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리뷰
연극 '이단자들'
지구온난화에 물음표 던지는 이색 접근
긴장감 없는 스토리·희화화된 캐릭터 아쉬움

연극 ‘이단자들’의 한 장면(사진=문화아이콘)

[이은경 심사위원] 극단 사개탐사의 창단공연 ‘이단자들’(리처드 빈 작·박혜선 연출)은 동시대의 절대적 명제인 환경문제를 소재로 한 연극이다. 지구온난화는 우리에게 집단적 죄책감과 함께 강박적 조급증을 갖게 하는 심각한 사회문제다. 하지만 이 작품에는 제목처럼 환경문제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깨트리는 이단자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주인공 다이앤의 대사처럼 “아마겟돈이 이미 수천번 예언됐지만 항상 틀렸다는 걸 주목한다면 이제 우린 서로 사랑하고, 잘 먹고 잘사는 법을 제대로 익혀야 할 때”임을 강조한다. 거대권력의 조작된 이데올로기에 세뇌되어 인간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작가 역시 이단자이다.

작품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막은 기후온난화가 불순한 의도에 의해 왜곡되고 있다는 사실을 다이앤과 케빈의 갈등을 통해 보여준다. 쉽지 않은 과학적 담론들을 설명하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 기후온난화의 실체에 대한 진실이 무엇인지 자연스레 관심까지 생겨났다. 또한 학교의 징계, 극단적 친환경단체의 협박 등 다이앤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억압은 이단자가 되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와 희생을 담보하는지를 보여주기에 우리 사회 이단자들에 대한 의문도 들었다.

2막은 크리스마스 날 다이앤의 집을 배경으로 케빈과 화해하고 거식증에 걸린 딸 피비와 벤의 결혼을 통해 다이앤이 진정으로 행복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딸·직장·연애, 어디에서도 만족하지 못하던 그녀가 “우린 어느 별보다도 소중하기에 행복해야 한다”는 진실을 깨닫는 것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 주입된 외설스런 종말론’에 반기를 들고 이성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려는 작가의 의도처럼 왜곡된 사실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의 삶을 찾으라는 메시지는 해피엔딩의 안도감으로 전달된다.

과학을 소재로 삶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는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다. 물론 이단자들의 의미를 보여주던 1막의 긴장감이 화해를 보여주는 2막에서 급속하게 약화된 점, 두 개의 사건이 확연하게 구별되면서 나열식으로 전개된 점은 아쉬웠다. 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과학의 영역을 명쾌하게 설명해 문제의식을 환기시키는 작가의 설득력이 매우 뛰어났다.

그럼에도 기대만큼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문제는 배우들이 인물을 구현하는 방식이었다. 인물들은 희화화되어 작품에서 제기하고 있는 현실의 심각성이나 사건의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웰 메이드 코미디를 보는 듯했다. 희곡의 무게를 상쇄시키려는 연출의도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인물 간 내적 갈등, 심각한 상황에 대처하는 태도가 더 적극적으로 표현됐어야 했다.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들이 캐스팅됐지만 각자의 스타일을 강하게 드러내 전체적인 앙상블에서도 미흡했다. ‘사회와 개인을 탐사한다’를 줄인 극단명처럼 은폐되거나 깨닫지 못했던 의미들을 연극적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되길 바라며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한다. ▲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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