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76단 40돌 기념공연 '첫번째'
‘리어의 역 役, 逆’ 20일부터 무대
노배우로 분한 홍원기 연기 볼만
광대 전수환에서 김왕근으로 교체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연출가이자 극단 76단의 예술감독인 기국서(64)의 신작 ‘리어의 역’이 무대에 오른다. 2012년 이후 신작이 없던 기국서 예술감독의 4년 만의 새 작품이다.

극단 76단의 창단 4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리어의 역’은 오는 20일부터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리어의 역’은 리어왕을 40년 간 연기하고 은퇴한 노배우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셰익스피어의 원작 속 리어왕과 같이 극중 노배우에게도 세 명의 딸과 40년을 함께한 광대 역의 배우가 곁을 지키고 있다. 연출가는 무대 위 배우의 눈을 통해 여전히 세상과 무대에 대한 애착을 드러낸다. 비록 광기로 외면 받는 현실, 피붙이와 후배 역시 그의 유산, 연극적 유산에만 눈을 돌리지만 극중 노배우는 극장은 물론 가족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기국서 극단 76단 예술감독

극단 76단 측 관계자는 “작품 속 셰익스피어의 비극에 등장하는 대사와 노배우의 현실이 중첩되는데 이는 연극적 장치가 아닌 노배우의 혼돈 속에서 이뤄지는 일종의 사건”이라며 “마치 치매에 걸린 듯 보이는 이 모습은 이제는 예술에 미칠 수도, 예술과 함께 미쳐있을 수도, 미친 세상을 외면할 수도 없는 성숙한 어른의 절규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리어의 역’에는 극단 목화레퍼토리컴퍼니에서 오랜 시간 작업하고 ‘해롤드 앤 모드’로 사랑을 받았던 배우 홍원기가 출연한다. 초반 30여분에 걸친 독백으로 시작된 무대는 광기 어린 리어의 모습과 현실, 환각 사이를 오가는 노배우의 모습을 오가며 관객을 사로잡는다.

극중 주인공과 40년간 무대를 함께 한 광대 역에 76단 출신 중견연기자 전수환이 맡았다가 건강상의 이유로 김왕근으로 교체됐다. 김광근은 배우에서 거리의 광대로 무대에 대한 회한과 아쉬움이 가득한 배우의 모습을 거침없이 표현할 예정이다. 이 밖에 큰딸과 작은 딸로 등장하는 중견연기자 밝남희, 고수민과 더불어 김태라, 황보란 등이 함께한다.

76단은 대한민국 연극 청년시대를 열었던 신촌에 이어 연희단거리패, 학전, 연우무대 등과 함께 대학로 연극시대를 이끈 극단이다. 실험적 연출과 시대에 대한 비판정신, 고민을 놓치지 않는 연극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리어의 역’은 20일부터 5월 8일까지 선돌극장에서 공연한다. 또 76단 출신의 후배 연출가들과 함께 릴레이 공연을 진행하면서 6월 1일부터 5일까지 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재공연할 예정이다. 070-7664-8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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