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노장 가수’들이 귀환한다.

올해 칠순을 맞는 조영남이 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라움에서 예정된 생일파티에서 신곡을 발표한다. 앞서 8일에는 조영남보다 한 살 적은 1946년생 남진이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데뷔 50주년 기념 공연 제작발표회를 겸한 신곡 발표회를 열 계획이다.

두 사람 모두 기존 곡들로 다시 활동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신곡을 들고 대중 앞에 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950년생인 조용필보다도 나이가 많은 조영남과 남진의 컴백은 후배 뮤지션들에게 대중음악이 ‘한 때 보여주는 예술행위’가 아니라 평생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귀감이 될 만한 사례다.

조영남은 이번 컴백에서 26년 만에 자작곡을 발표할 예정이다. 조영남과 남진 두 사람 각각의 신곡에 대해 공개된 내용은 없다. 하지만 대중의 반응에 따라 후배 음악가들에게는 앞으로 음악적 행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되새겨볼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으로 보인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한 때 스타로 떠올랐지만 몇년 사이에 이름마저 잊혀진 가수들이 즐비한 게 현재 대중음악 시장이다. ‘노장’임에도 조영남과 남진의 음악은 받아들여질 수 있는 대중적 기반이 마련돼 있는 상태다. 조영남은 ‘화개장터’ 등 히트곡으로 가수로서 입지를 다졌을 뿐 아니라 최유라와 함께 MBC 표준FM ‘지금은 라디오 시대’의 장수 DJ로 활약하면서 수많은 애청자를 확보해 놓고 있다. 남진은 대대적인 홍보를 하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신곡을 발표하고 활발한 공연 활동으로 직접 팬심을 챙겨왔다. ‘님과 함께’를 비롯한 숱한 히트곡과 ‘한국의 엘비스 프레슬리’, ‘영원한 오빠’ 등 수식어만 봐도 남진의 입지를 짐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2000년대 후반부터 대중음악 시장은 아이돌 그룹들을 중심으로 화려한 퍼포먼스와 비주얼을 앞세운 소위 ‘보여주는 음악’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면서 이에 싫증 난 대중들의 듣는 음악에 대한 요구가 강해졌다. 또 1942년생인 폴 매카트니가 올해 첫 내한공연을 하는 등 나이의 많고 적음에 따라 음악적 성취를 평하기 어렵다. 올해는 1949년 로저 테일러 등 1940년대 태생이 주축인 퀸의 내한공연도 예정돼 있다.

지난해 조용필이 10년 만에 정규 19집을 발표, 선공개곡 ‘바운스’와 타이틀곡 ‘헬로’ 등으로 연이어 음원 차트를 휩쓸며 아이돌 가수들이 장악하고 있던 음악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이와 함께 199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던 가수들이 연이어 신곡을 발표하거나 콘서트 등으로 활동 재개에 나섰다. 30대 이후 세대들이 학창시절 좋아했던 가수들의 음악이 쏟아져 나오면서 전체 대중음악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보여주는 음악’에 반대되는 개념인 ‘듣는 음악’이 득세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 균형을 이뤘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현재 대중음악 시장은 중장년층이 들을 만한 음악은 너무 부족하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다. 조영남과 남진은 그런 중장년층을 대중음악 시장으로 끌어들일 만한 힘을 갖췄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조영남과 남진의 신곡이 어떨지 공개가 되기 전까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조용필처럼 20대들에게까지 영향을 주지 말라는 법은 없다. 과거보다 홍보시스템이 좋아졌고 조영남과 남진의 인지도도 높아 대형 프로모션도 가능할 것”이라며 “중장년층의 유입까지 더해져 대중음악 시장이 건강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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