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지 않다. 무슨 이야기인지 알아들을 수 없다는 것도 옛말이 되었다. 우리의 소리, 우리의 이야기가 더 이상 '어르신들만의 장르'로 머물지 않는다. 전통 소리, 소재들이 새로운 시도의 옷을 입고 신선한 모습으로 등장해 젊은 관객층을 사로 잡고 있다.


콘서트, 뮤지컬 등 음악이 있는 무대를 좋아한다면 그룹 억스의 레퍼토리 <춘향난봉가>(11월 21일, 유시어터)가 더욱 다가올 것이다.

억스는 '보이스 코리아 2'에 출연해 큰 화제를 낳았으며 현재 <명동로망스>에 출연하고 있는 뮤지컬 배우 배두훈이 속한 한국음악그룹이다. 태평소, 일렉트릭 베이스, 퍼커션, 판소리 보컬, 가요 보컬 등 동서양의 악기와 소리를 어울려 독창적인 무대를 만들고 있는 이들은, 2013년 판소리 춘향가를 한 편의 감각적인 팝 뮤지컬 형식으로 풀어낸 <춘향난봉가>를 초연해 이듬해 제2회 창작국악극대상 우수상, 작곡상, 여우창우상을 거머줬다.

춘향가의 주요 대목이 12발 상모놀음, 팝한 스타일의 판소리, 전통의 소리 등과 어울려 흥겹고도 다채로운 무대로 펼쳐지는 것이 특징이다. 배두훈이 몽룡으로, 국립창극단 단원으로 창극 <메디아> <배비장전> 등에 출연했던 김준수가 도창으로 나선다.


평소 이들의 연극, 뮤지컬 무대를 사랑했던 관객들이라면 다시 한 번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춰 빚어낸 신작에 주목해 보자. 한아름 작가, 서재형 연출의 창작 창극 <아비. 방연>(11월 26일~12월 5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은 조선 초기 계유정난 당시 단종의 귀양길을 호송했을 정도로 단종의 총애를 받았지만 출생과 사망 기록을 찾아볼 수 없는 의금부도사 왕방연을 무대 위에 올렸다.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 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신념을 꺾어야 하는 아비, 방연의 비극적인 상황과 심리가 애절하게 펼쳐질 예정이다.

<왕세자 실종사건>을 비롯해 다수의 국악 및 무대 음악을 작곡해온 황호준의 참여 역시 믿음을 사며, 팝핀현준과 결혼 후 장르를 허문 소리 무대를 꾸며온 스타 소리꾼 박애리가 첫 작창에 나선 작품이라는 점도 이색적이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 <장화홍련> 등 최근 잇따라 파격적이고 신선한 무대를 통해 대중에 더욱 다가간 국립창극단의 신작이다.


몇 해 전부터 현대 무용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춤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사람에겐 국립현대무용단의 인기 레퍼토리 <춤이 말하다 2015>(12월 8일~13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가 다채로운 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전통춤, 현대무용, 발레 등 각 장르의 무용가들이 출연해 춤과 함께 이야기를 풀어내는 남다른 형식의 이 작품은, 매년 공연 때마다 무용 애호가들 뿐 아니라 많은 일반 관객들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사랑 받는 공연으로 자리해 왔다. 특히 올해는 궁중 연회 등에서 추었던 '정재'의 대가로 불리는 김영숙의 무대 뿐 아니라, 배우 엄태웅과 결혼 후 잠시 무대를 떠나있었던 전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윤혜진, '댄싱9'의 스타 김설진 등이 저마다의 춤과 이야기를 풀어낼 예정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