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끔찍하고 힘들 때 가장 좋은 위로는, 희망이다. 앞으로는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한 줄기 꿈만으로도 사람은 살아갈 수 있다.
연극 [이름을 찾습니다]는 이젠 절망마저 느끼지 못하는 두 여인이 잠시나마 그리는 슬픈 희망 이야기다. 그들은 현재 어둡고 축축한 터널을 지나고 있다. 어쩌면 그 터널 안에서 생을 마감할 수도 있고 볕이 드는 세상으로 나갈 수도 있다. 기적 같은 운이 따른다면 말이다.

연극은 흐트러진 차림의 로즈가 자신의 몸을 정신 없이 긁어대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녀를 딱한 눈으로 바라보는 진달래… 로즈와 달래는 포주 두칠이 바다낚시터에서 데려오는 남자들에게 몸을 팔며 산다. 로즈는 무리하게 ‘손님’을 받으며 매일 매일 장부를 기록한다. 그녀는 앞으로 1~2년이면 빚을 모두 값고 인간답게 살 수 있을 거라고 강하게 믿는다. 위생에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돈을 아끼기 위해서다.
몸을 판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로즈와 달래는 닮은 점이 별로 없어 보인다. 두칠에게 잡혀 오랫동안 살아와야 했던 진달래는 그저 현실을 받아들이고 꾸역꾸역 살아간다. 전에 있던 자신의 룸메이트가 어떻게 이 방에서 나간 지 알고 있는 그녀는 이곳에서 나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따윈 없다.

하지만 어느 날, 두칠은 로즈에게 빚을 거의 다 갚았으니 두달만 일하면 풀어주겠다고 한다. 이때부터 그들은 기적 같은 꿈을 꾼다. 두 달이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보름이 되고 일주일이 되는 그 시간이 믿어지질 않을 뿐이다. 댄서가 되고 싶다는 로즈는 달래에게 춤 상대를 해달라고 조르고, 달래도 슬쩍 자신의 꿈을 생각해본다.
로즈의 희열, 달래의 꿈… [이름을 찾습니다]는 어둠 속에 잠식돼 있던 그들의 삶에 찾아온 희망에 대해 말한다. 또 그들이 잃어버린 자신의 이름을 되찾는 꿈에 대해 말한다. 그 희망의 끝이 어떤 지는 무대를 통해 직접 확인해야 할 것이다.

[이름을 찾습니다]는 코믹하거나 가볍지 않다. 오히려 극장을 빠져나올 때 가슴은 돌덩이를 매달아 놓은 듯 묵직하고 멍멍하다. 인격이 아닌 하나의 ‘몸’으로만 비춰진 그들. 지금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씁쓸해질 수밖에 없다.

배우들의 열연은 이 연극의 핵심이다. 경망스럽지만 내면에는 순수함을 지닌 로즈역에는 양보람이, 그런 로즈를 걱정하고 한편으로는 질투도 하는 진달래 역은 황세원이 맡았다. 비열한 두칠은 박윤희가 실감나게 연기한다.

별 볼일 없는,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이 어떤 이들에게는 절실한 꿈이다. 아프고 씁쓸한 연극 한편, 그게 [이름을 찾습니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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