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차려진 진수성찬의 한식집.
배만 부르고 돈 아까워 뒤돌아 서다.

지난 토요일 촉박한 시간을 뒤로 한 채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을 찾았다. 극은 10분 정도 늦게 시작하였다. 늦게 들어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을 때 무대는 키보드와 모니터로 채워져 있었다. 과연 윤대성과 신화는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기 위해 www.(세여인)란 작품을 내 놓았는지 궁금해 지기 시작했다.

동기유발은 충분했다. 각종 인쇄물, 홍보물을 통해 받은 느낌은 신선한 느낌이었고, 세련된 극이라고 생각이 든다. 조선왕조 500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세 여인 신사임당, 황진이, 허난설헌을 인터넷 온라인에서 만난다는 컨셉 또한 흥미로웠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미래로 다닌다는 것은 얼마나 흥미로운 일인가. 대리만족일까? 무대 위에서의 임규가 마치 내가 되어 넘나든다는 느낌이 드니 재미있게 세 여인에게로 빠져 들어가기 시작했다.

역사학자이자 시간강사인 임규는 황진이의 시와 생애를 연구하다가 인터넷을 통해 황진이, 허난설헌, 신사임당을 만나게 된다. 능력 있는 아내 미나와 눈치를 보며 살아가던 그는 가상현실에서 자신이 꿈꾸던 세 여인을 만나 현실의 열등감을 위로 받는다. 온라인 상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임규는 병원에 입원해 치료해야 하는 상태가 된다. 하지만 그는 아내가 세 여인의 특성을 고루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대강의 줄거리는 그렇다.

www.(세여인)의 피날레에서 내 머리 속을 뒤집고 생각나는 말은 ‘뭐 어떡하라고’ 였다. 뭘 어떻게 하라고 그러는 건지 답답했다. 프로그램을 들고 하나도 빠짐없이 모든 글들을 다 읽었다. 그래도 풀리지 않은 많은 이야기들. 난 아무래도 무식한 존재인가보다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황진이가 임규와 사랑에 빠지든 유혹에 넘어가든 극과는 일치하고 있었지만 신사임당과 허난설헌을 굳이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나 싶기도 하고 난데없이 바리데기 관련해서 나오는 상황들이 연결고리가 확실하지 않아 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장면 장면 넘어갈 때 무엇과 이어서 이해하라는 것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프로그램에 분명히 윤대성 작이라고 쓰여져 있는 것으로 봐서는 윤대성 선생님의 작품이 분명하긴 한 것 같은데 내용상 참 희한한 연극이다 싶다. 서로 연계성도 없는 것이 하나 둘이 아니고 홍보물이나 인쇄물을 통해 느껴지는 느낌하고는 전혀 부합되지 않은 왠지 모르는 불편함이 있었다.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나..?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과거의 유명인을 만나 사랑하고 그 사랑이 과거와 현대를 어떻게 이어주고 있고 과거의 시간에서 사랑에 머무르게 된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허상. 꿈. 사이버. 차라리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갔었고 그곳에서 사랑에 빠졌다면 명확하게 구분이라도 갈 일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허상과 꿈이었다면 굳이 사이버라는 것을 큰 주제인 것처럼 모든 무대에 전식해 놓지는 않았을 테이지만 무대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모니터는 극에 방해가 될 뿐이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무엇을 보고 나왔는지 모르겠다.

www.세여인)은 자기 자신의 모습을 찾아 떠나는 사이버 여행이라고 한다. 인간의 실존에 대한 두려운 현실과 꿈속으로 자아를 찾아 방황하듯 시간여행을 즐기는 임규가 우리들의 자화상이라고 한다. 우리들의 자화상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사이버 세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인간?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면서 헤매 이는 우리들의 모습? 맞다. 그것이 자화상이라면 그렇게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황진이와 신사임당, 허난설헌이 내 자화상을 찾는 데에 어떤 연결고리를 만들어줘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심지어 ‘여성은 위대하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될려면 어떤 과정으로 이 연극을 보면서 느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도대체 그래서 뭘 어떻게 하라고!’ 답답했다. 이 답답함을 풀어 줄 명확한 답을 말해줄 답이 있다면 내 속이 확 풀릴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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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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