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신작이 뜸했던 김민기가 어린이극 ‘우리는 친구다’(13일까지, 학전블루 소극장)를 만들었다. 그의 대표작 ‘지하철 1호선’처럼 폴커 루드비히의 원작을 번안한 음악극인데, 이번엔 거칠고 열정적인 록음악 대신 다정한 경쾌함으로 어린 관객을 사로잡는다. 하모니카와 기타의 부드러운 선율을 기본으로 저음의 콘트라베이스와 삑삑대는 카쥬의 코믹함을 흥겹게 배합하여, 때로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조그만 엉덩이를 흔들며 연극을 관람하기도 한다.
극장이라는 공간과 음악이 아이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제공한다면, 무대 위의 사건은 반대로 일상적이다. 현실의 지평과 견고하게 연결된 김민기의 예술세계는 21세기에도 여전하여, 어린이극을 만들면서도 현실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 덕분에 무대 위에는 화려한 모험과 환상 대신, 하루종일 TV만 보고 학원은 땡땡이 치고 밤이면 밤마다 이층침대를 누가 차지할까 다투는 평범한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이런 일상의 텃밭에서 아이들의 진정한 모험은 낯선 아이와 친구가 되려는 용기에, 환상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낄낄대는 귀신놀이에, 극적 긴장은 친구를 위한 사소한 거짓말이 들통날지 모른다는 조바심 속에 존재한다. 연극은 그리고 환상과 모험은 저기 멀리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렇게 삶 속에서 발견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우정과 거짓말 사이에서 번민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보편적 유년의 혼란을 닮고 있어 애틋했다. 모두들 한 번쯤 그런 적이 있으리라. 친구를 위한 선의의 거짓말이 들통났을 때의 난처함, 야단맞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혼자 집으로 돌아오던 그 사무치게 고독했던 골목길에 대한 기억 말이다. 잊고 있던 유년과 만나게 해준다는 점에서 ‘우리는 친구다’는 성인 관객들을 위한 공연이기도 하다.

학전은 어린이극을 계속 제작할 예정인 듯하다. 첫 공연에서 다소 미진하게 느껴지는 사항들, 가령 어린이에 비해 현실감이 없는 성인 등장인물, 후반부로 갈수록 탄력을 잃는 내러티브 등 극작술상의 허술함은 보완되어야 할 지점이다.

김명화·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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