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무대는 물론 웨스트엔드마저 사로잡아 버린 사나이. 홍광호가 2년 전 다시 돌아온다는 팬들과의 약속을 지켰다.

지난 6일, 홍광호 두 번째 단독 콘서트 <런던에서 온 편지>가 열린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은 그를 기다려온 수많은 팬들의 오랜 기다림과 설레임으로 가득찼다.

지난해 5월부터 뮤지컬 <미스 사이공> 25주년 기념 뉴 프로덕션 공연에서 투이 역으로 캐스팅되어 1년 가까이 웨스트엔드 무대에 서고 있는 홍광호는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곡인 투이의 노래, ‘Kim’s Nightmare’ 을 색다르게 편곡하여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오프닝 무대를 열었다.

이어 홍광호는 마치 영국에서 공연을 마친 후 퇴근하듯이 자전거를 타고 무대에서 객석으로 내려왔다. 마이클 부블레의 'Home'을 부르며 객석 일층 일부를 자전거로 천천히 돌며 관객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고 장미꽃을 전하기도 했다.

<노트르담 드 파리> 이후 1년 만에 국내 무대에 선 홍광호는 “안녕하세요, 홍광호 내한콘서트에 와주신 여러분.”이라든지, 노래가 끝날 때마다 물을 계속 마시자 “첫 날이라서 컨디션이 굉장히 좋습니다. 목이 타는 것이 아니라 목이 살짝 피곤한 거니까 이해해주세요.”라고 농을 치거나, 유난히 어렵고 음이 높은 곡들이 연이어 이어지자 “뮤지컬배우라 콘서트 현장이 익숙하지가 않아요. 중간에 실수를 하거나 음 이탈 현상이 나도 옆 사람과 귓속말을 하는 것을 삼가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하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콘서트는 뮤지컬과 그의 꿀성대를 좋아하는 관객들 모두를 만족시키는 완벽한 무대로 관객들의 눈과 귀가 호강하는 시간이었다.

홍광호는 그가 가장 처음 들었던 뮤지컬 음반 <레미제라블>, 그를 뮤지컬배우로 우뚝 서게 한 <노트르담 드 파리> <지킬앤하이드> <빨래> 등의 넘버들, 본인의 노래인 <선덕여왕>의 ‘발밤발밤’과 디지털 음원으로 발표한 ‘발걸음’ 등을 선보였다. 또한 런던에서의 소중한 추억들을 이야기하며 심수봉의 '사랑 밖에 난 몰라' 등을 선곡해 색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공식적인 마지막 곡 ‘발걸음’은 하이라이트 부분 한 소절을 마이크 없이 부르며 미친 가창력을 발산하기도 했다.

또한 화려한 게스트도 이번 콘서트에서 빼놓을 수 없다. 런던에서 함께 <미스 사이공> 무대에 오르며 친하게 지내고 있는 존 역의 휴 메이나드는 ‘Bui Doi’를 열창했고, 2010년 <지킬앤하이드>에 함께 출연한 바 있는 김선영이 나와 홍광호와 함께 ‘Dangerous Game’을 부르자 관객들은 떠나갈 듯한 함성을 보냈다.

홍광호는 마지막 앵콜 곡 ‘참 예뻐요’를 부르기 전 마음 속에 꾹꾹 담아두었던 말을 담담히 전했다. “영국에 있으면서 많이 외로웠어요. 혼자 있으면서 ‘어떻게 하면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란 생각도 많이 했고요. 남들이 보기에는 좋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전 외롭더라고요. 여러분이 너무 그리웠어요.”

관객들은 그런 그에게 힘찬 응원과 환호 격려의 박수를 잊지 않았다. 그가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떠나는 뒷모습이 외롭지만은 않은 이유다. 한국으로 돌아와 어떤 무대에서 어떤 모습으로 관객들을 만날지는 미정이지만 그가 그렇게 그리워하는 한국 관객들을 만날 시간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반가울 따름이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랑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