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 극장서 고별무대
'오네긴' 무대 끝나자 기립박수·환호성
눈물 대신 행복한 미소로 작별인사
앞으로 발레 행정·후배 양성에 주력

발레리나 강수진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 ‘오네긴’을 끝으로 토슈즈를 벗었다. 공연이 끝난 뒤 1400여명 관객은 붉은색 하트모양과 ‘당케(고마워요) 수진’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어 보이며 환호하고 있다(사진=슈투트가르트발레단 페이스북).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강수진(49) 국립발레단장이 현역 무용수로서 관객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강 단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밤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 ‘오네긴’을 끝으로 토슈즈를 벗었다. 1986년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 코르 드 발레(군무진)로 입단한 지 30년 만이다.

이날 무대 위에는 ‘사랑합니다 수진. 항상 보고 싶을 겁니다. 모든 일에 행운이 가득하길’이라고 적힌 스크린이 펼쳐졌다. 1400석을 가득 채운 관객은 강 단장이 혼신을 다한 마지막 춤과 연기를 끝내자 기립박수와 함께 아낌없는 환호성을 보냈다. 커튼콜에서 강 단장이 인사를 하러 나오자 모두 일어나 커다란 붉은색 하트그림과 ‘당케(Danke·고마워요) 수진’이라고 적힌 카드를 크게 흔들며 그녀를 연호했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원과 스태프 100여명은 한 사람씩 무대에 올라 차례로 강 단장에게 장미꽃 한송이씩을 안기며 작별인사를 보냈다. 일부 팬 역시 준비했던 꽃다발을 전했다. 특히 이날은 강 단장의 남편 툰치 소크만의 생일이기도 해 의미가 깊었다. 커다란 꽃다발을 받아든 강 단장은 눈물 대신 행복한 미소로 화답했다.

강 단장은 한국발레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1985년 스위스 로잔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를 수상, 이듬해에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 전격 입단하며 화제를 모았다. 1993년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역으로 주역 데뷔의 꿈을 이뤘고, 이후 세계 발레팬에게 사랑받는 최고의 발레리나로 우뚝 섰다. 1999년에는 동양인 최초로 무용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당스’ 최고 여성무용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오네긴’은 20세기 최고의 드라마 발레로 꼽힌다. 러시아 문호 푸시킨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이 원작으로 자유분방하고 오만한 남자 오네긴과 순진한 소녀 타티아나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다. 강수진의 타티아나는 연기와 기술 면에서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앞서 지난해 11월 한국 현역 고별무대로 미리 선보인 타티아나 역시 감정면에서 역대 최고라는 평을 받았다.

한편 2014년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에 임명된 후 뛰어난 활약을 펼쳐온 강 단장은 이후 발레 행정과 후배 양성에 더욱 주력할 예정이다.

발레리나 강수진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 ‘오네긴’을 끝으로 토슈즈를 벗었다(사진=슈투트가르트 발레단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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