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윅' 꺾지 않을까요" 뮤지컬 신참들의 야망기
작성일2013.09.16 조회수1401
국내 초연 '구텐버그'
젊은 두 창작자의 뮤지컬 제작기 다뤄
"돈키호테처럼 꿈 ?는 청년 모습에 관객들 공감"
11월10일까지 충무아트홀
[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두 배우가 나무상자를 밀며 무대로 등장한다. 그 속에서 모자를 꺼내 준비된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공연이 시작됐는데도 무대소품을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휴대전화는 꺼주시고요.” 이번엔 한술 더 떠 피아니스트가 나와 장내 정리를 한다. 공연 스태프들이 하는 일을 배우와 연주자가 하는 것이다.
뮤지컬 ‘구텐버그’에는 공연 제작 풍경이 고스란히 담겼다. 젊은 두 창작자가 미국 브로드웨이 입성을 꿈꾸며 뮤지컬을 제작하는 과정이 리딩 공연(무대 세트와 의상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선보이는 약식 공연)으로 펼쳐진다. 제작자들을 불러 놓고 공연 투자금을 받기 위해 그들 앞에서 자신들이 직접 배우가 돼 연기하는 콘셉트다. 스태프가 없어 직접 무대 세트인 계단과 사다리도 옮겨야 한다. 배우는 작곡가인 버드 대븐포트와 극작가 더그 사이먼 단 두 명. 배우와 스태프 일을 동시에 하며 공연시간 100분을 끌어가야 하니 보통 고된 일이 아니다. “공연하며 제일 힘든 거? 땀.” 버드 역을 맡은 송용진이 너스레를 떨었다. “스태프 없이 다 하려니 체력적으로 엄청 힘들다.”
이뿐이 아니다. 두 명의 배우는 20개가 넘는 캐릭터를 번갈아 연기해야 한다. 여인에서 수도사, 취객까지. 정원영과 더그 역을 번갈아 연기하는 정상훈은 “대사가 너무 많아 1막에서 2막 대사를 하는 등 리허설 때 ‘멘붕’이 종종 온다”며 웃었다.
뮤지컬 창작자가 주인공인 만큼 공연은 극중극 형식을 띤다. ‘구텐버그’란 제목이 붙은 이유도 그래서다. 버드와 더그가 극 중에서 만든 뮤지컬이 인쇄기를 발명한 요하네스 구텐베르크(1397∼1468)를 주인공으로 하기 때문. ‘구텐버그’가 포도즙을 짜다 인쇄기를 발명했다는 황당한 설정에 그가 만든 인쇄기를 없애려는 사악한 수도승과 구텐버그를 짝사랑하는 헬베티카의 삼각관계가 얽혔다. 김동연 연출은 “작품을 처음 봤을 때 이야기 전달 형식이 파격적이라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애초 ‘구텐버그’는 미국의 스콧 브라운과 앤서니 킹이 2005년 뉴욕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초연했다. 이를 쇼노트와 CJ E&M이 국내로 들여와 다듬은 후 지난달 31일부터 무대에 올렸다.
배우들은 작품에 각별한 의미를 뒀다. 송용진은 “저예산 뮤지컬 제작 경험이 남 얘기 같지 않더라”며 “또 연기하면서 스스로 나태해짐을 느꼈는데 이 작품 하면서 다시 꿈에 대한 채찍질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원영은 “6~7년 배우 생활하면서 이 작품이 배우로서 책임감을 가장 크게 느끼게 해 준 작품”이라며 “배우로서 큰 도전이고 버그와 더그처럼 꿈을 이뤄가는 듯한 기분도 얻게 된다”며 애정을 보였다.
공연 3주차에 접어들며 제작진과 배우들은 한숨을 돌린 눈치다. “관객 반응이 생각보다 좋다”는 평이다. 정상훈은 “공연 끝 부분에 ‘꺼이꺼이’ 우는 관객도 있더라”고 후일담을 들려줬다. 이를 두고 송용진은 “요즘 10~20대와 얘기해보면 꿈이 없고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사람이 많다”며 “돈키호테처럼 꿈을 좇는 두 청년의 모습에 관객들이 많이 호응해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인기를 끈 뮤지컬 ‘헤드윅’을 꺾지 않을까요”라며 농도 쳤다. 정원영은 “공연 반응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배우들의 옷이 땀에 젖은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사는구나, 땀의 의미가 크게 다가왔다’는 평을 봐 행복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뿌듯해했다. 공연은 11월10일까지. 1577-3363.
젊은 두 창작자의 뮤지컬 제작기 다뤄
"돈키호테처럼 꿈 ?는 청년 모습에 관객들 공감"
11월10일까지 충무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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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두 배우가 나무상자를 밀며 무대로 등장한다. 그 속에서 모자를 꺼내 준비된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공연이 시작됐는데도 무대소품을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휴대전화는 꺼주시고요.” 이번엔 한술 더 떠 피아니스트가 나와 장내 정리를 한다. 공연 스태프들이 하는 일을 배우와 연주자가 하는 것이다.
뮤지컬 ‘구텐버그’에는 공연 제작 풍경이 고스란히 담겼다. 젊은 두 창작자가 미국 브로드웨이 입성을 꿈꾸며 뮤지컬을 제작하는 과정이 리딩 공연(무대 세트와 의상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선보이는 약식 공연)으로 펼쳐진다. 제작자들을 불러 놓고 공연 투자금을 받기 위해 그들 앞에서 자신들이 직접 배우가 돼 연기하는 콘셉트다. 스태프가 없어 직접 무대 세트인 계단과 사다리도 옮겨야 한다. 배우는 작곡가인 버드 대븐포트와 극작가 더그 사이먼 단 두 명. 배우와 스태프 일을 동시에 하며 공연시간 100분을 끌어가야 하니 보통 고된 일이 아니다. “공연하며 제일 힘든 거? 땀.” 버드 역을 맡은 송용진이 너스레를 떨었다. “스태프 없이 다 하려니 체력적으로 엄청 힘들다.”
이뿐이 아니다. 두 명의 배우는 20개가 넘는 캐릭터를 번갈아 연기해야 한다. 여인에서 수도사, 취객까지. 정원영과 더그 역을 번갈아 연기하는 정상훈은 “대사가 너무 많아 1막에서 2막 대사를 하는 등 리허설 때 ‘멘붕’이 종종 온다”며 웃었다.
뮤지컬 창작자가 주인공인 만큼 공연은 극중극 형식을 띤다. ‘구텐버그’란 제목이 붙은 이유도 그래서다. 버드와 더그가 극 중에서 만든 뮤지컬이 인쇄기를 발명한 요하네스 구텐베르크(1397∼1468)를 주인공으로 하기 때문. ‘구텐버그’가 포도즙을 짜다 인쇄기를 발명했다는 황당한 설정에 그가 만든 인쇄기를 없애려는 사악한 수도승과 구텐버그를 짝사랑하는 헬베티카의 삼각관계가 얽혔다. 김동연 연출은 “작품을 처음 봤을 때 이야기 전달 형식이 파격적이라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애초 ‘구텐버그’는 미국의 스콧 브라운과 앤서니 킹이 2005년 뉴욕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초연했다. 이를 쇼노트와 CJ E&M이 국내로 들여와 다듬은 후 지난달 31일부터 무대에 올렸다.
배우들은 작품에 각별한 의미를 뒀다. 송용진은 “저예산 뮤지컬 제작 경험이 남 얘기 같지 않더라”며 “또 연기하면서 스스로 나태해짐을 느꼈는데 이 작품 하면서 다시 꿈에 대한 채찍질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원영은 “6~7년 배우 생활하면서 이 작품이 배우로서 책임감을 가장 크게 느끼게 해 준 작품”이라며 “배우로서 큰 도전이고 버그와 더그처럼 꿈을 이뤄가는 듯한 기분도 얻게 된다”며 애정을 보였다.
공연 3주차에 접어들며 제작진과 배우들은 한숨을 돌린 눈치다. “관객 반응이 생각보다 좋다”는 평이다. 정상훈은 “공연 끝 부분에 ‘꺼이꺼이’ 우는 관객도 있더라”고 후일담을 들려줬다. 이를 두고 송용진은 “요즘 10~20대와 얘기해보면 꿈이 없고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사람이 많다”며 “돈키호테처럼 꿈을 좇는 두 청년의 모습에 관객들이 많이 호응해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인기를 끈 뮤지컬 ‘헤드윅’을 꺾지 않을까요”라며 농도 쳤다. 정원영은 “공연 반응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배우들의 옷이 땀에 젖은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사는구나, 땀의 의미가 크게 다가왔다’는 평을 봐 행복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뿌듯해했다. 공연은 11월10일까지. 1577-3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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