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노트르담 드 파리>는 거대한 또 하나의 퍼즐이었다.
2시간 반 동안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난 수많은 퍼즐 조각들이 계획되었던 대로 맞춰져 마침내는 루브르박물관에서 또 하나의 장대한 작품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듯한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프랑스 국민뮤지컬이라 불리는 <노트르담 드 파리>는 그렇게 다가왔다.

DVD로만 접했던 <노트르담 드 파리>를 실제 공연으로 볼 수 있다는 설레임은 두달 전부터 억누르며 DVD로 달래곤 했었다. 그랑그와르의 ‘대성당의 시대’가 시작되는 순간 < 노트르담 드 파리 >가 내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하고도 넘쳐 났다.

‘ANARKH (숙명)’ 을 모티브로 1482년 아름다운 파리의 노트르담을 두고 일어난 사랑과 욕망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로 그 아름다움은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춤춰요 에스메랄다’를 부르는 콰지모도와 댄서들의 에스메랄다의 영혼의 움직임을 보여줄 때까지 숨조차 쉴 수 없었고 그 벅참은 진한 감동으로 다가 왔다.


프랑스 뮤지컬은 브로드웨이와 웨스트 엔드의 뮤지컬과는 다른 양상을 가지고 있다. 뮤지컬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프랑스의 오페레타에서 발생되었기 때문에 프랑스 뮤지컬은 그들의 뮤지컬의 모태가 된다. 그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4대 뮤지컬 중에서 <오페라의 유령>, <레 미제라블>은 원작이 프랑스 문학이다. 이와 같이 프랑스 뮤지컬은 오페레타 형식에 충실한 뮤지컬을 만들어 냈으며, 심플하면서도 오묘한 멋을 내는 무대장치, 세트, 조명 등에서 프랑스 뮤지컬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오페레타 형식에 충실하기에 노래하는 배우와 춤을 추는 배우가 구분이 되어 있다는 것이 큰 특징 중에 하나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노래의 비중이 크다. 주인공의 노래와 연기는 부각이 되고 안무는 최소화시켜 주인공들 뒤에 별도의 안무팀이 배치되어 주인공의 내면의 세계를 오묘하게 그려 낸다. 클래식과 샹송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음악은 한 편의 시가 되어 내용을 전달하기에 충분했고, 현대무용, 아크로바틱, 발레, 브레이크 댄스 등을 아우르는 춤은 노래하는 배우들과 그 조화를 이루며 관객들에게 많은 것을 말하고 있었다.
< 노트르담 드 파리 >는 뚜렷한 주제를 던져 주었고, 등장인물의 뚜렷한 특성을 볼 수 있었으며, 주인공들의 감정 곡선을 자연스럽게 넘나들 수 있게 해주었다. 한 곡 한 곡 전해지는 강도가 진해지면 진해질수록 그 감동은 컸던 것 같다.


무대장치 또한 단순한 벽을 이용하여 다양한 변화를 가지고 와 무대에서 시선을 뗄 수 없게 하였지만 주인공들의 노래와 댄서들의 춤과 하나도 얽히지 않고 작품의 선명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상상력을 동원해 주는 여러 소품들과 프랑스인답게 현란하지 않으면서도 동양적 여백의 미를 선사하면서 세련된 빛을 선사한 <노트르담 드 파리>는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에서 보여주었던 무대를 꽉 채우는 세트들과 조명들은 판이하게 달랐으며, 프랑스인들의 색깔의 미학을 느끼게 하는 자리였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배우들은 최상의 배우들이었다. 1막을 넘어 2막의 마지막까지 배우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아름답고 슬픈 사랑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집시여인 에스메랄다를 사이에 두고 펼쳐지는 콰지모도, 근위대장 페뷔스, 성직자 프롤로의 사랑은 여러 모습으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단순한 러브 스토리가 아닌 고귀한 사랑의 이야기가 그 안에 숨어 있는 것이다.

< 노트르담 드 파리>는 프랑스 뮤지컬의 자존심을 보여주는 아름답고 가슴 벅찬 뮤지컬이다. 몇 백만개의 퍼즐로 맞추어 놓은 거대한 작품을 만나게 되는 벅참. 그것이다. 프랑스 뮤지컬의 정수를 맛보신다면 꼭 관람하시라고 권하고 싶다. 프랑스 특유의 감미로우면서도 단어 하나 하나에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는 노래들이 여러분들을 매료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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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인터파크 공연팀 이준한(allan@inter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