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게가 빨래에 묻어날 때

알록달록 빨래집게 콕 집어놓은 빨래들의 합창, 얼룩지고 구겨진 꿈 빨래하러 간다.
국립극장 새단장축제의 하나인 ‘이성공감 2005’ 두 번째, 소통-골목골목뮤지컬 <빨래>는 서울살이 하는 우리들의 하루하루를 노래한다. 꿈과 환상의 동화가 아니라 잊혀져 가는 꿈에 가슴 아픈 사람들의 일기인 것이다. 저 부가가치 인생으로 무시당하는 직장여성, 이주 노동자, 몸이 아프고 나이 들어 외면당하는 이웃들. <빨래>는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노래이다. 이 뮤지컬은 4월 14일부터 5월 1일까지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시놉시스
서울살이에 고달픈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좁은 골목길의 어느 반지하방으로 서나영이 이사를 온다. 나영은 이삿짐을 정리하며 어느새 5년이 지난 서울생활, 잃어버린 꿈을 되새겨본다.

어느 날, 나영은 빨래를 널러 옥상에 올라갔다가 맞은편 옥상에 살고 있는 이주 노동자 솔롱고를 만난다. 솔롱고는 나영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지만 나영은 어색하기만 하다.

나영이 일하는 제일서점은 추석을 맞아 모두들 바쁘다. 권위적인 사장 ‘빵’은 늘 하듯이 거창한 연설을 해대면서 여직원들에게 치근덕거리고, 나영은 그런 사장에게 화가 나지만 참을 수밖에 없다.

골목 어귀에서 직장 동료와 술을 마시던 솔롱고는 집으로 돌아가는 나영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쫓아간다. 나영은 빨래를 걷으러 옥상에 올라가고, 바람에 날려 건너편 옥상으로 넘어간 빨래를 솔롱고가 주워 던져준다. 빨래가 이어준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함이 사라진다.

직장에선 사장이 서점운영을 엉망으로 한다는 소문이 돌고, 그 사실을 확인하려는 동료직원이 부당해고 당한다. 나영은 참지 못하고 항변하다가 한직으로 내몰리게 되는데..

< 빨래 >는 주변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들여다 본다. 20대 직장여성과 40대 아줌마 그리고 60대 할머니의 사는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더불어 사는 삶을 그린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웃에 대한 뮤지컬, 이웃사촌이 되어지는 뮤지컬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뮤지컬 < 빨래 >에서 감초역할을 해내는 일인 다역 배우들의 활약과 연극적 상상력으로 공간을 채우는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일곱 명의 배우가 서울의 한 가난한 동네와 시내의 서점을 채우고 반 지하방과 옥상을 오르내리며, 역동적이면서도 재치있는 무대를 만들어 준다. 또한, 위트있는 가사와 따듯한 라이브 연주가 돋보이는 뮤지컬이다. 예리한 비판 의식으로 바라보는 현실과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가사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우리네 삶처럼 소박한 포크 음악, 고단한 서점 생활을 재미있게 묘사한 펑키 음악, 사랑하는 연인을 향한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우리의 고단한 삶을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포근하게 감싸준다.

“빨래를 한다. / 다섯 식구 벗어놓은 / 크고 작은 하루 분의 / 부끄러움을 빤다.” (성낙희, 자정에) 누군가 식구들의 때묻은 옷을 빨래하면서 읊은 시처럼, 빨래에서는 그 옷을 걸친 사람의 하루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직장 여성의 유니폼과 딸의 기저귀, 애인의 속옷, 노동자의 작업복에서는 고단한 하루의 얼룩이 고스란히 물들어 있다.
골목골목뮤지컬 <빨래>는 고단한 일상의 은유이다. 서울살이 오년, 두 번째 연애의 주인공 서나영을 중심으로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노래한다. 20대 직장여성과 40대 아줌마, 60대 할머니 그리고 이주노동자의 하루하루가 만나고 스쳐가고 충돌하며 오늘의 서울을 그려낸다. 부당해고와 폭력과 편견 그리고 이기에 이들의 하루는 고되지만 함께 빨래를 하며 마음의 상처를 토닥이며 내일을 살아갈 힘을 서로에게 북돋아 주면서 이웃의 고마움을 되새긴다.

빨래. 지금은 세탁기에 돌리기 때문에 정겨운 빨래를 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뮤지컬 <빨래>에서는 저소득층과 소외된 이들의 고단한 삶을 빨래에 비유해 가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뮤지컬 < 빨래 >는 고단한 일상이지만 그 속에서도 밝은 희망과 긍정적인 태도의 살아가는 힘을 제시한다. 그러기에 우리의 삶이 그리 고단하지만은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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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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