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주 농장에서 13일 숨져
폐렴으로 인한 합병증
뉴욕필·뮌헨필 이끈 세계적인 지휘자
평양공연·장한나 지휘 스승…한국과 인연 깊어

2008년 2월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서울 공연을 위해 방한했을 당시의 로린 마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세계적인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로린 마젤이 별세했다. 향년 84세.

마젤은 미국 버지니아주 캐슬턴에 있는 자신의 농장에서 폐렴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13일(현지시간) 사망했다. 임종 무렵까지 올해 열리는 캐슬턴 페스티벌 준비를 하다 병세가 악화해 숨을 거뒀다는 게 페스티벌 대변인의 설명이다. 캐슬턴 페스티벌은 젊은 음악가들을 육성하기 위해 마젤과 그의 아내가 2009년부터 꾸려온 음악축제다.

2012년부터 독일 바이에른의 대표 오케스트라인 뮌헨필하모닉을 이끌어온 마젤의 경력은 화려하다.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2002~2009)와 피츠버그교향악단(1986~1996), 베를린라디오심포니(1965~1975) 등 유명 교향악단을 이끌었고, 빈국립오페라극장(1982~1984) 감독을 지냈다. 마젤은 빈 신년음악회에서 11번이나 지휘한 기록도 갖고 있다. 1939년부터 시작된 이 연주회에서 세계 3대 교향악단으로 꼽히는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지휘를 이끈 이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주빈 메타, 리카르도 무티, 클라우디오 아바도 등 10여명에 불과하다.

마젤은 한국과 인연도 깊다. 무엇보다 그는 역사적인 평양 공연을 이끈 주역으로 꼽힌다. 뉴욕필하모닉 상임지휘자 시절인 2008년 2월 26일 뉴욕필하모닉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해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아리랑’을 지휘했다. 이어 2004년, 2006년, 2008년 뉴욕필하모닉과 함께 한국을 찾았고, 지난해 뮌헨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공연을 하는 등 수차례 한국 관객들과 만나 왔다.

첼리스트 장한나의 지휘 스승으로도 알려져 있다. 장한나의 재능을 높이 산 마젤은 2009년 캐슬턴 페스티벌에 장한나를 초대해 지휘수업을 했다. 2010년에는 한국을 찾아 장한나가 지휘자로 데뷔하는 공연에서 자리를 빛내주기도 했다.

1930년 프랑스의 파리 근교에서 태어나 다섯 살부터 바이올린을 잡은 마젤은 신동 소리를 들었다. 부모를 따라 미국 피츠버그로 이주한 뒤 일곱 살 때 당대 최고 지휘자인 아르투르 토스카니니의 초청으로 NBC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5년 뒤인 열두 살에는 뉴욕필하모닉 지휘자로 데뷔했다. 서른 살이 되던 해인 1960년에는 미국인 최초로 바그너오페라축제인 독일 바이로이트페스티벌에서 지휘대 위에 섰다.

70년 넘게 음악적인 열정을 불태운 마젤. 그가 녹음한 음반만 해도 베토벤과 브루크너, 멘델스존, 브람스 등의 작품을 포함해 300개가 넘는다. 200여개 교향악단을 지휘했고, 7000여개의 오페라 등에서 지휘봉을 잡아 클래식계 커다란 업적을 남겼다. 조지 오웰의 소설을 바탕으로 오페라 ‘1984년’을 만들어 작곡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거장의 타계에 세계 클래식계도 슬픔에 빠졌다. 빈오페라극장의 총감독인 도미니크 메이어는 “마젤은 다재다능하고 훌륭한 음악인이었다”고 애도를 표했고, 오렐리 필리페티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마젤은 굉장히 인간적인 지휘자였다”며 슬픔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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