으로 작품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뮤지컬 ‘캣츠’의 완성 과정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하며 “오리지널 팀에게 시간을 달라고 의사를 전달했고 나와의 사투를 통해 어느 순간 감을 찾았다. 그에 대해 모두가 놀라워했다. 나 역시 굉장히 뿌듯했다”고 전했다. 뮤지컬 ‘캣츠’는 12월 31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정지혜 기자 사진_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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