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가장 마지막에 상륙한, 이른바 ‘빅4’ 뮤지컬 [미스사이공]이 베일을 벗었다. [미스사이공]은 1989년 런던 로열 드러리 레인 극장에서 초연, 탄탄한 드라마와 주옥 같은 노래, 정교한 세트구성으로 세계인들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아온 작품. 이번 작품은 2004년도 영국 웨스트엔드의 새 버전으로 3D 헬레콥터가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흡인력 강한 드라마로 눈시울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최루성 드라마다. 그것도 대형 라이선스 공연의 특징인 먼 전설 속의 이야기나 환상을 다룬 내용이 아닌, 베트남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내세워 사실감이 높아진다.

1975년 베트남 전쟁 중, 부모를 잃고 미군 대상의 클럽에서 바 걸로 나서게 된 킴과 미군 크리스는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미군이 탈출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둘은 헤어져 킴은 크리스의 아이를 낳고,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하지만 크리스는 이미 다른 여자와 결혼한 상태. 킴은 크리스가 다른 여자와 결혼한 사실을 알고 절망하지만, 강한 모성을 보이며 아들을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될 수도 있는’ 미국으로 보내고자 한다.

전쟁과 가난을 겪어본 한국인들에게 이 이야기는 너무 익숙하고 그래서 동질감마저 느낀다. 남녀간의 안타까운 사랑, 뜨거운 모성애, 비극적인 결말. 이것들이 절묘하게 모여 결국 관객들은 눈시울을 붉힐 수 밖에 없다. 특히 자살한 킴과 그녀를 안고 울부짖는 크리스는 관객의 가슴도 치게 만든다.

이 작품이 품고 있는 또 다른 이야기는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이다. 전쟁터에서 가난에 시달리는 베트남 사람들에게 미국은 ‘꿈과 환상의 나라’. 마음만 먹으면 돈은 얼마든지 벌 수 있고 하고 싶은 건 다 하는 나라인 거다. 클럽 주인인 엔지니어가 공연 막바지 여러 군무들과 열창한 아메리칸 드림은 화려하지만 우스꽝스럽고 날카롭다.

[미스 사이공]의 하이라이트는 퇴각하는 미군과 미국 대사관에 진입하려는 베트남인들의 어지러운 상황을 실감나게 그린 장면이다. 대사관의 안팍이 철문을 사이고 수시로 교차되며 몰려드는 사람들과 철문을 닫고 막으려는 미군측의 극한 혼란 상황이 적나라게 표현되고 헬리콥터로 미군을 이동시키는 장면은 숨을 멈추게 할 정도로 박진감이 넘친다.

킴 역을 맡은 김보경의 열연은 박수를 쳐 줄만 하다. 사랑에 빠진 17살 여자에서부터 모성강한 어머니까지 폭 넓은 연기를 해낸다. 또한 엘렌의 김선영, 존 역의 이건명, 엔지니어역의 류창우도 기량을 발휘한다. 다만 대부분 대사가 노래로 구성돼 있어 가사 전달이 명확하지 않고 마이클리의 발음이 정확하지 않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Musical [미스사이공]중에서 'Sun and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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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송지혜(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운영마케팅팀 song@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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