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일기’는 혁명과 일상, 조직과 개인의 문제를 다룬 히라타 오리자의 신작이다. 이번 작품의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히라타 오리자는 1990년대 전반 ‘서울시민’, ‘도쿄노트’ 등 일련의 작품을 통해 ‘가족’을 소재로 역사와 개인의 관계를 담아냈다. 그는 특히 ‘혁명일기’에서 집단의 논리와 개인의 일상 사이에서 생겨나는 문제를 절묘하고 유머러스하게 포착한다.

‘혁명일기’의 주인공 마스다 타케오와 마스다 노리코는 평범한 주택가에 사는 보통의 부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과격파 혁명 조직의 조직원이다. 어느 날 저녁, 그들의 집에 조직원들이 모여 테러 계획을 논의하는데 계속되는 외부인의 방문으로 방해를 받게 된다. 이웃집 주부 후쿠모토가 동네모임의 일을 부탁하러 오자 조직원들은 아마추어 재즈밴드의 멤버들인 척한다. 또한 이들 조직이 온건한 시민운동 조직인 줄로 알고 지지하는 시민이 술에 취해 들이닥치기도 한다. 외부인의 방문을 피해 모였다 흩어졌다 하면서도 조직원들의 논의는 계속된다.

히라타 오리자는 1990년대 일본 연극계에 등장했다. 자극적이고 격렬한 연극이 유행하던 당시 그는 일본 연극의 흐름과는 정반대로 일상 그대로를 옮겨놓은 듯한 담담하고 아날로그적인 느낌의 작품들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지극히 일상적인 그의 작품들은 배우가 관객에게 등을 진 채 말하기도 하고, 동시에 여러 대화가 오가기도 하는 등 기존 사실주의 연극의 관습을 깨뜨리는 파격적인 발상을 담고 있다.

히라타 오리자는 2002년 한일합작 연극 ‘강 건너 저편에’에 공동 작가 및 공동연출자로 참여한 바 있다. 그 외에 ‘서울시민’, ‘도쿄노트’ 등의 작품을 자신의 극단 청년단의 내한공연으로 선보였다. 또한 그의 작품인 ‘서울노트(원제: 도쿄노트)’, ‘서울시민1919’, ‘S고원으로부터’, ‘과학하는마음’ 시리즈, ‘이번 생은 감당하기 힘들어’, ‘잠 못드는 밤은 없다’ 등이 국내에서 번역 상연되기도 했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