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오파트라만큼 아직까지 흥미롭게 조명 되는 역사 속 여인도 드물 것이다. 한편에선 뛰어난 외교수완을 보인 정치적 지략가로 평가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선 자신의 정치적 욕망을 위해 여러 남자를 유혹한 다시 없을 요부로 치부하기도 한다.

파스칼이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면 역사가 변했을 것’이라고 말했듯이, 그녀의 외모를 비롯해 성격, 파란만장한 로맨스는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도 여전히 영감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만큼 그녀는 시대를 초월한, 주목을 할 수 밖에 없는 인물임은 틀림없다.
이런 클레오파트라가 뮤지컬 무대에 부활했다. 2002년 체코 프라하에서 초연돼, 우리나라에서 라이선스로 소개되고 있는 뮤지컬 <클레오파트라>가 그것이다.
이번 무대에서 가장 눈 여겨 볼 점은 우리에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유럽 뮤지컬의 정서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 뮤지컬은 <노트르담드파리> <돈주앙> <로미오와 줄리엣> 등으로 그나마 친근하게 다가오지만, 체코 뮤지컬은 지난 2006년 <드라큘라> 이외에는 기억에 남을만한 작품이 없다. 하지만 체코에서 날아온 이 작품은 예상외로 스토리와 음악에서 한국적인 정서를 안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스토리는 로맨스에 초점을 맞췄다. 클레오파트라가 살았던 시대의 복잡한 정치 상황이 나오긴 하나 클레오파트라의 사랑과 좌절, 눈물에 중심이 쏠린다. 시저가 죽은 후 아들을 끌어안고 통곡하거나, 안토니우스와 사랑에 빠져 행복해하는 모습은 이집트의 파라오보단 사랑을 원하는 한 여인에 가깝다.
그녀가 정치적인 입지를 굳히기 위해 시저와 안토니우스를 이용했다는 점(혹은 서로 이용했다는 것)이 대부분의 역사적 분석이지만, 뮤지컬에서는 사랑을 원하는 여인 클레오파트라가 부각되는 것이다.

음악은 귀에 감기는 멜로디로 호소력 있게 다가온다. 클레오파트라의 군주가 되고자 하는 욕망이 드러나는 넘버 ‘난 왕이 될 거야’는 한국인이 좋아할 만한 멜로디로 중독성 있는 노래 중 하나. 안토니우스가 부르는 ‘별이 되어 사라지네’는 가을 감성을 자극하며 오랫동안 귓가를 맴돈다.

하지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고대 이집트와 로마의 왕족들이 입은 화려한 의상과 액세서리들. 특히 클레오파트라 등 여성들의 의상은 다른 뮤지컬과 차별을 선언하듯 화려함의 극치를 선보인다.

아쉬운 점도 있다. 방대한 스토리를 다루다 보니 인물들의 감정선이 종종 매끄럽지 못하다. 또한 나래이션 역할을 하는 두 신의 등장은 스토리를 매꾸어 주긴 하지만 극 몰입을 방해하거나 다소 유치하게 느껴진다. 여기에 불안한 음향 등은 개선해야 할 점이다.

김선경, 박지윤이 더블 캐스팅된 클레오파트라에서, 김선경은 특유의 카리스마와 연기력으로 극을 이끌어간다. 김법래와 민영기 역시 흠잡을 데 없는 노래 실력을 보여 박수를 이끌어낸다. 다만 세 배우의 창법이 달라 함께 부르는 노래에서 다소 조화롭지 못한 점이 아쉽다.

거의 대사 없이 노래로만 진행되는 이 작품은 한국인의 감성에 호소할만한 러브스토리와 노래로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역동적인 안무와 화려한 의상도 눈을 사로잡는다.
이 작품을 더욱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 역사의 흐름 한 가운데 있었던 이 이집트의 여왕에 대해 미리 알고 관람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그녀의 애달픈 로맨스 속에서 자리잡은 정치적인 야망을 함께 읽으면 더욱 재미있기 때문이다.


글 : 송지혜 기자(인터파크INT song@inter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