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쓰릴미’가 11월 29일부터 2012년 2월 26일까지 충무아트홀 블랙에서 관객과 만난다. 충무아트홀 블랙은 뮤지컬 ‘쓰릴미’의 초연 무대가 올랐던 곳이다. 뮤지컬 ‘쓰릴미’는 동성애, 유괴, 살인, 2인극, 단 한 대의 피아노가 연주하는 뮤지컬이라는 독특한 이력에도 수많은 팬을 양산하며 사랑받은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뮤지컬 ‘쓰릴미’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연출가인 ‘노승희’가 참여해 기대를 모은다. 캐스팅도 김재범, 정상윤 외에는 신예 배우들로 채워진다. ‘나’ 역에는 ‘김재범, 정상윤, 전성우, 손승원’이, ‘그’ 역에는 ‘장현덕, 김성일, 이정훈’이 함께한다.

뮤지컬 ‘쓰릴미’의 2010년 공연에서 ‘그’ 역으로 참여했던 배우 조강현은 “저는 애초에 ‘그’는 남자답거나 마초적인 인물이 아니라고 판단했어요. 인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생각했던 것은 ‘그’가 누구보다 연약한 인물이라는 거예요. 오히려 ‘나’보다 치밀하게 계산하는 부분이 있고 그 속에서 연약함이 드러나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기자의 이야기 : 뮤지컬 ‘쓰릴미’가 줬던 충격

뮤지컬 ‘쓰릴미’를 처음 만난 것은 충무아트홀 블랙이 소극장이었던 시절이다. 2008년, 이제 막 공연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던 때 ‘쓰릴미’는 이제까지 본 작품 중 가장 충격적인 공연이었다. 단 두 명의 배우, 심플하다 못해 아무것도 없는 듯한 무대, 단 한 대의 피아노가 연주하는 음악, 동성애와 살인이라는 당시 낯선 소재까지 뮤지컬 입문자에게는 완벽히 새로운 세상이었다. 당시 ‘김무열, 이창용’, ‘강동호, 김우형’ 페어의 공연을 보고는 전혀 다른 해석을 비교하는 재미에 빠져들어 여러 번 재관람하기도 했다.

뮤지컬 ‘쓰릴미’가 2007년 초연 이후 계속해서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한 해석의 여지 때문이다. ‘누가 누구를 조종했는가’의 초점에 맞춘다면 두 남자의 심리극이 될 것이고,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면 애절하고 잔인한 러브스토리가 될 수도 있다. 올해는 베테랑 연기자들과 참신한 얼굴의 신예들이 함께 무대에 선다. 또한, 무엇보다 여성 연출이 작품을 맡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2011 뮤지컬 ‘쓰릴미’가 또 어떤 해석과 이야기로 돌아올지 기대해 본다.

 

뮤지컬 ‘쓰릴미’의 ‘Afraid’는 어떤 넘버?

뮤지컬 ‘쓰릴미’의 ‘Afraid’는 ‘그’가 부르는 노래다. ‘그’는 자신을 ‘뛰어난 인간’이라 믿으며 각종 범죄를 통해 자신의 욕구를 채우는 인물이다. ‘그’는 스스로 ‘흥분’이라는 욕구를 위해 ‘나’를 끌어들인다. ‘나’는 ‘그의 사랑’을 얻기 위해 ‘피의 계약’을 맺어 범죄에 가담한다. 범죄의 강도가 점점 세져 결국 한 아이를 유괴하고 살인까지 한 이들은 완전 범죄를 꿈꾸지만 수사망은 점점 좁혀온다.

‘Afraid’는 범행이 탄로나 두 사람이 각각 다른 방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흘러나온다. 묵직하고 들쭉날쭉한 음이 감정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이 곡은 지난해 ‘쓰릴미’에서 ‘그’ 역을 맡았던 조강현이 말했듯 “그는 누구보다 연약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곡이다. ‘Afraid’에서는 이제껏 ‘나’의 앞에서 도도하고 당당하게 굴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그’는 이 곡에서 옆방에 ‘나’가 깨어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지금 너무나도 두려운 자신의 심정을 토로한다. 가사에는 ‘죽기는 싫어’, ‘정말 두려워’ 등 초조함이 가득하다.

첫 공연을 볼 당시에는 극을 이끌어가는 내레이터 역할을 동시에 하는 ‘나’ 역에 몰입하기에 바빴다. ‘나’를 중심으로 사건이 재구성된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 공연부터는 시각적 여유가 생기고 극의 대사를 깊이 들으면서 ‘그’의 이야기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때 가장 와 닿았던 곡이 바로 ‘Afraid’다. 이 곡은 ‘그’의 두려움과 나약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관객은 이 곡이 끝날 무렵이면 세상의 매를 두려워하는 어린 ‘소년’만이 거기 있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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