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히트 '서푼짜리 오페라' 잇는다
극작가 존 게이 '거지 오페라' 바탕
무려 286년 뒤 2014년 뮤지컬 버전 재탄생
내달 21~24일 LG아트센터 무대 올라

오늘날 영국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 극단이란 수식어가 붙는 극단 니하이 씨어터가 뮤지컬 ‘데드 독’을 들고서 첫 내한한다(사진=LG아트센터).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 별 다섯’. 2014년 영국 초연 당시 평단으로부터 별점 5개를 받았다. 오늘날 영국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 극단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영국 대표 극단 니하이 씨어터가 뮤지컬 ‘데드 독’을 들고 처음 내한한다.

니하이 씨어터는 유럽 연극계 신화로 불린다. 1980년 영국 콘월지방 시골학교 교사의 연극 워크숍에서 출발해 전 세계를 투어하는 극단으로 성장했다. 니하이(knee-high)는 ‘무릎 높이’란 뜻으로, 창단 당시 직업 배우나 전문적 교육을 받은 단원 없이 학생과 농부, 간판제작공, 동네 카페의 기타리스트들이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모여 공연한 것이 시초다. 익숙한 동화나 신화, 콘월지방의 전설에 바탕을 둔 작품들로 영국 내 주목받는 극단으로 떠올랐다.

이번 첫 내한에서 선보이는 뮤지컬 ‘데드 독’(Dead Dog in a Suitcase and Other Love Songs)은 2014년 6월 초연돼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의해 그해 톱 10 공연중 하나로 선정, 흥행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거둔 수작으로 꼽힌다.

작품은 브레히트의 ‘서푼짜리 오페라’의 원작이기도 한 영국 극작가 존 게이의 ‘거지 오페라’(The Beggar’s Opera)를 바탕으로 한다. 1728년 초연한 ‘거지 오페라’는 당시 영국 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더불어 런던 하층민의 삶을 익살스레 묘사해 18세기 최고의 히트작이자 웨스트엔드 뮤지컬의 기원이 된 작품이다. 그로부터 무려 286년 뒤 니하이는 이야기 기본 구조만을 남겨둔 채 21세기 버전의 감각적인 뮤지컬로 재탄생시켰다.

‘데드 독’은 니하이 씨어터의 창립자이자 예술감독인 마이크 쉐퍼드가 직접 연출을 맡았고, 작가 칼 그로즈가 대본을 썼다. 차세대 지휘자 겸 작곡가로서 2005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한 ‘유-카르멘 에카옐리차’의 음악감독 찰스 헤이즐우드가 인상적인 넘버를 만들어냈다. 안무는 ‘백조의 호수’ 매튜 본의 무용단 뉴 어드벤처스 창단 멤버이자 부예술감독이기도 한 에타 머핏이 맡았다.

현대 사회의 어둡고 뒤틀린 이면을 그려내면서도 유머와 위트를 잃지 않는 ‘데드 독’은 버라이어티한 음악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발한 무대, 생동감 넘치는 배우들의 춤과 노래를 가득 담고 있다. 세상을 꼬집던 존 게이의 원작은 당시의 날카로움을 상실했지만, 니하이 씨어터는 살인청부업자, 부패한 정치인과 경찰관, 현대판 로빈 후드, 비리를 저지르는 기업가 등 생동감 있는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원작의 정신을 되살리는 동시에 동시대성과 참신성을 부여했다.

18세기 폴리포니, 헨리 퍼셀은 물론이고 전통 포크 발라드, 디스코, 뉴 웨이브, 펑크, 힙합, 스카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음악은 작품 전체에 걸쳐 참신하게 뒤섞이고 배치함에 따라 스토리에 탄력을 불어넣는다. 오는 4월 21일부터 24일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단 4일간 공연한다. 4만~8만원. 02-200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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