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aXia의 리허설

암흑. 항상 그렇듯이 일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살짝 쿵 긴장된 기다림. 객석에 앉아 잇는 사람들에게는 무대 뒤에서 준비하는 사람들 못지않게 왠지 설레이고, 가슴 뛰는 야릇한 긴장의 순간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무대가 갑자기 “형광등”이 번쩍번쩍거린 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Wayne McGregor 의 AtaXia 는 이렇게 시작되었고 한국 첫 공연의 general rehearsal을 보러 간 나는, 참석한 사람도 4명밖에는 없었지만 앞에서 넷째 줄 중앙에 혼자 앉아 있었는데, 형광등이 주는 칙칙하고 암울하고 희미한, 게다가 시도 때도 없이 껐다 켜지는 형광등이 위협적일 만큼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업었다. 워낙 기계, 기술, 컴퓨터 와 인간의 몸과의 조화 혹은 부조화를 주제화 혹은 소재화 하고 음악, 조명과 무대에도 혁신적이고 창조적으로 영국의 contemporary dance의 새로운 장을 연 천재 McGregor인지라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형광등은 기대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게다가 형광등은 내가 한국에 온 이후부터 나의 주거환경에 관한 중요한 토론거리였던 지라 나는 갑자기 은근히 미소 지을 수 밖에 없었다.

형광등이 번쩍거리는 동시에 또 하나의 일반 관객들에게 토론거리가 될 수도 있는 Michael Gordon 의 미니멀리스트적이며 방종한듯한, 폭동적이라고 까지 느껴지는, 마치 재즈의 riff처럼 반복적인 Bass의 건방지고(?) 엄청나게 시끄러운 sound가 귀를 때리기 시작한다. Michael Gordon의 음악은 온몸의 신경 세포를 극도로 자극시키고 불안하게 만들면서 신경을 거슬리게 하면서도 사람의 집중력을 최소화된 비트 안으로 몰입되게 만드는 약간의 환각적인 작용을 하기까지 한다. 트랜스나 하우스음악을 아직까지 한 번에 한 시간 이상 접해보지 않은 관객이 있다면 이번이 그 비슷한 느낌을 알게 되는 첫 번째 기회가 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자, 그럼 이제 형광등과 음악이 벌써 일반적인 사람의 감각을 불편하게 만드는 데는 기본적으로 기여한 것이 아닐까? 이 작품의 제목은 운동장애, AtaXia이다. 인간은 그것이 무슨 장애이든 장애인을 보는 것을 불편해 한다. 영화 ‘말아톤’이 한국에서 성공한 이후에도 나는 거리에서나 어디서나 장애인에게 호의적이라기보다는 무슨 더러운 것 보듯이 피하고 모른척하는 것을 더 많이 보았고 그것이, 그런 불편함 불쾌함 혹은 짜증남 이란 것이 “정상인”들이 “장애인”에게 느끼는 것이라면 나는 Wayne McGregor는 너무나 현명하게 지성적으로 이 주제를 풀어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McGregor의 댄서들은 감탄이 저절로 나오게 만드는 탄탄한 발레 테크닉과 McGregor 식의 격렬하고 강하지만 섬세하고 정교한 특유의 안무로 춤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의 눈을 사로 잡는다. 터질 듯이 강하고 눈이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빠르면서도 우아한 그들의 몸놀림은 우리에게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Solo, Duet, Grouping 이 계속 전환되면서 후반부에 플렉시 글라스를 이용한 공간 분리를 이용해 Solo와 Duet 을 강조하고 어둠 속에서만 반짝이는 파란 스트립이 부착된 의상을 입은 댄서들이 무대 위에 쓰러져 있을 때 음악이 violin으로 바뀌면서 빠르게 지나가는 abstract한 화면과 읽기를 불가능하게 만들 정도로 빠르게 지나가는 텍스트와 프레이즈들이 섞인 비디오 이미지가 나타나며 관객은 무대에 플렉시 글라스와 함께 뒤쪽에 잇는 검고 반짝이는 벽들을 통해서 댄서들의 쓰러진 형상들을 더블 또는 트리플적인 이미지로 관찰할 수 있게 된다. 순간적으로 잠시 강조되어 비추어지는 문구는 “The ear hears the silence that the eyes see”.

귀는 눈으로 보는 침묵을 듣는다…. Ataxia를 암시하는 것일까..?

비디오 몽타쥬가 확장되어 무대 전체를 뒤덮고, 검고 반짝이는 몇몇backdrop이 거둬지며 댄서들이 서서히 일어나서 마치 반딧불처럼 무대를 활보할 때 플렉시 글라스들도 치워지면서 다시 음악은 점점 더 무슨 고장이라도 난듯한 이상야릇하게 피치된 엘렉트릭 톤으로 전환된다.
갑자기 비디오 프로젝션이 멈추어지면서 음악이 심한 불협화음으로 바뀌고 댄서들은 다친 생명체들, 혹은 컨트롤이 불가능한 마치 신체의 불협화음을 나타내는 양 움직이기 시작하며 점점 더 경련적이며 몸부림치고 발버둥치는 육체들이 표현된다.
신체에 대한 컨트롤이 항상 테마인 무용수들이 컨트롤 할 수 없는 몸을 표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힘든 시도와 작업과정 이였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지만 이들이 작품 끝까지 끌고 가는 격렬한 에너지는 말할 수 없이 강하게 어필되었다.
AtaXia라는, 일단은 어떤 병을 주제로 한 작품이 모든 사람들에게 흥미롭고 혹은 감탄할 수는 잇겠지만 이 작품을 좋아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병을 주제로 혹은 인체의 무능력함을 주제로 한 무용 공연이기에 흔히 보는 지루하고 늘어지고 한없이 잠이 오는 공연들을 보아 왔고 그런 것을 기대 했던 관객들은 분명히 지울 수 없는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다.

과거에 수년간 생태 생물학과 기술과학과의 연관성에 관심이 지대해 공연에 항상 연관성을 가지고 작업을 해왔던 McGregor 는 AtaXia를 준비하면서 6개월 동안 캠브리지대학의 신경학자들과 Random Company 단원들과 연구와 연습과정을 거쳐 이 작품을 완성했다. 그는 신경학 시스템이 그에게 “인간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외부적으로,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잇는 방법을 강구하게 도와주며 내면적인 육체적인 인지능력( body intelligence) 을 과학적으로 연결시키는 날카로운 관찰력을 가지게 해주었다”고 이야기한다. “자연과 과학은 교감적이고 공감적인 공생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래서 육체가 세상에서 가장 과학적인 유기체이기 때문에 우리의 육체는 항상 과학기술과 상호작용을 한다” 고 말하는 Wayne McGregor….

이런 안무가 앞에서는 고개가 수그려 질 수 밖에 업지 않을까..
무용을 하건 어떤 종류의 무대 예술을 하건 절대 놓칠 수 없는 작품이 아닐까 싶고 이제는 The National Theater, English National Theater, The Royal Court, 그리고 Sttutgart Ballet 등과의 함께한 작품에 이어서 새로운 McGregor 의 아프리카의 정기를 받은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그의 새로운 작품을 위해서 그가 아프리카에 스튜디오를 지어놓고 세상과 단절된 생활을 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단독 인터뷰할 기회를 얻지 못해 그냥 궁금증으로 남겨 두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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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queline jamina (칼럼니스트 loona2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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